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나의 기대를 져버린 양말

카잔 2008. 4. 12. 13:31


옷과 구두에 어울리지 않은 색깔의 양말을 신었다. 외출하고 나서야 지나치게 옅은 색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양말이 많이 헤어져서 길거리에서 양말 2족을 5,000원에 샀다. 적당한 곳에서 양말을 갈아 신었다. 양말 하나 바꿨을 뿐인데, 기분이 좋았다.

저녁 식사를 하려는데, 양말에 구멍난 게 보였다. 발가락 부분의 봉제선이 1cm 가량 튿어진 것이다. 어이가 없었다. 2,500원을 주고 살 때에는 최소한 몇 개월은 유용하게 신을 수 있기를 바랐는데,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나 몰라라'하고 구멍이 나 버렸다. 이 놈의 양말은 내 기대를 완전히 져 버린 것이다.

근데 양발 터진 모양이 웃겨서 친구와 함께 웃었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질문이 들었다. '나를 이 세상에 보내신 이는 내게 얼마만큼의 인생을 허락하실까? 그는 나에게 어떤 것을 기대하고 계획하셨을까? 나도 그 기대를 져 버리고 '나 몰라라'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과연 기대대로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나를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떨가? 그들의 모든 기대가 내 삶의 표지가 될 순 없겠지만, 그들의 모든 기대를 나 몰라라, 하며 사는 것은 무심한 일이다. 나를 신뢰해 주는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하루를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배은하지 않고 감사로 화답하는 하루를, 망덕하지 않고 덕을 살짝이라도 실천하는 하루를.


이승환과 오태호의 앨범 <이오공감>에는 '나만 시작한다면'이라는 곡이 있다. 참 좋아하는 노랫말이다. 십수 년간 들어왔던 곡인데 여전히 좋다. 오늘은, 갓 세상에 태어난 나를 품고 기뻐하셨을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나만 시작한다면

내가 태어날 때 부모님은 날 보며
수많은 생각과 기댈 하셨겠지
어릴 때나 지금도 변함없는 건
자랑스런 나를 보여주는 일
시간은 언제나 나를 반기고
저 파란 하늘은 이렇게 날 지켜보고
나만 시작한다면 달라질 세상
나 진정 원하는 그 일을
슬프면 슬픈대로 나를 떠 맡겨도
부서지진 않을 수 있는
커다란 인생의 무대위에서 지금부터 시작이야
그 누가 무슨 말을 내 삶에 던져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내 삶의 주인은 나임을 알고 늦지 않았음을 알고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이들의 기대와 바람은 어떠했을까?

2,500원짜리 양말이 준 교훈이 꽤나 묵직했던 하루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경영지식인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