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음식물쓰레기를 버릴 때 화나는 일들

카잔 2008. 5. 17. 23:59

#1. 음식물쓰레기통에 비닐 봉지까지 버리는 사람들

며칠 전 쉰 김치를 버릴 때, 음식물쓰레기통에 김칫국물이 흘러들어갈까 봐 뜰채에다 꽉 짜서 버렸다. 이처럼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때면 혹여나 물기가 남아 있거나 이물질이 들어갈까 주의하여 버리곤 한다. 그렇게 신경 써서 버리는데, 음식물쓰레기통 뚜껑을 여는 순간, 화가 날 때가 있다. 누군가가 비닐봉지까지 버려 둔 것이다. 나는 지저분한 것을 싫어한다.(^^) 지저분한 것을 만지는 것은 더욱 싫어한다. 어찌할 수 없이 비닐봉지를 꺼내야 하는 이런 상황도 싫다. 봉지를 끄집어내 별도로 분리하고 나면, 집에 들어와 두세번 손을 닦는다. 음식물쓰레기통에 비닐 봉지까지 버리는 사람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상한 것은 내 방은 늘 정리 정돈이 잘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부끄부끄 ^^ )

#2. 음식물쓰레기통에 비닐 봉지를 걸쳐 두는 사람들

음식물을 담아 온 비닐봉지를 되가져가지 않고 뚜껑에 닫을 때 뚜껑 사이에 끼워 두는 사람들도 있다. 첫번째 유형보다 조금 덜 화가 나긴 하지만 이들도 반갑지는 않다. 바람에 날려가지 않도록 한 그들의 호의에 고마울 수도 있겠으나, 나는 그들의 조금 더 나은 뒷처리를 기대한다. 방금 전,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왔는데, 오늘은 유난히 걸쳐져 있는 비닐봉지가 많았다. 내가 가져간 비닐 봉지에 모두 담았더니 5~6개가 되는 것 같다. 에공! 이럴 수가 있나! 화난다. 그래도 치워야 한다. 6개의 비닐 봉지 중에는 평소에는 그러지 않다가 다른 이들이 여러 개의 비닐 봉지를 남겨 두었으니, 자신도 슬쩍 합류했을지도 모른다. 원칙이 지키기 힘든 이유는 때로는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3. 대책

- "비닐봉지를 되가져 갑시다"라는 얘기를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써 붙여 보자. 저 문장 그대로 쓰면 전혀 호소력이 없을 것 같다.
- 다시 한 번 비닐 수거용 임시 쓰레기통을 만들어보자. 지난 번 시도시 효과가 있었다. 문제는 나의 사후관리가 지속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 오늘처럼 군소리 없이 내가 비닐봉지를 걷어내는 것이다. 묵묵히 하다 보면, 변화될까? 이 대책이 효과적인지는 잘 모르겠다.
- 강남구청에 의뢰해 보자. 발로 뚜껑을 여는 쓰레기통과 음식물쓰레기통 옆에 비닐봉지를 버리는 쓰레기통을 설치해 달라고 말이다.


*

열받고 와서 이 시각에 블로그에 이런 글을 쓰는 나도 참 웃긴다. 이럴 땐 꼭 주부가 된 것 같다. 분리수거에 각별한 애정(^^)이 가는 것을 어쩌랴! 아마도 이 글을 읽으면 남자가 정말 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 호호호. 괜찮다. 이게 나인걸.
정말 괜찮다. 다른 부분에서는 남자다운 모습도 있다고 생각하니깐. 하하하.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며 안철수의 원칙론이 떠올랐다. 그는 리더십의 핵심으로 원칙과 일관성을 들며 이렇게 말했다. 나의 가슴을 쳤던 말이다. 

"매사가 순조롭고 편안할 때 원칙은 누구나 지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원칙을 원칙이게 만드는 힘은 어려운 상황, 손해를 볼 것이 뻔한 상황에서 그것을 지킬 때 생겨납니다. 상황이 어렵다고, 나만 바보가 되는 것 같다고 한두 번 원칙에서 벗어나면 그것은 진정한 원칙이 아닙니다."

모든 탁월한 일이 그렇듯이 원칙을 지키는 사회로 나아가는 것도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된다면, 음식물쓰레기통에서의 원칙을 지키는 것은 훌륭한 시작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작은 일도 원칙을 지켜 훌륭히 처리하는 것! 손해를 감수하고서도 지켜가는 것. 이것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에 일조하는 것이다.
(나 혼자 신났다. 음식물쓰레기통에 대한 얘기가 아름다운 세상으로까지 커져버리다니. 주책이다)

글 : 한국성과향상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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