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친구에게

카잔 2008. 5. 31. 21:27
친구야,

오늘 하루는 어떻게 지냈니? 나는 오랜만에 짧은 자유 시간을 가졌다. 오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진행된 교육이 끝나니, 저녁에는 이것을 할 수도, 저것을 할 수도 있는 나만의 자유 시간이 생겼어. 네가 알다시피 이번 주는 현대경제연구원 촬영 원고를 작성하느라 약간의 부담감을 안은 채 지냈잖우. 긴장이 풀려서인지 여느 때와는 다르게, 내게 주어진 몇 시간의 자유 시간에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하늘을 올려다보니 초여름의 햇살이 나를 반겼다. 내 곁에 그 사람이 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지. 하지만 어쩌니. 지금은 없는 걸.

와우팀원 한 명에게 전화를 걸어 몇 마디를 나누고 끊었다. 일찍 귀가하는 게 나쁘지는 않았지만, 햇살이 나를 어딘가로 부르는 것 같더라. 그런데 그다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없었어. 좋아하는 파리바게트의 소보루빵을 사려고 했는데, 다 팔려 모카빵과 치즈가 들어간 빵을 사서 집으로 향했지. 6시가 살짝 넘은 시각에 집에 도착! 혼자 누리는 자유가 나를 반겼다. 이런 시간을 홀로 천천히 자유롭게 잘 즐기는 편인데, 가끔씩은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이 찾아 함께 찾아오기도 한다. 오늘이 그랬다.

 

세 시간 동안 뭐 했나 싶어 저녁 시간을 되돌아보려는데 문득 네 생각이 나네. 오늘 같은 날, 너와 밤데이트를 하고 나면 싹 풀릴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보고 싶다. 친구야. 오늘 프로야구는 보았는지 궁금하고, 와이프는 서울에서 돌아왔는지 궁금하고 그리고... 네 목소리가 궁금하다. 어제 통화했는데, 나 왜 이러니? ^^ 이 글을 마무리하고 나면 9시가 넘은 시각이지만 잠깐 나갔다 오려 한다. 우리 집 앞에 던킨도너츠가 하나 더 생겼는데 분위가 좋더라고. 거기서 5월을 마무리하고 싶어서 말야. 너랑 함께 하면 참 좋을 텐데...


얼마 전, 메가박스 코엑스점 앞에 있는 커피숍에서 함께 차 마셨던 거 기억나니? 그 때, 너랑 친구로 살아온 게 고마워서 눈물 날 뻔 했잖우. 네 존재 자체가 어찌 그리도 고마운지! 나의 10대를, 20대를 함께 해 준 친구야... 참 고맙다. 친구 덕분에 나는 지난 날들을 돌아보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다. 우리의 30대도 함께 하는 시간이 지금보다 많아지길 희망해 본다. 소박한 바람인데도, 서울과 대구에 멀리 떨어져 있으니 예전처럼 자주 만나는 게 쉽지만은 않겠지? 괜히 벌써부터 아쉽다.

우연히 5년 전쯤 너에게 쓴 편지글을 발견했다. 너에게 전했는지는 기억도 안 난다. 아래에 옮겨 볼테니 한 번 읽어보렴.
 편지는 하나가 더 있다. 이것은 개인적인 얘기가 많아 너에게 직접 건네야겠다. 조만간 고향으로 한 번 내려가마. 그 최고의 발마사지 샵에도 함께 가자. ^^

*

요즘 아무런 걱정도 없고, 그럭 저럭 일도 잘 풀린다.

그래서 그게 걱정이다.

내가 무언가에 도전하고 있지 않기에,

그저 어제처럼 살고 있기에...

실패가 두려워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저 푸른 초원 위에]라는 드라마를 보는데,

최수종(차태웅 역)이 여자 친구 어머니에게 엄청난 인격적 모욕을 당하는 장면을 보았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주도적으로 반응하는 그의 모습을 보았다.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참고 최선의 반응을 선택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나 역시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다.

말이 우습지만, 뭔가 나에게 치욕과 고통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하기도 했다.

그런 치열함이 있을 때 더욱 성숙하고 보다 처절하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차태웅은 지금 이 순간을 치열함 속에서 살아가는데

나는 지금 이 순간을 나태함 속에서 보낸다는 것은 정말 싫다.

