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얼마짜리 시계 착용하세요?

카잔 2014. 11. 3. 11:46

 

요즘엔 핸드폰이 시간을 정확히 알려주지만, 시계는 매력적인 패션 아이템입니다. 저는 요즘 티쏘 시계를 자주 찹니다. 티쏘 트레디션 퍼페추얼, 제 시계의 명칭입니다. 시침과 분침 외에도 세 개의 작은 바늘이 요일, 날짜, 월을 가리키는 '퍼페추얼' 기능 때문에 구입했는데, 구입한지 고작 일주일 만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날짜가 맞지 않더군요. 며칠 더 지나니 요일과 월까지 오차가 났습니다. 인터넷에서 스와치서비스센터를 검색했습니다. (티쏘는 세계 시계 산업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스와치그룹에 속한 대중 브랜드거든요,) 브레게, 블랑팡, 오메가 등 하이엔드 브랜드 시계를 거느린 스와치그룹의 서비스센터 리뷰와 평점이 너무 형편 없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욕설 섞인 리뷰도 있었습니다. 불만의 요지는, 비싼 시계 팔아 놓고서 금방 고장 나더니 수리비로 엄청 바가지를 씌운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비슷한 상황이었으니 그들의 심정이 이해되었죠. 저보다 10배는 많은 돈을 주고 시계를 구입한 분도 계실 테고요. 약간의 불안과 걱정을 안고 서비스센터에 갔는데, 저는 리뷰와는 전혀 다른 서비스를 받고 왔습니다.

 

“저 시계 몰라서 고장 낸 거 아니거든요. 자기장 가까이에 놓지 않았냐는 등의 말씀은 하지 마세요. 시계는 냉장고, 텔레비전 등 가전제품 근처에도 안 갔으니까요” 리뷰에 겁을 먹은 저는 접수하면서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괜한 기우였습니다. 직원과 서비스는 친절했고 인테리어도 깔끔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마실 차와 커피 그리고 즐길 만한 잡지도 정돈되어 있었고요.

 

제 이름이 호명되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자기장 영향은 전혀 없었습니다. 날짜 요일 모두 조정해 두었고 시계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초기 세팅이 잘못 되었던 것 같습니다.” 만족스럽게 서비스를 받았고 퍼페추얼 기능은 지금까지 오차없이 작동됩니다. 그렇다면, 인터넷에 올라온 불평들은 뭘까요? 그들이 모두 진상 고객인 걸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모두들 비싼 값을 주고 구입한 시계가 고장 났으니 합당하게 분노했거나 비싼 수리비가 억울한 사람들일 겁니다. 그렇다고 불만의 원인이 스와치서비스센터에 있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저만 운 좋게 친절한 서비스를 받아서가 아닙니다. 센터에 오신 많은 고객 분들이 시계를 잘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날 서비스센터에 앉아 기다리면서, 다른 분들이 시계 수리를 의뢰하고 되찾는 상황을 지켜보았습니다. 한 고객이 수리가 끝난 시계를 받으며, 이 버튼은 뭐냐고 물었습니다. 직원은 “이건 스톱워치 기능인데요..” 하면서 시작과 리셋 버튼을 하나씩 설명했습니다. 500만원 넘는 고가의 시계를 차면서도 크로노그래프(스톱워치)의 기능을 모르는 고객이었죠.

 

저가 시계는 배터리를 교환해야 하는 전자시계가 대부분이지만, 고가의 시계는 기계식 시계가 많습니다. 기계식 시계는 손으로 태엽을 감는 수동 시계과 움직일 때마다 자동으로 태엽이 감기는 오토매틱 시계로 나뉘고요. 적잖은 분들이 시계를 잘 알지 못한 채로 고급 시계를 구입합니다. 예물시계를 살 때 종종 벌어지는 일입니다. 오토매틱 시계를 예물로 산 분이 시계가 멈추자 배터리를 교환하려 했다는 일화도 들었습니다. 서비스센터에도 그런 분들이 많았습니다.

 

시계에 대한 무지, 이게 불만의 원인입니다. 시계를 모르는 사람들은 비싼 시계에 대해 이렇게 기대합니다. ‘비싼 시계니까 고장 없이 오랫동안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겠지.’ 실상은 정반대입니다. 비싼 시계일수록 충격에 약하고, 고장이 잘 나고, 관리가 까다롭고, 수리비용도 비쌉니다. 시계에 대한 애정이 없는 분들이 기계식 시계를 구입하여 생기는 딜레마입니다.

 

기계식 시계는 까다롭습니다. 아무데나 벗어 두어도 안 되고 물과 충격이나 자기장에 취약합니다. 주기적인 관리도 해야 합니다. 기계식 시계에서 관리란 ‘오버홀’을 말합니다. 4, 5년에 한 번씩 무브먼트를 분해, 세척, 재조립하는 오버홀은 시계 가격의 1/10~1/20에 달합니다. 비싼 수입차일수록 관리비가 많이 드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비싼 시계를 고장없이 착용하는 비결이 ‘관리’인데, 비싸니까 저절로 관리되겠지 하는 인식에서 앞서 말한 딜레마가 생깁니다.  

 

“비싼 시계가 고장도 잘 나고, 수리비용도 비싸다고? 그럼 비싼 시계를 왜 사?” 이리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제가 묻고 싶은 질문입니다. 왜 사셨어요? 남에게 과시하기 위해서라면, 과시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기본 지식이 필요합니다. 제가 보기엔, 값비싼 기계식 시계는,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과 수고를 기꺼이 치를 만큼 시계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분들에게 더욱 잘 어울립니다. 

 

관리 비용을 치를 만한 애정이 있는가? 고급 시계를 구입할 때 생각해 볼 질문입니다.

 

어디 시계만 그렇겠습니까? 모든 비싼 것들은 관리를 요구합니다. 명품 가죽 핸드백이나 고급 수입차는 물론이고 흔히 쓰는 노트북 역시 관리를 잘할수록 더욱 오랫동안 제품의 가치를 누릴 수 있습니다. 관리가 필요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세상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 변하거나, 소모되거나, 마모하니까요. 소중한 것이라면 사랑을 주어야 합니다. 관리, 유지보수, 중간점검, 시간투자, 애정표현은 사랑의 다른 이름일 겁니다.

 

여러분의 중요한 물건과 소중한 사람은 안녕하신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