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아! 이 자유, 이 고요.

카잔 2013. 9. 19. 20:42

 

저녁에 홀로 와인을 마셨다.

집에서 편하게.

아!

이 자유, 이 고요, 이 평온.

 

하루종일 신경 쓰던 일도

이 순간만큼은

잊고

향에 취하고 와인에 녹아든다.

 

오늘은 요리를 해서 와인과 함께 먹었다. 와인은 술이 아니라 음식의 하나, 라고 생각하는 그네들처럼 와인을 즐기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마리아주를 생각하게 된다. (마리아주 : 결혼, 결합을 뜻하는 프랑스어 mariage. 와인과 음식의 어울림을 뜻함.) 와인은 즐기는 술이고, 마리아주는 더욱 잘 즐기기 위한 것이다. 즐거운 기분과 분위기가 최상의 마리아주를 만든다. 이것이 마리아주의 정신이다.

 

마리아주의 기본 지식도 있다. 기본은 육류엔 레드, 생선엔 화이트 와인이 어울린다는 것. 나물이나 튀김에는 소비뇽 블랑이 제격이고, 스테이크에는 묵직한 보디감의 말벡이 좋다. 이러한 기본적인 조합에 충실하며 자신만의 마리아주를 찾아야 한다. 입맛은 주관적이니 어떤 이는 스테이크와 화이트 와인이 좋을 수 있다. 체험적 지식을 쌓아갈수록 와인에 대해, 마리아주에 대해, 풍미에 대해 점점 알아가게 된다.

 

문득 요리를 한 건 아래의 글 덕분이었다 .

 

"와인전문가라고 해서 레스토랑의 고급 요리만 먹을 수는 없지요. 집에서 편하게 와인을 마신다면 냉장고 속 간단한 재료로도 와인 안주를 만들곤 합니다. 냉장고에 있을 법한 새송이버섯, 풋고추, 노란 피망, 양파, 햄을 손가락 하나 정도 크기로 비슷하게 잘라 올리브 오일을 두른 프라이팬에 마늘을 살짝 볶다가 양파 먼저 넣고 볶아요. 이어서 나머지 재료들을 넣고 살짝 더 볶다가  마지막에 머섯을 넣어 센 불에서 얼른 볶습니다. 그리고 소금, 후춧가루로 간을 하지요. 그러면 모든 야채의 풍미가 잘 살아나요. (중략) 이 요리에는 약간 무게감 있거나 오크 풍미가 느껴지는 화이트 와인 또는 너무 진하지 않은 적당한 보디감을 가진 레드 와인이 잘 어울리니다. 일반적으로 버섯 요리에는 숙성이 잘된 이탈리아의 바롤로나 피노 누아를 곁들이면 대체로 잘 어울려요." - 이인순, 와인아카데미 대표강사

 

냉장고를 열어 '냉장고에 있을 법한' 재료들을 살폈다. 정말 몇 가지가 있었다. 노란색과 빨간색 파프리카, 청경채, 새송이버섯을 후라이팬에 넣고 올리브유를 두르고서 볶았다. 맛소금으로 간을 하고서 그릇에 담으니 그럴 듯한 음식이 됐다. 야채의 풍미가 살아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맛은 났다. 화이트 와인을 따려다가 레드 와인 <카사 실바 퀸타 제네라시옹 2011>을 열었다. 꽤나 평이 좋은, 가격도 (내게는) 조금 비싼 와인이었다.

 

 

"칠레 와인 중에서도 `카사 실바 퀸타 제네라시옹 레드(Casa Silva Quinta Generacion Red)`는 가격 대비 품질 측면에서 군계일학으로 꼽힌다. 와인 국제대회인 `비날리스 2004 프랑스`에서 금상을 수상했으며 런던에서 2004년 열린 `인터내셔널 와인&스피리츠 컴피티션`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강렬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루비 컬러가 인상적이다. 붉은 과일 향기와 후추, 커피향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초콜릿 향이 품격을 더한다. 입 안에 한 모금 머금으면 중후한 정통와인 맛을 느낄 수 있다. 부드러우면서도 달콤한 향이 한 모금 삼킨 후에도 오랫동안 입 안에서 맴돈다."  

 

 

나의 시음노트이면 좋겠지만, 내게는 인상적이지 않은 와인이었다. 글은 매일경제 이경진 기자의 평이다.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07&no=270522) 괜찮은 와인이라니, 다시 한 번 시도해 보고 싶기는 하다. 와인디너 때에 와우들과 함께 마셔보아야겠다. 첫 향은 좋았지만, 맛은 시원찮았다. 나의 시음기는 이 정도의 표현에 불과하다.

 

아직은 그저 와인을 알아가는 재미, 와인이 주는 분위기가 좋다. 언젠가 와인에 대한 지식과 체험이 꽤나 많아지더라도 이 재미와 이 분위기를 잊지도 말고, 잃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그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주도적인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