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이것이 요즘 나의 고민

카잔 2014. 11. 20. 16:26

어제 마셨던 와인으로 술병이 나 하루종일 고생했습니다. 약속은 지켰지만, 오히려 양해를 구하고 약속을 미루는 게 나을 뻔 했습니다. 대낮에 길거리에서 구토하는 모습을 상대에게 보여야했으니까요. 먹은 게 없어서 맑은 물 뿐이긴 했지만, 그래도 '대낮의 길거리 구토'는 분명 충격적 비주얼이었을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영화를 보자마자 예정되었던 밥도 먹지 않고 집에 갔습니다. 오늘 일은 언젠가 단편으로 써 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목은 뭘로 할까요? 대낮의 구토? 과잉 배려? 입으로 화단에 물주기?

 

귀가하면서 휴대폰으로 메일을 확인했더니 긴급히 회신해야 할 내용이 있더군요. 삼성카드에서 강연 요청 의뢰가 왔는데, 제 일정이 안 되니 '아쉽지만 불가하다'고 회신했습니다. 자주 가진 못하지만, 대기업에서의 강연을 즐거운 맛이 있습니다. 맨날 작업실이나 카페에 있다가 큰 회사에 가면, 묘하게도 '열심히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대학교에서 강연하는 것과는 또 다른 기분입니다. 대학교에 가면, 청춘, 열정, 회한의 감정을 느끼다가 다시 꿈을 꾸게 되고요. 

 

나는 다시 자려고 합니다. 술병으로 인한 두통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오늘 포스팅으로 <10분 글쓰기>한 내용을 싣습니다. <10분 글쓰기>는 몇 명의 와우와 함께, 그날의 제시어로 10분만 글쓰기를 하는 겁니다. 제시자는 한 사람이 보름씩 번갈아가면서 맡고요. 어제 제시어가 <요즘 가장 큰 고민은>이었습니다. 완성된 글이 아니지만... 어쨌든 제 요즘 고민은 이렇습니다.

 

요즘 가장 큰 고민이 뭐냐는 질문을 받았다. 양가 감정이 든다. '억눌렸던 마음에게 분출의 기회를 줄 수 있겠구나' 하는 반가움과 고민을 해결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한 답답함 혹은 안타까움. 거기에다 이번 기회에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상실했는지를 보여줘야지' 하는 기회주의적 피해의식도 찾아든다. 나의 선택은 이미 정해졌다. 해결 지향적 태도로 덤덤하게 고민을 다룰 것! 장례식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상주들 사이에서 덤덤하지만 정성스럽게 고인을 관에 모시는 장의사처럼, 내 고민을 만지기로 했다.

 

어떻게 『인문주의를 권함』 원고를 탈고할까?

 

이것이 나의 가장 큰 고민이다. 탈고본에 가까워진 원고를 날려버렸지만, 나는 약 100시간 정도의 작업량이 되돌려진 초고본을 건졌다. 산술적으로 100시간만 투자하면 날려버리기 이전의 원고 상태로 복원하는 셈이다. 전혀 구하지 못한 다른 원고, 학습 자료, 사진에 비하면 그나마 행운이랄 수 있지만, 두 달 동안 단 한 줄도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파일을 열어보기는 여러 번이었지만, 그럴수록 포기와 절망의 횟수만 늘어갈 뿐, 원고를 진척시키진 못했다.

 

생애 최초로 내가 쓰고자 했던 집필 계획을 98퍼센트 지켜가며 완성했던 원고라(대개의 집필은 데드라인 따로, 실제 완료 따로다), 연말까지는 무난히 출간할 줄 알았다. 허망감과 화해하고, 짜증을 이겨내며 원고를 다시 시작하는 비결 어디 없을까? 비결이나 찾으려는 태도로 고민을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다. 단호하게 마음 먹고, 벌어진 일을 후회 않고, 슬픔과 절망을 덤덤히 바라보면서, 기계적으로 원고를 붙잡고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 『인문주의를 권함』 원고는 현재의 고민이자 중요한 목표다. (11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