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타이타닉호 선장은 정말 영웅인가?

카잔 2014. 4. 21. 10:34

 

5일 동안 날마다, 슬프고 답답한 마음으로 세월호 침몰 현장 속보를 접했습니다. 뉴스 시청을 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생존자들의 구조 소식을 간절히 기다렸지만 엿새째인 오늘까지 무소식입니다. 침통한 감정에 잠겼다가 가끔 이런저런 생각도 했습니다. 3가지의 생각을 공유합니다.

 

1.

"선장은 배와 운명을 같이 한다"는 뱃사람의 자랑스런 전통을 져버린 세월호의 이준석 선장! 뉴욕타임스는 그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언론은 일제히 이 소식을 전하며 영웅적 리더십을 보인 '스미스 선장'을 덧붙여 소개했다. 1912년 타이타닉호와 함께 바다 속으로 침몰한 에드워드 스미스 선장.  

 

당시 선장과 선원들은 어린이들과 여성을 먼저 탈출시켰다. (남성 생존율이 20%에 불과했지만, 여성 생존율은 74%에 달했다.) 한 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끝까지 영웅적 면모를 보인 선원들과 함께 스미스 선장도 타이타닉호를 마지막까지 지켰다. 당대 최고 선장의 마지막 장면은 아름다웠다. 

 

이로써 스미스 선장은 아름다운 전통을 남겼다. 모든 선장이 자랑스러운 전통을 이어갈 책임감과 리더십을 지닌다면 얼마나 좋을까! (위대한 리더십은 박지영 승무원에게 전수되었지만, 아쉽게도 그에게는 선장이 지닌 전권은 없었다.)

 

계승해야 할 아름다운 전통은 어디에나 있을 것이다. 나의 직업에도, 나의 가정에도 그리고 넓게는 우리 나라에도 말이다. 세월호 사건이 내게 묻는다. 지켜야 할 아름다운 전통은 무엇인가? 누구나 직업인으로써 계승해야 할 아름다운 전통이 있을 것이다. 자꾸 내 직업의 선배들을 떠올리게 된다. (집안의 어른들도.)

 

 

2.

에드워드 스미스 선장은 당대 최고의 선장이었다. 40년의 경험을 지닌 그는 초화화 유람선을 많이 운행하여 '억만장자들의 선장'이라 불렸다. 그는 대중에게 알려진 그대로의 영웅이었나? (선장의 책임 소재 여부는 타이타닉호 사건에 연관된 중요한 의문 중 하나다.)

 

'폴 라우든-브라운'(Paul Louden-Brown)은 제임스 카메룬의 영화 <타이타닉>의 역사 자문을 맡았던, 타이타닉호 사건의 최고 전문가다. ('타이타닉호'의 선박사인 화이트 스타라인 사를 연구한 『The White Star Line』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에게 비친 스미스 선장은 어떤 인물일까?

 

"영웅이 아니라 재앙을 빚어낸 장본인이죠. 상황에 비능률적으로 대처했거든요." 구조 요청을 위해 폭죽을 쏘아올렸지만, 폭죽의 시간 간격이 잘못되어 아무도 타이타닉호의 재난을 알지 못했다. 폴은 잔잔했던 그날의 날씨를 감안하여 구명정에 사람들을 더 태웠어야 했다고도 지적했다. 다음은 볼프 슈나이더가 자신의 저서 『위대한 패배자들』에서 지적한 스미스 선장의 실수들이다.

 

탐조등과 망원경을 설치하지 않았다. (그래서 멀리서는 빙산을 발견하기가 힘들어졌다.) 신참 선원들을 구명 보트에 배정했다. (이는 규정과 어긋난다.) 야간 관찰로는 다소 부족한 2명의 선원만을 망대 위에 배치했다. (일반적으로 야간엔 선교와 뱃머리에 2명을 더 배치했다.) 속도를 너무 빨리 냈다. (현대의 과학기술은 당시 시속 40km였던 속도를 절반으로 줄였을 경우엔 빙산을 피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스미스 선장의 마지막 순간은 아름다웠다. 분명 따를만한 본보기였다. 하지만 빙산이 많다는 수차례의 경고를 들었음에도, 선장으로서 적당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실수였다. 세월호가 안전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고 하나, 그도 비슷한 실수를 범했던 것이다.

 

언론은 지금까지의 선박 사고들을 사례로 들며, 세월호나 서해 훼리호 등이 모두 화물 적재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고 전한다. 나는 또 자문한다. (살면서 혹은 일하면서) 반드시 지켜야 할 기준은 무엇인가? 실패와 실수를 줄일 최소한의 기준들이 있지 않을까?

 

3.

세월호 침몰 이튿날부터 시간이 날때마다 TV 뉴스를 보며 지냈다. 잠들기 직전까지 그리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생방송으로 전해지는 세월호 사건 소식을 접했다. 많이 울었고, 자주 분통을 터트렸다. 위기에 대응하는 정부의 무능은 이미 여러 차례 비난 받았지만, 언론사들의 비전문적인 기사도 답답했다. 국민일보의 아래 기사는 앞서 말한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  

 

"1912년 4월 10일 영국에서 미국 뉴욕으로 처녀항해에 나선 타이타닉호가 나흘 만에 북대서양에서 침몰한 사건은 비극이었지만, 끝까지 승객의 탈출을 돕다가 배와 함께 수몰된 에드워드 존 스미스 선장을 후에 손가락질한 사람은 없었다. 스미스 선장은 승객 중 어린이, 여자, 남자 순으로 탈출하도록 했고, 공포탄을 쏘며 이성을 잃은 승객들이 질서를 유지하도록 했다. 2200명 가운데 1500명이 숨졌지만 스미스 선장의 책임감 있는 대응으로 700명은 목숨을 건졌다. 스미스 선장의 고향인 영국 리치필드는 그의 업적을 기리고자 동상을 세우고 “영국인답게 행동하라(Be British)”는 그의 마지막 말을 새겼다."

 

사실과 다른 기사를 전했다고 답답한 것이 아니다. 한 언론사의 실수로 그쳤다면, 단순히 오보 정도로 넘어갈 일이지만, 방송사마다 스미스 선장을 칭송했다. 나는 언론사들의 일률적이고 무비판적 태도가 답답했던 게다. 날마다 새로운 뉴스를 전해야 하는 방송사의 힘겨움 때문이겠지만, 언론사 역시 놓치지 말아야 할 언론사의 책임과 기준이 있다.

 

언론중재위원회에서 규정하는 언론의 책임 중 하나는 "언론에 의한 보도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 알 권리를 보호, 신장"하는 것도 물론이다. 객관적 사실이 아닌 정보를 전하는 것은 심각한 실수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다음의 요강만큼은 우리 나라의 모든 언론사가 지켜주기를 바란다. (정부가 무언가를 숨기려고 외압을 가하더라도 말이다.)

 

"신문윤리실천요강은 16개 조 65개 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조에서 언론의 자유와 책임, 독립을 되풀이해 명시하면서 외부 압력이나 유혹, 청탁을 거부하고, 건전한 여론 형성에 힘쓰며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금지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 [네이버 지식백과] '언론윤리강령'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