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세월호 참사, 침통한 주말

카잔 2014. 4. 19. 10:33

 

1.

눈만 뜨면 TV를 켠다. 밤새 한 명이라도 구조되었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나흘 연속으로 실망뿐이다. ‘1초가 시급하다’는 뉴스 자막의 말에 화가 치민다. 1초? 1초라고! 벌써 72시간도 더 지났는데 1초라니, 현실을 모르는 뜬구름 같은 말이라 허망하다. 희생자들과 유가족의 소식에 울음이 차오르더니 눈물이 뺨을 흐른다.

 

“선실이 더 안전합니다. 움직이지 마세요.” 아, 빌어먹을 안내방송! 도대체 어떤 연유로 이런 참담한 안내를 했단 말인가. 아이히만처럼 끔찍이도 순응적인 선원의 무지 탓일까. 상황파악과는 도무지 거리가 먼 선장의 무능한 판단력 때문일까. 공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기적인 리더십의 소산일까. 답답하다, 정말.

 

2.

오늘은 지인들과 와인박람회에 갔다가 저녁에는 와인 시음회를 하려던 날이다. 오래 전부터 계획했던 즐거움이지만, 박람회와 시음회를 모두 취소했다. 6개월 만에 참여하는 와인 행사임에도 아쉬움이 전혀 없었다. 세월호에 갇힌 학생들을 생각하면서 주말동안 그에 걸맞는 시간을 보내고 싶을 뿐이다.

 

내일은 어디론가 가야겠다. 박지영 씨를 조문하러 갈까, 교회에 기도하러 갈까. 마음은 박지영 씨 조문을 향하지만, 기도를 선택할 것 같다. 장례식 장엔 수많은 조문객들과 언론의 조명이 있을 것 같아서였다. 마음속에 거리가 멀다는 이유도 있으려나? 그보다는 관심 받는 곳이라는 이유가 훨씬 더 큰 것 같다.

 

3.

최진실 씨가 사망했을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나는 검은색 정장을 차려 입고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정선희 씨에게 전할 편지와 조의금 5만원을 넣은 흰색 봉투를 가슴에 품고 나는 고인에게 인사를 했다. 나의 마음이 담긴 편지와 봉투를 전하자마자 서둘러 병원을 나왔다. 좀 더 머물고 싶었지만 연예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식사라도 하고 오고 싶었다. 고인에 대한 생각,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 등에 잠기고 싶었다. 식사는 그런 시간을 벌기 위한 모양새인 셈이다. 하지만 이휘재, (아마도) 임창정 등이 앉은 모습을 보니 들어갈 수가 없었다. 인적이 드물 것 같아 밤 12시에 갔기에 앉을 자리는 이곳저곳에 있었지만 그냥 돌아왔다.

 

고인과 마지막 인사라도 한 것처럼 잘 갔다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무엇보다 편지가 정선희 씨에게 잘 전달되기를 바랐다. 당시 남편의 죽음에 이어 친한 친구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을 생각하며 되지 않을 줄 알면서도 위로의 마음을 몇 자 적었던 것. 박지영 씨 유가족에게도 그런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