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Story/즐거운 지식경영

공부의 즐거움과 괴로움

카잔 2014. 3. 5. 21:37

1.

감사하게도, 지난 해(2013년)부터 고종석의 절판된 책들이 재출간되고 있다. 이번에는 『빠리의 기자들』이다. 이제야 선생의 처녀작을 읽는구나. 그나저나, 절필을 선언하니 절판된 책마저 출간되는 작가라! 고종석의 빛나는 글을 생각하면 당연지사라 생각하면서도 선생의 작가로서의 삶이 부럽다. 탐미적이면서도 기품 넘치는 문체가 사유의 힘까지 지녔으니, 나로선 입 벌려 감탄할 수 밖에...

 

언젠간 나도, 모든 일을 훌훌 내려놓고 스타일리스트가 되기 위한,

단단한 사유가가 되기 위한 수련에 매진할지도 모르겠다. 각설하고,

 

아! 또 지르고 말았다. 지난 해말, 알라딘 3개월 누적구입액이 2백만원을 넘었을 때 정신차리는가 싶더니 최근 들어 다시 질러대기 시작한다. 2014년엔 책을 안 사겠다는 다짐은 내 뜨거운 지식욕에 증발해버린지 오래다. 이 정도면 지구에 내리쬐는 태양열 못지 않다. 변명은 있다. 고종석 선생의 신간을 보고서 인내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 느꼈다. 내친김에 참아왔던 이상은 15집도 함께 질렀다.

 

<오늘 구입한 책들>

- 고종석의 『빠리의 기자들』,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

- 이수태 『상처는 세상을 내다보는 창이다』

   (고종석 선생은 트위터에서 금아 선생보다 이수태 선생의 에세이를 위에 두었다.)

 

도정일 선생의 산문집도 나왔고,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의 자서전 『나의 인생』도 문학동네에서 새롭게 번역 출간됐다. 『작가의 얼굴』을 매우 흥미롭게 읽은 터라 그의 자서전을 연이어 읽고 싶었지만 절판되어 구할 수 없었다. 아쉬었던 터라 『나의 인생』은 매우 반갑다. 하지만 주문액이 이미 5만원을 넘겨, 이들은 다음 구매를 위해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 (오늘 부로 알라딘의 장바구니에 든 책들을 보니 212권, 390만원어치다.) 독서광들은 통장잔고를 긁어야 하는 운명을 산다. 공부인으로서의 괴로움이다.

 

2.

요즘 밤에 잠을 잘 못 잔다. 지적 성장에 대한 열망이 종종 잠을 쫓아내기 때문이다. 다음 날을 위해 잠을 청하려고 이부자리에 누워도 머리가 맑아져 다시 책상에 앉게 된다. 공부하고 싶어서, 약속이나 강연을 제외하면 오롯이 책읽기와 글쓰기에 시간을 준다. 잠이 오면 자고, 지적 열정이 잠을 물리치면 공부하고. 열심으로 공부하니 세월의 흐름마저 뿌듯하다. (소비를 줄여야겠다. 그래야 수입을 위한 활동을 줄이고 그래야 공부 시간을 확보할 수 있으니까.)

 

지난 주에는 키케로인지, 몽테뉴인지 가물가물하나 여튼 요즘 읽는 책들의 주인공이 꿈에 등장했다. 겨우 한주가 지났을 뿐인데도, 현실 세계에서 내가 책으로 읽은 것인지, 꿈나라에서의 만남인지도 헷갈린다. 내가 이 이야기를 포스팅을 했는지도 아득하게 아리쏭하다. (꿈을 꾼 것은 사실이다. 깨어나서 노트를 해 뒀으니. 헷갈린다는 말은, 그만큼 현실과 꿈이 경계가 모호한 느낌이라는 의미다. 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영화를 진탕 보고나면 현실세계와 헷갈리는 것처럼 책을 흠뻑 읽으니 지성의 세계와 헷갈리는 것으라고나 할까.)

 

병풍을 펼치면 그림이 보이듯이 책을 펼치면 세상이 열린다. 유영하고 싶은 세상을 마음대로 고를 수도 있다. 독창적인 지성을 꽃피웠던 고대 그리스, 라틴 문학의 황금기를 이뤘던 아우구스투스 시대,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중심지 피렌체를 거니는 요즘이다. (주말에 글쓰기 문우들과 함께 강진 여행을 따녀올 계획이라) 딱 일주일 간은 다산 선생의 19세기 초 조선으로도 가고 싶다. 혼자 있어도 흠뻑 빠져들 세계가 있음은 공부인으로서의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