™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수치심, 공감 & 렉티오 리딩

카잔 2013. 9. 11. 23:35


1. 
오늘은 9월 11일. 십이 년 전 오늘, 미국사에 길이 남을 아니 세계사에도 오래 기록될 참사가 일어났다. 하지만 나는 9.11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나는 어제 경험한 괴로운 사건의 후유증을 느끼며 어제와 오늘을 보내야 했다. 나는 일이 커질까 봐 겁이 났다. 상황은 5시간 남짓 만에 종료되었다. 사건이 더욱 커지지 않고 잘 합의된 것이 고마웠다. 그리고 내 모습이 심히 부끄러웠다. 

개인사적인 참사라 할 만큼 끔찍한 일이었다. 잊지 말아야 한다.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스스로를 갱생해야 한다. 6.25와 같은 날은 기억해야 할 네거티브 기념일이다. 사실 이런 날은 기념하기 위한 날이 아니라, 기억하기 위한 날이다.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에 교훈과 현재적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살다가 부끄러운 자신을 만난다면, 그 날을 잊지 말고 삶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어둠을 잊거나 외면하는 이는 점점 더 어두워질 것이다. 
어둠을 인정하고 받아들여, 마침내 어둠 속에서 빛을 꺼낸 이들은
오랫동안 밝디 밝은 빛을 소유할 것이다. 결국엔 그도 빛날 것이다.
반면 빛 속에서 꺼낸 빛은 자그마한 어둠에도 흔들리거나 꺼져버린다. 

2.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동갑내기, 마음 편한 친구다. 그는 배우자와 깊은 소통을 원했지만, 실제 결혼생활은 자기 바람과는 조금은 달라 답답해했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답답함은 조금씩 쌓여가는 듯 했다. 그는 한 시간 남짓 동안 내게 자기 파트너의 흉을 보더니 어느 순간 이리 말했다. "네게 말하고 나니 좀 시원하네." 그는 속시원히 말을 했고, 나는 전심으로 들었다. 그리고 이해했다. 

그의 속 시원함은 두 가지의 작용으로 인해 이뤄진 것이 아닐까. 하나는 마음을 털어놓았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공감을 받아서일 것이다. '공감'은 신비롭다.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지만, 공감 받은 이의 가슴을 쓸어주고, 어깨 위의 짐을 덜어준다. 세계적인 경영사상가 게리 해멀은 한 강연에서, 크리에이티브가 되는 첫째 조건으로 ' 깊은 공감력 deep empathy' 을 들었다. 나는 깊이 공감한다. 

3.
저녁에는 렉티오 리딩 9기를 진행했다. 독서를 주제로 매월 마이크임팩트에서 진행하는 정기 강연이다. 주제에 대한 자신감, 강연장에 대한 익숙함, 참가자들의 열정 등으로 매월 만족하게 진행되는 강연이다. 이번 달에는 8월보다 만족도가 높았다. 시간 배분이 조금 나아졌기 때문이고 도입부의 메시지도   정돈되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조용한 분들이 많았지만, 소리없는 열정을 보여주셨다.

어젯밤 깊이 잠들지 못한 채로 일어나 친구와의 약속과 강연 등의 일정을 소화하느라 11시가 넘은 귀가길이 조금은 피곤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기분은 좋았다. 강연에 대한 만족스러움에 정신적 에너지가 충전되었기 때문이다. 고무적이고 다행한 일이다. 귀가하여 시청한 프로야구 하이라이트도 나를 기분좋게 했다. 배영수, 장원삼, 윤성환에 이르는 토종선발들의 '트리오 10승' 소식 덕분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