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음식물쓰레기통에 비닐 봉지까지 버리는 사람들

며칠 전 쉰 김치를 버릴 때, 음식물쓰레기통에 김칫국물이 흘러들어갈까 봐 뜰채에다 꽉 짜서 버렸다. 이처럼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때면 혹여나 물기가 남아 있거나 이물질이 들어갈까 주의하여 버리곤 한다. 그렇게 신경 써서 버리는데, 음식물쓰레기통 뚜껑을 여는 순간, 화가 날 때가 있다. 누군가가 비닐봉지까지 버려 둔 것이다. 나는 지저분한 것을 싫어한다.(^^) 지저분한 것을 만지는 것은 더욱 싫어한다. 어찌할 수 없이 비닐봉지를 꺼내야 하는 이런 상황도 싫다. 봉지를 끄집어내 별도로 분리하고 나면, 집에 들어와 두세번 손을 닦는다. 음식물쓰레기통에 비닐 봉지까지 버리는 사람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상한 것은 내 방은 늘 정리 정돈이 잘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부끄부끄 ^^ )

#2. 음식물쓰레기통에 비닐 봉지를 걸쳐 두는 사람들

음식물을 담아 온 비닐봉지를 되가져가지 않고 뚜껑에 닫을 때 뚜껑 사이에 끼워 두는 사람들도 있다. 첫번째 유형보다 조금 덜 화가 나긴 하지만 이들도 반갑지는 않다. 바람에 날려가지 않도록 한 그들의 호의에 고마울 수도 있겠으나, 나는 그들의 조금 더 나은 뒷처리를 기대한다. 방금 전,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왔는데, 오늘은 유난히 걸쳐져 있는 비닐봉지가 많았다. 내가 가져간 비닐 봉지에 모두 담았더니 5~6개가 되는 것 같다. 에공! 이럴 수가 있나! 화난다. 그래도 치워야 한다. 6개의 비닐 봉지 중에는 평소에는 그러지 않다가 다른 이들이 여러 개의 비닐 봉지를 남겨 두었으니, 자신도 슬쩍 합류했을지도 모른다. 원칙이 지키기 힘든 이유는 때로는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3. 대책

- "비닐봉지를 되가져 갑시다"라는 얘기를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써 붙여 보자. 저 문장 그대로 쓰면 전혀 호소력이 없을 것 같다.
- 다시 한 번 비닐 수거용 임시 쓰레기통을 만들어보자. 지난 번 시도시 효과가 있었다. 문제는 나의 사후관리가 지속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 오늘처럼 군소리 없이 내가 비닐봉지를 걷어내는 것이다. 묵묵히 하다 보면, 변화될까? 이 대책이 효과적인지는 잘 모르겠다.
- 강남구청에 의뢰해 보자. 발로 뚜껑을 여는 쓰레기통과 음식물쓰레기통 옆에 비닐봉지를 버리는 쓰레기통을 설치해 달라고 말이다.


*

열받고 와서 이 시각에 블로그에 이런 글을 쓰는 나도 참 웃긴다. 이럴 땐 꼭 주부가 된 것 같다. 분리수거에 각별한 애정(^^)이 가는 것을 어쩌랴! 아마도 이 글을 읽으면 남자가 정말 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 호호호. 괜찮다. 이게 나인걸.
정말 괜찮다. 다른 부분에서는 남자다운 모습도 있다고 생각하니깐. 하하하.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며 안철수의 원칙론이 떠올랐다. 그는 리더십의 핵심으로 원칙과 일관성을 들며 이렇게 말했다. 나의 가슴을 쳤던 말이다. 

"매사가 순조롭고 편안할 때 원칙은 누구나 지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원칙을 원칙이게 만드는 힘은 어려운 상황, 손해를 볼 것이 뻔한 상황에서 그것을 지킬 때 생겨납니다. 상황이 어렵다고, 나만 바보가 되는 것 같다고 한두 번 원칙에서 벗어나면 그것은 진정한 원칙이 아닙니다."

모든 탁월한 일이 그렇듯이 원칙을 지키는 사회로 나아가는 것도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된다면, 음식물쓰레기통에서의 원칙을 지키는 것은 훌륭한 시작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작은 일도 원칙을 지켜 훌륭히 처리하는 것! 손해를 감수하고서도 지켜가는 것. 이것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에 일조하는 것이다.
(나 혼자 신났다. 음식물쓰레기통에 대한 얘기가 아름다운 세상으로까지 커져버리다니. 주책이다)

글 : 한국성과향상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

Posted by 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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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18 12: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보보 2008.05.18 11: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하하. 공감해 주시니 반갑고 감사합니다. ^^
      본인에 대하여 이렇게 살짝 소개해 주시는 센스까지 있으시니 유쾌한 기분이 드는군요. 집의 주인장은 손님이 왔다 가면, 때로는 어떤 분이실까, 하는 궁금함이 들 때가 있거든요.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하는 데에 실례가 되는 경우가 있겠습니까. 정겹고 고마운 일이겠지요. 그런 조우가 기다려지네요. ^^

