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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벌벌 떨며 사발을 집어 든다.
사발 안에 든 사약을 들이마신 사내가 피를 토하며 쓰러진다.
화완옹주와 함께 이산을 모략하고 당쟁을 주도한 정후겸의 최후다.

그 날, 정후겸은 낚시를 다녀왔다.
인생에서의 마지막 날을 낚시를 하고 유배지로 돌아왔다.
그 곳에는 홍국영과 군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홍국영과 정후겸은 이생에서의 마지막 술자리를 가진다. 간단한 술자리다.

홍 : 낚시를 다녀오셨다 들었습니다.

정 : 그랬네. 이곳에 와 쭈욱 포구에서 낚시대를 들이대고 있었지.
그러고 보니 내 번잡했던 마음이 달래지더군.
어쩌면 날 낳아준 친아비처럼 그렇게 평생을 어부로 살았어도 나쁘지 않을 거란 생각을 했었어.
내 괜한 쓸데없는 얘기를 했군. 이제 조정을 쥐고 흔들 권세를 쥔 자네한테는 공연한 소리가 될 텐데 말이야.

홍 :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의 인생이라는 게 어부로 살아도 한 평생, 만인지상의 권세를 누리고 살아도 똑같은 한평생일 뿐이지요. 눈 떴다 감으면 똑같이 구름처럼 흩어지고 마는 인생인데 어부로 산다한들 임금으로 산다한들 따지고 보면 뭐 그리 유별한게 있겠습니까.

정 : 그렇다 해도 자네는 권세가 좋겠지. 아니 그런가?

홍 : 네. 어차피 다르지 않다 해도 전 신나게 한바탕 놀다 갈 겁니다.

정 : (남은 술을 마시며) 술은 이제 그만해야겠네. 자네가 가져온 것이 이 술 만은 아닐 것이니 말야.

홍 : 영감...

정 : 그래도 자네가 와 줘서 고맙네. 내 자네가 보고 있다면 오기가 생겨서라도 초라하게 죽지 않으려 애를 쓸 테니 말야.


홍국영과 정후겸의 마지막 대화다.
아... 많은 생각이 든다. 권세가 무엇이란 말인가!
이렇게 마지막에는 평범한 어부의 삶을 동경하게 되는 것뿐인데...

천하를 쥐고 흔들던 중전마마와 화완옹주, 정후겸 등 노론 벽파 일당이 드디어 죄값을 치뤘다.
<이산> 47회가 되어서야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가슴을 치며 원통했던 원한이 풀어졌다.
이것을 보기 위해 9일동안 5회분부터 47회 분까지 미친듯이 밤을 새며 보았다.
이 역당들이 모두 죄값을 치뤄야 속이 후련해질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생각했던 만큼 마음이 후련하지도 않고, 편하지도 않다.
권세가 덧없고, 내가 가졌던 감정이 덧없다.

사도세자를 당쟁으로 인해 저 세상으로 보낸 혜빈마마의 한은 얼마나 많을까?
옥에 갇혀 있는 화완옹주에게 혜빈마마는 이렇게 말했다. 나의 마음을 참 정확히도 표현했다.

"생각보다 그리 마음이 편치 않네요.
내 그토록 바라던 일인데 막상 이 꼴을 하고 있는 옹주를 보니 그저 옹주가 한 짓이 한스럽고,
내가 그동안 품었던 원망이 다 무엇이었나 속절없기만 합니다."


정후겸이 의금부에 투옥되었을 당시, 홍국영이 그를 찾았다.
정후겸은 "잘 보고 새겨두게. 이것이 자네가 그토록 원하던 권세의 끝이니까.
그리 멀지 않을 걸세. 권세를 두 손에 웅켜쥐면 쥘 수록 그 순간은 더 빨리 다가오겠지.
결국 자네도 나와 같은 꼴을 당하게 될 것이네.
이런 꼴로 주저 앉아 지금의 나처럼 누군가의 비웃음을 사게 될 것이야."

홍국영의 대답이 의미 심장하다. "글쎄요. 물론 그럴 수도 있겠죠.
허나 너무 심려지 마세요. 저는 손에 쥔 권세를 절대로 놓치 않을 것입니다."
훗날 홍국영의 권세는 세도정치라 불리울 정도로 초고속 비상을 하게 되고,
누구보다 빨리 추락의 길을 걷게 된다. 그는 좌천된 후 지병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권세에서 물러나게 된 것이 32세, 죽음을 맞이한 나이가 33세였다.
권세를 두 손에 웅켜쥐면 쥘 수록 끝이 빨리 찾아온다는 정후겸의 이야기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그런데, 저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목숨을 걸고 부와 권세를 쫓았던가!
최고, 최대의 인생을 추구하기보다
의미와 영원을 추구하는 인생이 더 행복하다.

글 : 한국성과향상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 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

Posted by 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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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nne 2008.03.27 05: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원을 추구하는 삶이라.
    아마도 그것은 주님을 따라, 주님을 위해 사는 삶인가요.
    어제 봤던 동영상이 갑자기 생각이 납니다.
    "Stay hugry, stay foolish"
    선생님. 오늘이 와우 마지막 정모입니다.
    앞으로 삶에서 '와우조각가'로 살아가겠습니다.
    "Stay hugry, stay foolish"

    • 보보 2008.03.27 06: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와우 마지막 정모가 있는 날이네. 기분이 이상하다... 아쉬움이 들기도 하고 팀원들에 대한 기대감이 들기도 하고... 아!

    • 혁군 2008.03.31 02: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벌써 2기는 마지막 정모군요... 그리고 그 동영상 저도 감명깊게 봤습니다^^ 스티브 잡스 졸업축사 맞죠?

    • anne 2008.03.31 20: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언제봐도 감동적이더라구요.
      글로만 읽다가, 동영상으로 보니 더 감동적이예요!
      혁군님(?)은 잘지내고계시죠
      인재특강때 뵐 수 있으면 좋겠어요
      많이 바쁘신것 같던데 꼭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