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피곤과 슬픔이 뒤범벅이 되어

카잔 2014. 6. 30. 23:59


1.

오늘은 중요한 일정이 많았다. 밤새 준비하느라 새벽에 1시간 30분만을 자고 하루를 시작해야 했다. 얼른 일을 끝내고 호스피스 병동에 있는 친구에게 가야 한다는 생각에 조급했지만, 함께 일하는 이들에게 티를 내고 싶지도 않았다. 내게는 친구지만, 그들에겐 타인이다. 어느 정도 배려는 해 주겠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두 개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나니 저녁 여섯 시였다. 대구행 7시 열차를 기다리며 기차역에서 빵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식사는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음미하는 것이지만, 요즘엔 어쩔 수 없다.) 안도감도 잠시, 열차 안에서는 ‘마음편지’를 써야 했다. 잠이 몰려왔지만, 퇴고까지 마음을 기울였다.

 

2.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넋을 잃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두 개의 빈 침대였다. 4인실이다. 지난주만 해도 세 분 할아버지와 친구가 모든 침대를 채웠었다. 친구가 그나마 양호했고, 두 분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로 수포음(그르렁거리는 호흡 소리)을 냈다. ‘그새 세상을 떠나셨단 말인가?’ 이런 생각을 하다가, 친구를 보았다. 며칠 전의 할아버지 모습을 닮아 있었다. 덜컥 무서워졌다.  

 

절로 탄식이 나왔다. 6월부터 매일같이 봐왔던 모습이지만, 며칠 못 본 사이에 너무나도 악화된 모습을 보니, 말문이 막혔다. “친구야, 다시 보자”하며 헤어졌었는데... 어제부터 이틀째 아무 말도 못하고 의식도 되찾지 못했다고 하니, 절망감이 들었다. 친구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반쯤 열린 눈꺼풀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는 시선을 맞추지 못했다. 몸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지경이 되었다. 아!

 

3.

여섯 시간 동안, 병실에 있거나 친구의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어제부터 이물감이 느껴졌던 오른쪽 눈은 계속 아팠다. 절망 탓인가? 생각할 겨를 없이 긴 하루가 지났다. 새벽부터 시작되어 이튿날 새벽 3시까지 거의 24시간을 깨어 생활한 하루였다. 피곤과 슬픔이 뒤범벅이 되어 잠자리에 들었다. 친구 가족들이 등장한 꿈을 꾸었다. 정작 친구는 등장하지 않은 게, 미안하기도... 왠지 두렵기도 했다.

 

* 본 포스팅은 날짜만 저장해 두고, 7월 3일에 쓴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