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봄바람과 함께한 문학 수업

카잔 2014. 4. 11. 23:45

 

1.

GLA <서양문학사> 강좌를 수강하는 이들과 함께 봄 나들이를 떠났다. 봄꽃도 구경하고 수업도 진행하는 세나절 동안의 여행이었다. 출발지는 안국역 1번 출구 앞 스타벅스. 우리는 다섯 동네(순서대로 안국동, 소격동, 삼청동, 가회동, 계동까지의 동네)를 거닐었다. 

 

윤보선길을 따라 정독도서관까지(삼청동), 정독도서관 맞은 편에 있는 아트선재(소격동), 정독도서관 좌측 골목길에서 삼청동 카페 골목 가는 길(삼청동), 삼청동 주민센터로 맞은 편 골목 사이로 난 오르막을 올라 북촌 한옥마을(가회동)을 걸어다녔다. 마무리는 서울중앙고등학교 정문 앞 계동길(계동).

 

 

2.

인사동, 삼청동, 계동에는 볼거리와 맛집이 많다.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명소다. 추천하는 맛집을 꼽아 두자면, 백년이 넘는 전통의 '이문설렁탕'(인사동네거리에서 가깝다), 남도한정식으로 유명한 '장원'(안국역 3번 출구 현대건설 골목 안), 칼국수와 만두 맛이 기가 막힌 '삼청칼국수'(정독도서관 인근) 등. 나열하기에 끝이 없을 정도다.

 

우리는 가격대 저렴하고 무난한 맛 그리고 삼청동 분위기가 나는 '삼청화'에 갔다. 동행들의 입맛과 한끼에 지불할 용의가 있는 가격대를 몰라 고른 집이다. 요리와 식사를 불문하고 인원수 대로 시켰더니 푸짐하다. 오후 2시를 향해가는 시각이라 시장 또한 반찬이 되어 맛나게 즐겼다. 여럿이 어울려 먹는 즐거움을 느끼면서.  

 

3.

삼청동과 북촌한옥마을을 처음 왔다는 이가 2명, 여러번 왔었다는 이가 2명이었다. 삼청동과의 첫 대면이든, 구면이든 모두들 나름의 즐거움과 신선한 감격을 느끼기를, 마음 속으로 바라며 걸었다. 어찌하다 보니, 나는 4월 들어서만 세번째 방문이다. 

 

나는 무엇이 좋은 걸까? 조금씩 자세히 알게 되는 맛이 새롭기도 하지만 더욱 큰 기쁨은 따로 있다. 아름다움의 중매쟁이가 되는 일! 누군가가 나의 소개로 멋진 풍광, 풍요로운 문화, 훌륭한 책을 만난다면, 나는 그것이 즐겁다. 아름다운 어떤 것 - 나 - 누군가, 이 사이에서 매개체로 존재하기 말이다.   

 

4.

문학 수업은 원불교문화원에서 운영하는 <살롱 마고>에서 진행했다. 창경궁 골목길에 위치한 <마고>는 첫눈에 반했던 카페다. 2시간 짜리 수업을 진행하기에도 맞춤한 공간도 있어서 벼려왔던 곳이다. 조용한 명상 음악을 틀기도 하고, 종종 재즈도 들려준다. 우리는 이곳에서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문학'을 공부했다.

 

내가 수업을 잘하는 것인지, 수강생들의 열정이 뜨거운 것인지 모르겠지만(쑥스럽지만 두 가지 모두일 거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두 시간에 가까운 도보 나들이 후에도 집중하여 수업을 즐겼다. 수업을 하며 든 생각. '아! 공부를 더 해야겠다. 더 깊으면서도 더 쉽고 명료하기 가르치는 선생이 되기 위하여! 다음 기수를 진행하기 전까지 문예사조별 주요 작품을 연구해야겠다.'

 

5.

저녁 식사까지 함께 하고서, 우리는 창경궁 맞은편에 있는 카페 <학아재>로 갔다. 지나치면서 보아둔 가 보고 싶은 카페였다. 들어설 때의 느낌은 인테리어의 특이함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느낌이었다. 메뉴판을 보면서는 조금 아쉬웠다. 가격대가 셌다. 가격에 대해선 동행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하지만 나는 이 카페를 좋아하게 됐다. 비싸다는 느낌은 주문한 메뉴들이 나오자 사라졌다. 정성 가득하게 셋팅된 음료와 사이드 푸드들이 참으로 예뻤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버하는 남자 직원의 매너도 일품이었다. 카페 밖에서 눈여겨 봤던 독립된 공간으로 자리를 이동하고 나서 만족도가 더욱 높아졌다. 짧은 회의나 1시간 정도의 수업을 하기에도 참으로 매력적인 공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