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2015년 성찰일지 (1)

카잔 2015. 1. 18. 21:29

2015년이 보름 남짓 지났다. 사람의 생애 첫 한 두 해가 비슷하듯이 누구나 새해 첫 한 두 주는 비슷하게 보낼 것이다. 새해 결심을 그런대로 지켜낸다는 점에서 말이다. 나는 2주를 그런대로 잘 살았다. 헤르페스 각막염이 살짝 재발했지만 이내 가라앉았고, 힘든 일이 있었지만 용기와 인내를 가지고 소통에 임했다. 철학 수업 준비에도 성실히 임했고, 날려버린 원고의 처음부터 다시 쓰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지난해보다 성장한 나로 올해를 살고 싶었기에.  

 

1.

고트프리트 마르틴 『진리의 현관 플라톤』, 미하엘 보르트 『철학자 플라톤』. 플라톤 이해에 도움을 얻은 두 권의 책이다. 남경태 선생의 『개념어 사전』은 읽다가 너무 쉬워서 내려놓았다. 『문학비평의 이해와 활용』이라는 책은 교과서적인 책인데, 비평은 혼자 오래 고민해 온 주제라 새로운 통찰을 얻지는 못했지만 갖고 있던 지식을 정리할 수 있었다. (교과서의 미덕이리라.)

 

책의 내용 중 비평가가 취해야 할 태도에 관한 대목이 있다. "고전주의 문학자인 알렉산더 포프의 저서 『비평론』을 참고할 수 있다. 그는 비평가의 태도로 공정, 겸양, 예의, 성실성을 제시했다. 그리고 진실한 판단력을 방해하는 요인인 교만, 전체를 보지 못하고 부분만 보는 위험성, 무정견, 당파근성을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매튜 아놀드의 유명한 논문 <현 단계의에 있어서의 비평의 직능>에서 밝힌 비공리적인 자세와도 상통하는 것이다."

 

이 서술만으로 공정, 겸양, 예의, 성실이라는 비평가의 태도를 익히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저 인지할 뿐이다.  이처럼 교과서는 종종 이론만을 전달한다. 교과서들의 특징인지, 이 책이 시시한 교과서여서인지 가늠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것을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노하우에 대해서는 무지한 교과서는 싫기에 이 책도 1/3 즈음 읽다가 그만 두었다. 나는 항상 통합적 관점을, 적어도 이론적 깊이와 실제적 방법론을 동시에 추구함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이것은 유익이랄 것도 없다. 항상 느끼는 것이니.  

 

데이비드 실즈의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이하 『문학은 어떻게』)와 지난해 말부터 읽고 있는 『정확한 사랑의 실험』은 흥미롭다. 『정확한 사랑의 실험』은 영감을 주고 저자의 필력도 좋다. 따로 포스팅할 책이다. 『소설가의 일』, 『행복을 철학하다』, 『스토너』, 『걸작에 관하여』,『그림 없는 미술관』, 『통찰의 시대』, 『마니』 등을 구입했다. 올해는 매주 한 권은 읽고 싶고, 한달에 한 권은 정말 멋진 책이구나 하고 감탄하고 싶다. KPOP STAR 이진아의 노래가 간절해진다. 

 

2. 

영화 <허삼관>을 관람했고 리뷰를 썼다. 인간적인 허삼관의 매력과 사랑스러운 일락이 덕분에 다소 길고 지난했던 일락이 아버지의 (공주, 대전, 용인, 성남, 서울 동대문으로 이어지는) 고군분투 매혈기도 눈 감고 볼 수 있었다. 연말에 보았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감상 버전과 비평 버전 두 개로 나누어 글을 썼다. 감상 버전은 블로그에 포스팅해 두었다. (www.yesmydream.net/2225)

 

3.

다시 집필을 시작했다. 포스팅이 아닌 집필을 시작했다는 것은, 내게는 적잖은 감동이다. 여전히 하루에도 서너 번씩 잃어버린 원고들이 떠오르지만, 썼던 원고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열 받는 일이지만, 양평 서재로 옮겼던 책을 되가져와야 하고 다시 문장을 다듬어야 하는 일이 시간낭비처럼 느껴지지만...... 별 도리가 없다. 출간을 원하면 다시 쓸 수 밖에.

 

『누구나 하면서 산다』의 프롤로그를 썼다. 원래는 다섯 가지 꼭지였는데 네 개까지 복원했다. 아니 다시 썼다. '복원'한다는 생각을 하면 문장이 자주 막힌다. 기억해내려 집중하다가 보니 흐름이 엉망이 되는 것이다. 그저 새롭게 '창조'한다는 생각으로 쓰는 게 낫다. 그렇다고 해도 기억의 도움은 필요하다. 다섯 가지 모두 중요한데, 하나가 아직은 기억이 안 난다. 프롤로그는 와우카페에 공유했다. 완성되지 못한 책의 일부를 공유하는 일은 이런저런 이유로 꺼리게 되는데, 유실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앞섰ㄷ.

 

『낭만여행자』를 가장 먼저 쓰고 싶었지만, 이것은 문장까지 꼼꼼히 다듬어가며 진행했던 원고라, 아직은 열받아서 다시 시작할 수가 없다. 우선 19일부터 『인문주의를 권함』 퇴고부터 마칠 생각이다. 이 원고는 150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탈고하여 출판사에 넘길 수 있을 정도의 파일이 내게 있다. 거의 탈고까지 마친 원고라 조금만 힘을 내면 끝마칠 수 있을 것이다. (『낭만여행자』는 원고가 완전히 유실되었지만, 『인문주의를 권함』 은 초고본을 건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