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다시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다

카잔 2014. 10. 21. 11:26

 

SSD가 돌연사한 날, 용산전자상가로 향하면서 버킷리스트를 작성했다. 그럴 리가 없는데도, 인생이 끝났다는 느낌이 들었고... 허무주의에 빠질 것을 미리 예방이라도 하듯 줄곧 머릿속을 뒤적였다. 나는 길거리에서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린 사람 같았다. 시선은 이리저리 발걸음을 요리조리 옮겨다니는 사람처럼 나는 찾아댔다. 나를 힘차게 살아가게 만들어 줄, 여전히 활기차게 살아가게 해 줄 그 무언가를.

 

My Bucket List

 

인문주의를 권함

누구나 하면서 산다

낭만여행자

와우스토리

10기 와우 프로젝트

지중해 크루즈 여행

미니, 조르지오 알마니, 브레게 

메세나폴리스

신형철, 이승엽, 김민종

비밀

 

10개를 작성했고, 9개는 위와 같다. 10개 중 4개가 책 출간인 걸 보면서 '내가 작가구나' 하고 생각했다. (작가로서의 내 자의식은 오락가락한다. 이처럼 나를 작가로 인정하는가 하면, 내 부족함을 직시할 때에는 작가 지망생에 불과하다며 거부한다. 그 날은 내가 정말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위 4개의 항목이 책 제목(물론 가제들)이다. 아! 써 두었던 원고들이 그리워진다.

 

버킷리스트는 일부러 키워드만 적었다. 소원은 곧 그 사람의 어떠한 면을 보여주는 일이기에 나는 내 소원의 전부보다는 일부만 보여주련다. 신비주의가 아니라 두려움과 취향이다. 미신을 믿지는 않지만 말하면 왠지 부정 탈 것도 같고(이게 미신인가?), 왠지 하나 정도는 나만 알아두고 싶다. 그래서 하나는 비밀에 부친다. 그렇게 나만 알고 있다가 사라진 원고들을 생각하면 몸서리치게 아쉽다.

 

글이 오락가락한다. 글 쓰는 이의 마음이 롤러코스터 같기 때문이리라. 희망이 피어오르다가도 아쉬움과 그리움에 절망한다. 미래를 향한 열정의 불꽃이 지펴질라 치면, 절망감이라는 바람이 휘익 불어와 불을 꺼뜨려 버린다. 마른 지푸라기 같은 비전 그리고 불길을 살려낼 산소 같은 회복탄력성이 필요하지만, 아직은 내 안에 채워지지 못한 것들이다. 시간이 지나가면 나아지겠지... 현재로선 이것이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