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나의 초상 (8)

카잔 2014. 8. 14. 16:27


1.

외눈박이 거인족 퀴클롭스의 나라에 도착한 오디세우스 일행은 폴리페모스라는 거인의 동굴에 갇힌다. 오디세우스는 기지를 발휘해 폴리페모스의 눈을 찔러 부상을 입히고 동굴을 탈출한다. 배를 타고 떠나면서 오디세우스는 눈을 잃은 거인을 향해 득의양양하게 외쳤다.

 

"왜 눈이 멀게 되었는지 누군가가 묻거든 그대를 눈멀게 한 것은 이타카에 살고 있는 도시의 파괴자 오디세우스라고 말하시오."

 

'도시의 파괴자'라는 말을 오디세우스는 좋아했다. 트로이 전쟁에서 트로이를 파괴한 것이야말로 그의 삶의 가장 빛나는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도시의 파괴자'야말로 그를 그답게 만드는 말이었다. 나를 제대로 소개해 주는 말은 무엇일까?

 

- 나의 사명은 실용적 글쓰기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여행하고 그리고 사랑하고!

- 줄타기의 인생! 서로 다른 가치 사이에서의 균형을 추구하는 자

 

2.

하루 중에서도 좋아하고 싫어하는 시간대가 있으리라. 나는 점심식사를 마친 후의 한 두 시간을 싫어한다. 나른해져서 활기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책은 두 가지다. 점심식사 시간을 최대한 늦추는 것. (가능하다면 점심 약속을 13시에 잡는 편이다.) 짧은 낮잠을 취하는 것. (15~20분짜리 오침을 즐기는데, 낮잠이 주는 신체적 회복에 자주 놀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대는 일몰이 하늘을 주홍빛으로 물들이는 무렵부터 저녁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하는 즈음이다. 신체적 에너지는 높아지고 하루가 저문다는 경각심이 들어 최고의 활력이 찾아들기 때문이다. 상쾌하게 기상한, 아침 기운 못지않다. 오전시간도 좋다. 깨어있는 집중력으로 공부하거나 일할 때의 기분은 참으로 좋다.

 

(야밤은 조금 부담스럽다. 잠자리에 들어 이튿날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늦게까지 깨어 있는 날이 많진 않다. 청교도적인 자기경영 스타일이 묻어난다는 점에서 나다운 어떤 것을 엿보이는 대목이다.)

 

3..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청국장과 콩국수다. 일주일에 네 번 청국장을 먹은 적도 있으니 좋아하는 편이라 해야겠지. 콩국수는 여름이면 자주 먹는 별미다. 20대 초반, 교회 앞에 있던 <와촌 손칼국시>에서 콩국수를 먹기 시작하면서 줄곧 내가 좋아하는 메뉴에 속하게 됐다. 좋아하는 콩국수 집으로는 석촌호수 인근의 <삼백집>과 동교동의 <홍대밀방>. 칠레 와인과 함께하는 맛난 마리아주도 내겐 매혹적인 음식이다. 마르께스나 1865와 스테이크를 레어로 구워 먹는 식사면 내겐 행복이다.

 

반찬이 잘 나오는 백반이나 한정식도 좋다. 여행 갈 때마다 챙겨먹는 메뉴기도 하다. 보양식도 좋아하는 편이라, 삼계탕과 장어를 좋아한다. 오리구이도 가끔 먹는다. <온누리 장작구이> 팔당본점에 종종 가곤 한다. 샐러드 뷔페도 즐긴다. <제시카 키친>을 합리적 가격이라 생각하여 자주 간다. <토다이>나 <마키노차야>는 조금 비싸서 지양하는 편이고. 지난해 부터는 샐러드 뷔페가 곁들여진 샤브샤브를 선보인 <채선당 플러스>나 <바르미>도 좋아하는 식당군에 포함됐다.


커리도 좋아한다. 서교동의 <웃샤브>는 맛과 분위기에서 아주 매력적인 인도음식점이다. 면류를 좋아하지 않지만, 시원한 막국수나 메밀국수는 가끔 먹는다. 여주 천서리 <홍원막국수>에서 먹었던 편육과 막국수는 일품이었다. 덕분에 편육과 막국수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다. 모던하거나 부띠끄한 분위기의 카페나 식당에서 내놓는 별미는 식성과는 상관없이 좋다. 분위기과 맛에 취하는 시간은 그것 자체로 행복이다. 내 안에 허영심이 있어서 그러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