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단잠을 자는 듯한 개나리

 

아침 미팅이 있어서 일찍 집을 나섰다. 약속 장소로 가는 길을 석촌 호수길로 택했다. 호숫가를 걸었다. 꽃봉오리가 올라왔을지도 모른다는 거란 생각으로 가지마다를 살폈다. 벚꽃은 아직이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서울에서의 벚꽃 절정기는 4월 15일을 전후한 날들이다. (아래 그림 참조) 나의 경험에 따르면, 석촌 호수 벚꽃길은 서울시내 명소다.

 

 

 

계단을 올라오니, 아직은 옅고 작은 노란색 꽃봉오리가 보였다. 개나리였다. 주말에 다시 와서 보아야겠다. 2~3일이면 꽃을 틔울 것이다. 나는 갓 피워올린 그 싱싱한 생명을 목격하고 싶다. 향기에 취하고 자태에 넋을 잃고 싶다. 마테를링크의 『꽃의 지혜』라도 읽으며 자연으로부터 배우고 싶다.

 

계절마다 어김없이 피었다 지는 봄꽃! 

피고 짐은 순간이다. 과거의 미래 사이의 좁은 틈, 현재를 살아야 봄꽃을 즐길 수 있다. 일상 속에 깃든 행복도 마찬가지리라. 창조되는 행복이 있는가 하면, 발견되는 행복도 있으니까.

 

3월은 나태주 시인이 떠오르는 계절이다. 1945년 생이니 올해로 일흔에 접어든 노시인은 지난 해 3월에 시화집 『너도 그렇다』를 출간했다. (구입하기보단 선물 받고 싶은 책이 있는데, 이 책이 그렇다.) 시를 짓고 그림을 그려 넣은 예쁜 책에는 유명한 '풀꽃'도 실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너'가 누굴까? 그저 풀꽃인 걸까, 아니면 사랑의 대상일까? 해석의 여지를 남겨 메시지가 다양하게 변주되기를 허용하는 것도 예술가들의 재능 중 하나다. 사실, 세상만사 모두가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 묘미가 발견되리라. 풀꽃도, 그대도, 자녀들의 재능도... 그리고 삶의 행복도.

 

돌아오는 길에 보았던 올해의 첫 서울 개나리 (3월 21일, 석촌호수)

Posted by 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