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아는 것에서 이해하는 것으로

카잔 2013. 12. 9. 08:07

 

앎과 이해는 다릅니다. 이해는 시간 혹은 경험과 함께 옵니다. 아는 것과 이해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인 언어로 깨닫고 나면, 자기경영의 본질이 왜 ‘실천’이어야 하는지 느끼실 겁니다. 제가 겪었던 이야기 하나를 들려 드립니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친구입니다. 그를 만난 건 8년 전입니다. 우리는 같은 회사 같은 부서에서 일했던 마음 맞는 동료였습니다. 내가 1인기업 강사가 되고 나서는 함께 출장을 다닌 적이 많았습니다. 교육영업을 했던 그, 시간 관리와 리더십을 강연했던 나, 이렇게 두 사람은 좋은 파트너였습니다.

 

내가 강의하는 모습을 수십 번은 지켜본 그입니다. ‘시간관리’ 강연만 해도 20~30번은 들었을 겁니다. 당시엔 그도 강사라는 직업을 고려하던 터였기에 열심히 녹취해 가면서 듣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내가 진행하는 시간관리 특강의 내용 대부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강연 중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여러분, 어떤 분들이 건강을 잃어버리는지 아세요? 꾸준하고 일관된 사람들입니다. 하루 이틀 건강을 돌보지 않는다고 해서 건강을 잃지는 않습니다. 꾸준히 운동 안 하시고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을 일관되게 이어가시는 분들이 건강을 잃습니다. 그러니 건강을 잃으려면 좋지 않은 생활 방식을 수년간 꾸준히 이어가야 합니다. 니체는 삶의 방식을 바꾸기 전에는 병이 낫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건강을 잃은 환자들은 자신의 병이 빨리 낫기를 기대하겠지만,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왔던 행동과 습관들을 건강한 삶의 방식으로 바꿔 꾸준하게 이어가지 않으면 기대를 달성하지 못할 겁니다. 수년에 걸쳐 나빠진 건강을 일주일 만에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이상은 그도 잘 아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강의 내용대로 실천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지는 못했나 봅니다. 어느 날, 그가 과로한 탓에 입원을 해야 했으니까요. 나는 병원에 있던 그와 통화하며 나눴던 대화를 잊지 못합니다. 그는 내게 말했습니다.

 

“친구! 나 요즘 네 강연 생각을 많이 해.” “그래? 무슨 강연?” “시간관리 강연 있잖아, 건강 이야기. 내가 빨리 회복하려면 술을 끊고 건강한 생활 습관대로 살아야 한다는 걸 많이 느껴. 꾸준히 말야. 그렇지 않으면, 머지않아 여기에 또 올 것 같아.”

 

친구의 ‘앎’이 경험을 통해 ‘이해’로 전환되는 순간입니다. 이것이 '이해'입니다. 이해는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시간이 우리에게 온갖 경험을 선사하니까요. 사별의 아픔을 ‘알고만’ 있다가, 자신이 직접 경험하면서 ‘이해하게’ 된 적이 있을 겁니다. 누군가의 상황을 ‘알고만’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제대로 ‘이해한’ 적도 있으실 테고요.

 

이해야말로 강력합니다. 괴테는 우리는 이해하지 않으면 경멸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해한다면 적어도 경멸하기는 힘들다고, 뒤집어 생각할 수도 있는 말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이해하는 사람을 경멸하는 게 쉬운 일인가를.

 

‘아는' 상태에선 말하기와 조언하기를 즐기며, 앎이 곧 자신의 삶이라고 착각하기 십상입니다. 그러다가 ‘이해’하기 시작하면 조언을 줄이고 경청하려고 애쓰게 됩니다. 이해 없는 조언이 공허할 수 있음을 깨달아, 판단을 유보하고 좀 더 관찰합니다. 앎과 실천 사이의 괴리를 좁히는 것이야말로 어렵고 위대한 일이라 믿기에 말 대신 행동하려 합니다.

 

앎은 우리 삶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중요한 개념이라면 단지 아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이해에 이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앞서, 이해는 시간 혹은 경험과 함께 온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시간을 앞당길 수는 없지만, 경험을 해 볼 수는 있겠지요. 아는 것을 체험할 때 비로소 이해하게 되니까요. 앎을 이해로 전환하는 비결은 '실천'입니다.

 

시골엔 별이 많고 공기가 좋다는 이야기를 누차 들어 나도 알고 있었지만, 내가 이해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경기도 양평에서 살아본 후에야 이해하게 되었지요. 어쩌면 우린 자기경영서의 수많은 원칙과 테제들을 이해하지 못했는지도 모릅니다. 실천 없이 읽기만 했다면 말입니다. 앎에서 이해로의 전환, 이 여정이 곧 자기경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