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나는 지성의 탐정이다

카잔 2015. 9. 16. 17:45

고수는 자신을 찾아온 이를 성급하게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신이 걸어온 고난의 여정이 눈에 밟혀 그의 청을 수용하기가 주저되고, 그 과정을 견뎌내는 것이 그에게 가치 있는지를 몰라 그를 살펴보게 되고, 그와 주고 받을 학습과 전수의 관계맺음이 두려워 용기와 포기 사이를 거닐게 된다. 

 

반면 기술과 지혜가 없는 이들의 권함은 거침이 없고, 주저함이 없고, 두려움이 없다. 고단한 훈련의 여정을 겪은 바가 없고, 개인이 지닌 고유함을 이해하지 못하고, 위대한 관계를 위해 제자를 진정으로 아껴본 바가 없기 때문이다. 탁월한 기술과 깊은 지혜를 지닌 이들의 신중한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자기도 읽지 못하는 책을 권하고, 스스로 오른 적이 없는 산맥을 가리키고, 자신도 뛰어들어 본 적이 없는 강으로 선동하는 이들의 가르침 속에 깃든 허망과 기만이, 언제부터인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이 작은 부분에서나마 이제 맹목을 벗어나기 시작한 셈이다.

 

이 벗어남은 영속적이지 않다. 젊은 날에는 눈 밝았던 이들이 나이 들면서 어두워지거나 아예 눈을 감아 버리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인생을 살아내는 훌륭한 이들도 있다. 성경의 말씀을 떠올린다. 오직 선 자는 넘어질까 두려워하라. 다산의 호도 가슴에 새긴다. 여유당!

 

푯대가 될 만한 스승보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인물이 더욱 많은 세상이다. 지성을 꿈꾸는 청년은 일종의 숨바꼭질 놀이를 하는 셈이다. 꼭꼭 숨어 있는 (그것이 텍스트든, 인물이든, 예술이든) 지혜와 지성를 찾아내는 놀이! 나는 이 놀이의 술래요, 탐정이다. 밝은 눈과 열린 귀, 영민한 두뇌를 갖기 위해 훈련하는 지성의 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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