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좋은 삶은 좋은 하루를 사는 것

카잔 2014. 3. 23. 21:44

 

1.

어제(22일)는 피곤한 하루였다.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 40분까지 "인문학, 무엇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강연을 진행했다. 청중들은 무척 만족스러워했다. 그것이 내게 기쁨이다. 마음은 즐거웠지만 몸은 피로했다. 강연에 몰입하는 날은, 내가 강연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강연이 나를 이끈다. 강연 중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피로감이 강연 종료와 더불어 몰려든다. 어제가 그런 날이었다.

 

강연 후에는 와우팀원의 출간기념회가 있었다. 이제 막 저자가 된 창연에게, 2시간 30분 동안 오롯이 관심을 주었다. 다른 와우들도 그러했으리라. 모든 정리가 끝나고 나니 10시였다. 나는 망설임 없이 양치질만 하고서 차를 몰고 나섰다. 변화경영연구소 9기 연구원들의 마지막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강화도로! 시간이 많이 늦은데다 쉬고 싶었지만, '가지 말까' 하는 갈등은 없었다.

 

최소한의 예의라도 지키고 싶었다. 그간 교육팀의 일원으로 너무 무심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참석을 바라는 문자가 오기도 했다. 문자 덕분에 갈등 없이 나설 수 있었다. 펜션에 도착한 시각은 밤 11시 40분이었다. 9기들은 모두 깨어 있었고, 4시간 동안 의미있고 유익한 대화를 나눴다. 다행하게도 9기 연구원들은 나와의 대화를 즐거워하신 듯 했다. 기쁘고 감사한 일이다. 

 

모두들 잠자리에 들 때, 나는 서울로 향했다. 돌아오는 새벽길, 상쾌하기보다는 졸음이 몰려와 몽롱했다. 몹시 피곤했지만 아주 오랜만에 육체적 에너지가 방전될 정도의 하루를 살았다는 느낌이 들어 기분 좋았다. 유쾌한 피로감이다. 강연, 출간기념회, 강화도에서의 대화가 모두 의미 있었기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지금도 어제를 돌아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2.

2014년 3월 22일은 참 좋은 하루였다. 선생으로서 학생들을 만족시키는 수업을 했고, 누군가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행사를 진행했으며, 서로 존중하며 마음이 오가는 대화를 나눴다. 좋은 하루의 축적이 좋은 삶의 비결이다. 이상이 원대할수록 일상에 애정과 에너지를 듬뿍 주어야 하는 까닭이다. 

 

(어제가 아름다웠다고 해도 오늘은 새롭게 살아야 할 또 다른 하루다. 나는 아름다운 과거를 음미할 줄 아는 낭만을 잃고 싶지 않다. 어제의 영광을 이어가지 못한 채로 지난 날들을 그리워하는 회상에 잠겨 살고 싶지도 않다. 과거의 추억, 오늘의 삶, 내일의 꿈... 추억, 삶, 꿈을 모두 소중히 여기며 살리라! 

 

 

3. 

인문학 수업을 되돌아본다. 쉬는 시간을 제외하고서도 7시간 30분이나 되는 긴 수업이었다. 배움을 향한 열정이 가득한 이들과 함께하는 수업은 행복이다. 내가 즐길 수 있는 주제면 금상첨화다. 어제는 내가 강연을 즐기고 있음을 느낀 수업이었다. 무엇 덕분일까? 학생(와우들)과 선생이 신뢰를 주고받는 관계라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일 테고, 그간 신바람나게 공부해 온 결실이기도 할 것이다.

 

오늘은 인문학의 본질과 인문학을 공부하는 법 그리고 그리스의 역사와 문학을 다뤘다. (수업 내용이 궁금하면 어느 와우의 인문학 수업후기<purereading.net/40208936931>를 보시길.) 앞으로의 인문학 공부와 그리스의 주요 고전을 읽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 무엇보다 인문학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동기부여를 일으키도록 준비했던 수업이었고, 목표를 달성했다.

 

이제 <일리아스>, <헤로도토스의 역사>,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그리고 3대 비극작가(아이스퀼로스, 소포클레서,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작품들을 읽을 것이다. 앙드레 보나르와 김진경 교수님의 책을 참고도서 삼아 학생들과 함께 원전에 도전할 텐데, 재밌을 거란 기대와 잘 읽어들 내실까 하는 염려가 어우러져 묘한 긴장감이 든다. (참고로, 고대 그리스 문학과 역사의 주요 작품들을 정리해 둔다.)

 

<고대 그리스 문학의 고전들>

장르

작 가

작 품

특 징

서사시

호메로스

 

헤시오도스

아폴로니오스

『일리아스 Ilias』

『오뒷세이아 Odysseia』

『신들의 계보 Theogonia』

『아르고 호 이야기』

트로이 전쟁이야기

영웅 이야기

그리스신화의 계보 정리

고대 그리스의 성장소설

서정시

아르킬로코스

삽포

핀다로스

 

자유의 전사

사랑의 시인

올림피아의 영광을 노래

비극

아이스퀼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아가멤논』

『오이디푸스』

『메데이아』

비극의 아버지

비극의 완성자

영향력 있는 아웃사이더

희극

아리스토파네스

『아리스토파네스 희극전집』

풍자의 대가

역사

헤로도토스

투키디데스

크세노폰

『역사』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페르시아 원정기』

설화성, 호메로스적

객관성

소크라테스의 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