그래서 그런 나태함은 그저 생각만으로 끝내려고 한다.

절대 그런 일이 나의 삶 속에 실현되는 것을 그냥 둘 수는 없다.

그래서, 난 오늘도 힘차게 뛴다.


치열하게 살고 싶다.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독인으로서의 역할과 동시에 사회인으로서의 역할을 모두 감당하려면

200%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나는 치열함을 사랑한다.


길을 걷다가 "일병 이희석" 이라고 외치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끓어오른다.

내 안에 군에 대한 소망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군 생각만 하면 걸음이 빨라지고 미소가 지어진다.

이왕이면 내일은 이렇게 맞이해야 하지 않겠는가!

미소 지으며 반길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행복 아니겠는가!

힘찬 걸음으로 담대하게 내일을 향해 전진할 수 있다면

다소 쓰라린 실패라 하더라도 그 속에서 배움을 건질 용기 정도는 가진 자가 아니겠는가!


나 그렇게 살 거다.

좀 더 치열하게... 좀 더 신실하게... 좀 더 치열하게...

좀 더 고생하며, 좀 더 열심으로 살아갈 거다.

내 생이 다하는 그 순간에는 내 모든 에너지가 다 소진되길 바라며~


어제는 코엑스 반디앤루니스 서점에서 생각을 하다가,

지금 이 순간은 정말 소중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가슴이 쿵쾅거렸다. 지금 내가 헛된 일로 낭비할 시간이 없음을 느끼며

일초라도 더 아끼고 싶었다. 이런 열정으로 일생을 살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너에게 전화하여

"우리 정말 정직하고 열심히, 성실한 자세로 살자"라고 했다.


오늘은 열정과 흥분으로 잠자리에 드니

정말 꿈나라에 다녀올 것만 같다.
환상적인 그 나라로 나 지금 떠나려 한다.


안녕!

2003년 3월, 친구 석이가


*

나, 저 때 왜 저렇게 비장하대니? 하하하. 편지를 읽다 보니 네 목소리가 듣고 싶어 방금 전화를 했다. 10분 넘게 우리는 수다를 떨었고 유쾌해했다. 너는 몇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잖아도 화창한 오늘 햇살을 보며 내 생각을 했다는 얘기, 대학교 시절 함께 수업 듣고 혹은 함께 땡땡이 치며 놀았던 기억이 떠올랐다는 얘기. 그리고 지난 해 하루 일을 마치고서 갑자기 내가 보고 싶어 새벽 2시에 서울에 나타났던 얘기. 이것 모두가 언제 이야기해도 즐거운 우리들의 추억이구나. 
사실, 너에게 전화할 때부터 그냥 모든 것 제쳐 두고 확 내려가 버릴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내일 오전부터 있을 교육을 생각하며 부드럽게 만류한 네 속 깊은 마음이 고맙다. 그리고 보고 싶다.

나는 오늘, 집으로 돌아와 프로야구를 보았고, 내일 있을 와우모임을 위해 방정리를 하고, 세탁기를 돌렸다. 그렇게 3시간이 지났다. 이제 2008년 5월이 3시간 남은 셈이다. 한 달이 지나가는 이 시간에, 너는 뭐 하고 있니? 하루 매출을 돌아보는 시각이지만, 월말이니 한달을 돌아보며 월 매출을 헤아리고 있겠구나. 헤아리는 손이 즐거웠으면 좋겠고 네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으면 좋겠다. 혹 원했던 만큼의 성과가 아니더라도 일하는 방식을 통하여 너의 꿈을 이뤄가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졸립기 전에 나도 어서 나의 한 달을 돌아보련다. 

오늘 글은 옮겨 쓴 내용도 있어서 지금 쓴 글은 많지도 않은데 한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이런 저런 네 생각을 하며 쓰느라 그랬나보다. 에공. 던킨도너츠에는 못 가겠네. 한 달 돌아보기는 내일로 미뤄야겠다. 그래도 기분이 좋다. 삶이 우정에 의해서도 충만해질 수 있음을 너로 인해 느꼈기 때문이다. 시드니 스미스라는 나도 잘 모르는 사람의 말로 글을 맺는다.

"삶은 우정에 의해서 풍성해진다. 사랑하고 사랑받는다는 건 살아가는 최대의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