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2014년 6월 4일에 해야 할 일

카잔 2014. 3. 29. 13:53

 

1.

오늘자 신문을 보니 서울시장 후보들을 대상으로 100문 100답이 실렸다. (중앙일보 3월 29일자) 조선시대에는 서울시장에 해당하는 관직을 '한성판윤'이라 불렀단다. 조선왕조 500년 역사에 1133명의 한성판윤 중 우리가 아는 분들도 많다. 황희 정승, 오성과 한음의 한음 이덕형, 암행어사 박문수 등이 한성판윤을 거쳐갔다 한다. (거쳐갔다는 표현을 쓴 것은 한성판윤의 평균 재직기간이 5개월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9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유일하게 국무회의에 들어가는 서울시장은, 국방과 외교권만 없는 소통령이 비유된단다. 대권 후보로 가는 발판으로 여겨지는 까닭이다. 그 중요한 서울시장을 올해 뽑는다. 서울시장 및 지방선거일은 6월 4일이다. (법정공휴일임을 확인하며 기뻐한 것이 나의 정치의식 수준이다.) 네 명의 후보를 조금이라도 알아보려고 신문 지면을 펼쳐 시시콜콜한 100문 100답을 읽었다.

 

2.

눈에 화악 들어온 것은 '가장 인상 깊었던 한 권의 책'을 묻는 질문이었다. 호칭을 생략하고 정리했다.  

박원순. 『권리를 위한 투쟁』,『그들은 소리내 울지 않는다』

정몽준. 『로마인 이야기』,『대망』

김황식. 『대망』

이혜훈. 『링컨은 신문과 싸우지 않는다』

 

 

『대망』은 야마오카 소하치의 일본 대하 역사소설을 말하는 걸까? 어쨌든 유일하게 중복되는 책이다. 고작 네 명이 수천 만권의 책 중에서 골랐는데, 겹치는 책이라니. 아무래도 같은 업(정치인)을 가진 이들 네 명이기에 가능할 것이다. 연령, 직업이 전혀 다른 네 명이 '단 한 권의 책'을 추천한다면 겹칠 확률은 극히 적을 테니까. 여하튼 『대망』은 20대부터 관심만 두었었는데, 종종 우연하게 접하게 되는 책이다.  

 

서울대 사회학과 송호근 교수의 『그들은 소리내 울지 않는다』는 의외였다. 소통과 경청을 강조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답변이었기에 의외성이 풀렸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50대와의 교감을 이뤄낸 책이기 때문이다. (나는 50대는 아니지만 재밌게 읽었다. 아니, 필요한 부분까지 읽다가 말았다. 책이 시시해져서가 아니라, 나의 필요가 끝나서.) 

 

『링컨은 신문과 싸우지 않는다』의 부제는 '언론을 활용해 위기를 극복한 한 대통령의 이야기'다. 정치가와 리더에게는 대중 이미지는 중요하다. 대중 이미지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선전과 언론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나폴레옹의 신화적 이미지를 창조한 천재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의 후회를 다룬 <놀라운 TV 서프라이즈>를 보면서도 나는 선전의 중요성을 새삼 확인했다. (내가 홍보와 선전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아쉽게도 내 삶의 기술로서가 아니라, 세상사 이해를 돕는 키워드로서다.)

 

 

『권리를 위한 투쟁』은 법학계의 고전이다. 독일의 법학자 푸돌프 예링의 책이다.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시리즈로 번역된 책이 있다. <고전의세계> 시리즈는 완역은 아니지만 내가 아끼는 문고본이다. 해제가 압권이다. 원전의 중요한 대목을 일부 번역하고서 역자의 상세한 해제를 실어둔 식이다. 150~200페이지의 분량에다 작은 문고본이다 손에 쥐고 다니며 사색하면서 읽기에 제격이다. (물론 고전들이다 보니 관심이 없거나 관련 지식이 전혀 없으면 독해가 쉬운 책들은 아니다.)

 

 

『로마인 이야기』는 대학시절 3권까지인가 읽다가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멀어진 책이다. 그 사이 15권까지 완간되었지만 지금까지 읽을 기회를 찾지 못했다. 고대 로마에 대한 이런저런 책을 읽었는데, 언젠가 시간을 내어 『로마인 이야기』을 읽어볼 생각이다. 편파적인 지식들이 꿰어질 것이라 기대한다. (최근 시오노 나나미의 르네상스를 다룬 에세이를 읽었는데, 훌륭한 내용이어서 기대가 커졌다.)

 

3.

선거일은 살면서 가장 공평한 대접을 받는 순간이다. 100억을 가졌든 100원을 가졌든 똑같은 한 표만을 행사한다. (공평함을 맛보라는 권유로 당신을 선거장으로 유혹할 생각은 없다.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선거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니까. 나는 권리를 찾기 위한 노력과 의무를 다하기 위한 노력의 균형추를 맞추며 살고 싶다.) 서울시장 후보 중에 누구를 선택해야 하나? 질문을 내게 던졌다. 이내 부질없는 질문임을 깨달았다. 내겐 투표권이 없고만. 나는 양평시민이니까. 아니다, 양평군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