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어느 평범한 날의 7가지 일상

카잔 2014. 4. 22. 20:26

 

1.

미뤄왔던 몇 가지의 일을 처리했다. 처리한 일은 빙산의 일각이고 해야 할 일들이 여전히 많이 남았다. 일감 바구니의 넘침은 최근 일주일 동안, 세월호 침몰 소식을 접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낸 탓도 있지만, 평소의 게으름과 미루는 습관 탓이 더 크다. 이번 주 내내 박차를 가해야겠다.

 

2.

아픈 친구에게 전화했다. 목소리에서 아픔이 묻어났다. "목소리가 안 좋네, 아프냐?"가 나의 첫 인사였고, "잘 쉬셔" 가 끝인사였다. 통화 내용은 뻔했다. 기력이 없어서 누워 있다는 얘기, 언제가 특히 아팠다는 얘기 등등. 또 하나의 뻔한 사실 : 내가 해 줄 말이 거의 없다는 것.

 

3.

헤어컷 할 시기를 또 미루고 있다. 구렛나루 머리칼이 엄지손가락 길이가 될 정도다. 이번엔 짧게 잘라볼 생각이다. 진행 중인 탈모에 정면 승부를 거는 셈이다. ('미녹시딜'이라도 꾸준히 발라야지.) 헤어컷을 미루니 이것저것 몽땅 미루게 된다. '깨진 유리창 법칙'에 빠지는 느낌이다. 월말마다 헤어컷을 하자.  

 

4.

오늘은 박지영 씨의 발인식이 있는 날. (그녀야말로 진정한 캡틴이었다.) 장례식장은 인하대병원, 불과 55km 떨어진 곳이지만 가진 않았다. 여러 블로거들의 방문기를 보니, 유가족들이 방문객에게 고맙다는 일일이 전한 것 같다. 고맙다는 말은 그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인데... "따님과 언니는 정말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고인은 경기도 광주 시안추모공원에 안장됐다. 

 

5.

점심 약속 이후, 오후엔 카페에서 일했다. 늘 가던 곳이 아닌 새로운 카페에서. (항상 비슷하게 살아가는 것 같아서 자꾸 새로움을 시도하는 요즘이다. 새로운 만남, 새로운 도전 등) 서울 시내(특히 강남)엔 카페가 정말 많다는 사실을 절감하며, 삼성동 탄천 인근의 한적한 카페를 택했다.

 

 

6.

『몽테뉴 수상록』을 읽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고전들 그리고 몽테뉴 당대(16세기)의 역사를 이해하면 읽기 수월해지는 책이다. (다행하게도 실날 같은 지식을 가진 주제들이다.) 책은 내용 자체도 좋았지만, 공부할 의욕과 동기를 불어넣어 주어 신이 났다. '페르시아 제국을 비롯한 고대사를 공부해야지.'

 

7.

와우애니(9기들)과 단체카톡을 주고 받았다. 안건은 2014년 와우 TMT(전체기수 MT)! 막바지 준비에 박차를 가하면서도, 준비팀에서 꺼낸 MT 연기에 대한 의견도 검토했다. (세월호 사고의 슬픔 때문이다.) 가고 싶은데도 분위기에 휩쓸리거나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은 와우 스타일이 아니다. 마음이 침통한데 예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연기 여부를 오늘밤 10시에 카톡 회의로 결정하기로 했다.

 

 

하루가 지났다. 시간을 내어 나의 행위들을 돌아보며 주요한 일들을 기록하는 것은 유익하다. 진솔한 기록일수록 유익이 커진다. 나의 어리석음을 직면하여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날들을 성찰할 때, 스스로 부끄러워지도록 조금씩 지혜로워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