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전화불통, 위로메일 & 와우들

카잔 2013. 11. 22. 08:46

 

1.

핸드폰 액정이 깨졌다. 하루 이틀 전의 일은 아니다.

일주일이 넘었나, 일주일 즈음 되었나? 잘 모르겠다.

어느 날엔 핸드폰이 터치 인식도 못한다. 장애가 생긴 게다.

그러다가 이튿날엔 거짓말처럼 잠시 제대로 작동하기도 한다.

 

나를 놀리나, 묘한 기분이 든다. ^^

체 기능에는 손상이 전혀 없지만

종종 주인의 터치를 인식하지 못하는 장애라니,

이것은 도대체 무슨 장애란 말인가.

 

나는 손가락 끝으로 끊임없이 터치한다.

첫화면을 열러달라는 신호다. 녀석은 묵묵부답, 요지부동이다.   

주인과의 교감의 실패한 이 녀석을 어찌한다?

제 주인을 닮은 것 같아 미워할 수가 없다.

 

2.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서 두 통의 메일이 왔다.

<언제고 나를 위로하는 노래>라는 글을 읽고서 고마움을 전해 온 것.

'마음편지'에는 회신을 하지 않는 편이지만 (6개월 동안, 딱 한 번 회신을 보냈다.)

이들에게는 간단하게 회신을 보내야겠다. 작은 위로라도 되기를 바라며...

 

메일을 쓰며 내 존재의 '쓸모있음'에 감격할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 내가 '폐만 끼치는 사람'으로부터는 벗어났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끼며 적잖이 하늘에 감사하게 되는 것.

내게 메일을 보내준 이들이 나를 도운 셈이다. 고마운, 그들!

 

3.

와우팀원 한 명에게 메일을 보냈다. 

그는 회사로부터 인정받는 능력있는 직원이다. 

인정받는 이들이 종종 그렇듯이 그는 최근 무리하게 일하여 지쳐있다.

나는 그에게 숙제 하나를 내었었다. 12월엔 꼭 긴 휴가를 갖기.

 

오늘 보낸 메일은 이렇다. 

휴가 중 하루를 함께 보내자. 양평으로 다녀와도 좋겠다.

이야기도 나누고 카페에서 함께 책도 읽다가 일상으로 돌아오자.

서로에게 의미와 에너지가 되는 하루를 보내고 오자.

 

몇달 전, 여자친구와 헤어진 그에게

하루 정도는 나와 함께할 시간이 있으리라.

나도 와우들에게 내어 줄 하루 이틀의 시간은 언제든 낼 것이다.

마음이 마음이 만나는 시간은 행복이 된다.

 

이런 오붓한 시간을 여자 와우들과 갖지는 못하는 게 아쉽다.

어느 팀원이, 팀장님이 여자였으면 좋겠어요, 라고 말한 게 떠오른다. 

내가 변신술 하나를 터득하여 어느 날엔 남자로,

어느 날엔 여자로 변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 본다. 

 

풋. 성전환 수술을 한 묘한 분위기의 남자부터 떠올라, 피식 웃는다.

사람에 따라 다른 저마다의 어울리는 만남의 방식이 있으니 아쉬움은 사라진다.

혼자만의 달콤한 시간을 조금씩 양보할 줄 아는 '사랑'을

내 안에 조금씩 키워가는 게 더 중요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