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유쾌한 아침, 독서계획, 변경연 여행

카잔 2014. 4. 8. 08:40


1.

기분 좋은 아침이다. 무엇 때문일까.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 것, 간단하게나마 보일러실을 정돈한 것 그리고 와우들의 GLA (인문 강좌) 독서 과제를 읽은 것이 유쾌한 아침을 만들었다. 세 요소가 조화를 이룬 덕분이지만, 특히나 수강생의 독서 과제가 준 즐거움이 컸다. 기한을 놓친 이들도 있지만, 제출한 과제들이 충실했다. 학생들의 성실한 학습 태도는 선생의 기쁨이다.


4월의 과제 주제는 르네상스 문학이다. 수강생들은 4주 동안 셰익스피어의 희곡 3편과 몽테뉴의 『수상록』을 읽어야 한다. 지난 주엔 『햄릿』을 읽었다. 저마다의 독서 리뷰를 읽으며 즐거웠던 것은 질문이 살아있는 리뷰가 많았고 특히나 한 분은 수업 내용 중 특정 주장에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질문을 던지고 회의하는 태도야말로 인문 정신으로 가는 지름길이니, 선생이 흥겨울 수 밖에!


2.

2014년 4월의 독서계획은 세 가지 키워드다. 셰익스피어, 몽테뉴, 퇴계! '한 달'이라는 기간은 하나의 키워드에 집중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지만, 진행하는 강좌를 준비하다 보면 어쩔 수가 없다. 지난 기수의 강좌 때, 기본적인 준비를 해 두었지만 새롭게 읽고 싶은 책들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다음과 같은 책들! (퇴계는 조금 생뚱맞은 등장이지만, 2014년 와우 TMT를 안동으로 떠나기에 껴안게 된 키워드다.) 


- 권오숙 『셰익스피어 그림으로 읽기』

- 파크 호넌 『셰익스피어 평전』

- 엔게쓰 가쓰히로 『르네상스 문학의 세 얼굴』

- 몽테뉴 『수상록』

- 이황 『자성록』, 『성학십도』


 

3.

지난 주말엔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이하 변경연) 1박 2일 총회 여행을 다녀왔다. 변경연 여행은 풍광이나 문화 유산을 구경하기보다는 신입 연구원을 맞이하고 한해 운영을 결산하는 행사에 가깝다. (일년 동안 수고할 새로운 연구원 대표를 선출하는 것도 이때다.) 이런 단체여행을 떠날 때마다 내면에 잠들어 있떤 개인적 자아가 나를 유혹한다. '너, 단체 생활 싫어하잖아. 주말을 호젓하게 혼자 지내.'

 

약속에 대한 책임감과 지금 새로운 기수를 만나지 않으면 좀처럼 인사를 나눌 기회가 없다는 생각, 그리고 내주에 있을 추모제보다 여행에 참석하는 인원이 적다는 이유 등으로 유혹을 떨쳐냈다. 하지만 알찬 여행이 되진 못했다. 아마도 나만 그랬을 것이다. 첫째날 점심 식사 때 먹은 막걸리 두 잔에 심한 두통이 찾아왔다. 오후 3시 30분에 숙소에 들어가 다음 날 아침 6시 30분이 되어서야 일어났다.


여행의 절정 타임을 모조리 방에서 앓느라 보낸 것. (에고야, 참 아쉬운 일이다.) 시간 내어 갔지만, 나는 막걸리 두 잔에 앓아누운 약골 이미지만 남기고 돌아왔다. 설상가상 출발하는 버스 안에서 했던 자기소개도 망쳤다. 한 연구원은 왜 그리도 소개를 못하냐고, 다른 연구원은 얼굴이 벌개질 정도로 부끄러워 하더라는 말을 전해 주었다. 살다보면, 이런 여행도 있다. 그래도 난 그날 공동체의 일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