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Story/위대한 작가들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

카잔 2013. 11. 1. 22:12

 

1.

11월의 첫날,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었다.

 

대개의 소설은 이야기로 서사를 진행시키지만,

김영하는 자신의 신작에서 다양한 것들로 서사를 이뤄냈다.

주인공의 단상으로, 단 한 줄의 묘사로, 책에서 뽑아낸 인용구로.

 

단상, 묘사, 인용문 각각은 하나의 아포리즘이다.

그리하여 독자를 사유의 세계로 이끈다.

소설이 잠언집이 되는 순간이다.

 

그러면서도 짧고 긴 이야기를 비롯한

단상과 묘사, 인용문들은 장편 서사로 수렴한다.

 

잠언집으로 천천히 음미하여 읽어도 좋을 책인데

결국 긴장감과 재미에 빨려들어 후루룩 읽게 된다.

소설의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사유할 꺼리를 담은 셈.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천천히 다시 읽고 싶어지는 책이 되어

어서 다시 일독해 보라고 나를 유혹한다. 묘한 책이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스토리로 엮은 잠언집!

기존의 소설이 선으로 서사를 이뤄냈다면 이 소설은 점으로 이뤄낸 느낌.

새로운 서사 기법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역시! 김.영.하!

 

2.

문학비평가들을 제대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강한 끌림을 주는 분은 김현, 김우창이다. 한 분을 더하자면, 김윤식.

비평의 거장 3K라 할 수 있겠다. 그들의 책을 제대로 독파해야겠다.

 

독일의 비평가 레싱, 뵈르네, 알프레드 폴가도 읽고 싶지만,

(특히 폴가의 『짧은 글들』을 음미하며 읽고 싶으나)

번역된 책이 극히 일부다. 레싱의 『라오콘』부터 구입했다.

 

내가 최고로 존경하는 비평가는 에드워드 사이드다.

테리 이글턴, 르네 지라르, 롤랑 바르트도 관심을 끄는 비평가.

 

3.

에릭 홉스봄의 『역사론』을 읽었다.

그는 20세기 최고의 역사학자 중의 한 명이요,

끝까지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을 고수한 학자다.

하지만 반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의 방법론을 적극 수용하여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을 '응용'한 차원이 아니라 '재창조'한 탁월한 학자다.

 

'세계사'를 주제로 한 독서토론회에서

20세기의 책을 무엇으로 할지 계속 고민했는데

에릭 홉스봄의 『극단의 시대』가 제격이라는 걸 잊고 있었다.

근대 이후의 세계사는 그의 4부작을 읽는 것으로 독서토론회를 마치는 것도 좋겠다.

혹은 독서토론회 세계사 시즌 2로 진행하거나.  

 

에릭 홉스봄의 저명한 4부작은 아래와 같다.

『혁명의 시대』 (1789~1848)

『자본의 시대』 (1848~1875)

『제국의 시대』 (1875~1914)

『극단의 시대』 (1914~1991)

 

참고로, 홉스봄이 말한 역사가의 과제. 

"역사가의 과제는 '과거의 의미'를

사회 속에서 분석하고, 그 변화와 이행 과정을 추적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