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자유로운 단상노트

건강에 관한 7가지 단상

카잔 2014. 11. 27. 11:29

 

 

헤르페스성 각막염이 재발해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오늘로 3일째입니다. 눈을 깜빡이다 어느 순간 갑자기 뾰족한 바늘에 찔린 듯이 통증을 느낍니다. 눈물이 주르르 흐르고 한쪽 얼굴을 찡그립니다. 더 심해질까 걱정이지 일상에 지장 줄 정도는 아니니 견딜 만합니다. 사람인 이상 ‘항상’ 건강할 순 없겠지만, 생애 대부분의 시간을 건강하게 보내고 싶은 저로서는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1.

운동은 하루의 시간을 축내지만, (대체로) 인생을 길게 만들고 일상에 활력을 채워 줍니다. 운동은 훈련이요 숙제입니다. 제가 정의하는 훈련이란, 훗날의 좋은 결과를 위해 하기 싫은 과정을 감당하는 과정입니다. 훈련을 어렵고 귀찮게 만드는 것은 좋은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인과관계는 복합적이니까요. 식습관이 엉망이고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아도 암에 안 걸릴 수 있고, 평균 이상의 건강관리를 하는 이도 질병에 걸리곤 하죠. 건강한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는 건강해질 ‘가능성’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2.

불확실성이 가득한 인생입니다. 합리적 이성에 따른다면 가능성이 높은 쪽을 선택하는 게 당연하지만, 이 ‘가능성’이라는 놈이 문제를 일으킵니다. 운동을 안 해도 건강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근거로, 자신에게 긍정의 가능성만을 선사하는 겁니다. 운동하지 않는 남은 한심스러워하면서도 자신은 괜찮을 거라고 낙관하는 태도 말입니다. 경영 전략은 장밋빛 시나리오와 함께 ‘최악의 시나리오’도 검토합니다. 좋은 전략은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대비하고요. 모든 것들이 빛과 그늘을 가졌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인생사를 낙관적 관점으로만 대하는 것은 불완전한 인식입니다.

 

3.

도박의 세계에서 고위험은 매혹적입니다. 고수익의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인생에서도 안전을 포기하면 수익이나 유익을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전제일이라는 원칙이 무시되고 간과되는 까닭입니다. 정부에게는 안전을 요구하면서도 스스로는 안전보다 유익을 추구하는 개인은 몰지각합니다. 운전에서는 안전보다는 스피드를, 투자에서는 고수익을, 인생살이의 선택에서는 안전지향보다는 모험지향을 선호하는 개인이라면 적어도 기업, 단체, 정부의 안전 불감증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안전 불감증이 옳아서가 아니라 자신과 타인을 판단하는 잣대의 공정함을 위해서 말입니다.

 

4.

자기기만과 자기합리화도 문제입니다. 운동을 하지 않거나 과식을 하고 나면 게을렀다거나 식욕을 절제하지 못했다고 시인하면 될 것을, 운동할 시간이 없었다거나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할 상황이었다고 말합니다. 과소비 성향을 가진 이가 옷을 지른 후에 “수고한 나에게 선물했다”고 표현하는 것과 비슷한 경우입니다. 삶의 진보는 자기 정직성에서 출발합니다. 토익을 준비한다면, 시험 점수로 자기 수준을 확인하고 전략과 계획을 수립해야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현재의 점수 확인, 이것이 진보를 부르는 자기 정직성입니다.

 

5.

건강을 위한다면, 정직하고 용기 있게 건강 지표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측정 없이는 관리도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30대는 2년에 한 번, 40대부터는 매년 건강검진을 해야 한다고 권장합니다. 검진 결과 나오는 체중과 BMI 지수 등 기본적 건강 지표들에 대한 이해는 기본입니다. 이상 소견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겠지요. 건강 검진 언제 받으셨나요? 안전을 인간에게 적용한 것이 건강이라면... 일이 바빠서, 아직 젊어서, 돈이 아까워서, 시간이 없어서 등의 이유는 모두 안전 불감증의 다른 표현이 아닐까요?

 

6.

“왠지 이걸 안 하면 숙제 안 한 것 같아서 가장 최소한의 시간을 들여서 (운동을) 하고 있어요.” 배우 김희애 씨의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운동은 숙제입니다.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지만, 하지 않으면 찜찜하고 부담을 주는 숙제 말입니다. 운동을 좋아한다는 이들도 지금의 몸매 수준을 유지하거나 다른 이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마지못해 하는 이들도 많더군요. 성적을 유지하거나 선생님의 칭찬을 받으려는 학생들처럼. 운동과 숙제를 즐기는 소수자들은 축복 받은 사람입니다. 필수지만 피하고 싶은 과업을 즐겁게 행하면서도 성적과 건강이라는 보상까지 받으니까요.

 

7.

건강한 삶을 위해 특별한 비법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우리 모두 알고 있으니까요. 건강한 식습관, 꾸준한 운동,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해소! 건강관리의 특급 원칙들입니다. 뻔하고 시시하지만, 이것이야말로 건강으로 가기 위한 왕도입니다.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는 비법 발견보다 원칙 실천이 중요하고, 우리에게는 원칙을 행하라는 제안보다 원칙의 실천을 돕는 구체적인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과학적 이론에 기반을 두면서도 살아서 펄떡이는 노하우 말입니다.

 

그래서 단기 프로젝트 하나를 기획했습니다. 2015년 1월 한 달 동안, 매주 한 권씩의 건강 관련 도서를 읽고 북토크를 나누는 모임입니다. 12월 중 공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