  2. 2008.05.18 12: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하..오늘도 어김없이 웃음을 주시네요. 아 정말 너무 잼있어요~ 표현력과 음악선정 능력이 정말 탁월하심을..웃음주심에 다시 감사함니당

    • 보보 2008.05.22 15: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 이 음악의 의중을 눈치채신 듯 하네요.
      심각한 화가 아니라, 오히려 유쾌함이 묻어나는 화였지요. 치우면서 즐거웠으니까요. 그럼에도 개인의 즐거움으로만 끝나서는 안 될 일이기에 뾰루퉁한 글을 쓰고 싶었답니다. 나의 분노를 표현하기보다는 누군가의 공감을 얻고 싶었는데... 그래서, 함께 아름다운 사회(또 주책)를 만들어가자고 말하고 싶었던 게지요. ^^

  3. 세계평화 2008.05.19 04: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음식물은 어머니가, 재활용분리수거는 거의 제 담당인데요. 우유팩 다 먹고 나서 헹구어서 버리는 것을 곧잘 잊어버리곤 하는데..^^; 더 신경써야겠네요~

    • 보보 2008.05.22 15: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재활용분리수거는 뿌듯함이 느껴지면서도 깔끔한 일이지 않나요? 특히 플라스틱류와 종이류를 분리수거할 때의 그 상쾌함과 짜릿함이란... 캬!

  4. 2008.05.19 11: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보보 2008.05.22 15: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탁월한 음식물쓰레기처리자의 3대 특성
      1. 신독(?) : 남이 보지 않아도 버릴 것만 버린다.
      2. 성실(?) : 집 안에 쌓이지 않도록 매일 버린다.
      3. 스피드(!) : 냄새에 질식하지 않도록 빨리 처리한다.

      스피드는 유진님의 글을 읽고 추가한 덕목입니다. 덕분에 훌륭한 음식물쓰레기처리자의 3대 특성을 완성케 되어 기쁩니다. ^^

  5. 유나인 2008.05.19 13: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위대한 성인들은
    가장 단순한 행동조차도 뚜렷한 차별성이 있었고
    예술가다운 정교함이 깃들어 있었다.
    -내면 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 /고든 맥도날드

    보보님이 추천해주신 이 책 말입니다....^^
    느므느므 괜찮다는^^


    매일 영적 성장에 기름 부어달라고 기도하면서
    정작 영적 성장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이 책에 그 해답이 있네요.

    체계적이고 말끔하고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책입니다...^^

    • 보보 2008.05.22 15: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 날(엔제리너스 커피숍), 나인님의 하나님을 향한 열심을 보고 이 책을 좋아할 거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좋은 책이지요. 좋은 삶으로 하나님께 화답하시리라 기대합니다.

      인용하신 구절을 읽고 제가 괜히 으쓱해지네요.
      (교만아~ 물럿거라. ^^)

  6. 똔지 2008.05.19 15: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섬세함이 더욱 남자답지..^^

  7. 초록이 2008.05.21 10: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공감합니다.
    전 화나는 것이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면 안되는 것들, 예를 들면 뼈다귀나 밤껍질 버리는 것이 화나던데..
    저희 동네는 비닐봉지 수거함이 따로 있어요. 관리사무소에 건의해보세요, 함 하나만 놓으면 되는데....

  8. 2008.05.23 10: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보보 2008.05.22 15: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明錫~ ^^ 맞는지요?
      반가웠습니다. 조금은 부끄러웠습니다. 보다 멋진 강연으로 맞이하고 싶었기에 부끄럽고 아쉬웠던 게지요. ㅜㅜ

      이제는 기억합니다. 잘~ 기억합니다. 재동님과 함께 식사할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기대하겠습니다. ^^

  9. 하늘만큼 2008.05.28 13: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보보의드림레터를 열심히 읽었고. 지금은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2007년 코칭클리닉 교육을 받고 보보의 드림레터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알고 있지만, 느끼고 있지만,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 또 다른 도전이고 두려움인데 물론 고민하시겠지만, 시원시원 풀어나가시는 모습이,, 큰 본으로 다가왔습니다.
    음식물쓰레기,,
    그 통을 보고 지나다닐때마다, 우리가 먹는 즐거움을 생각하는 만큼,,
    버리는 수고와,, 환경을 십일조만큼이라도 생각하면,,
    그런생각을 가져봅니다.
    남자라고,, 주부를 부끄러워하지마세요,, 우리가 사는 것은 다 같은 청지기이니까요!!
    반갑습니다..

    • 보보 2008.05.28 21: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반갑습니다~ ^^ 종종 좋은 생각 나눠 주시기 바랍니다.

      <보보의 드림레터>를 열심히 읽으셨다면 어떤 점이 좋았는지 얘기해 주실 수 있으세요? 요즘 제게는 그런 격려가 필요한가 봐요. 글이 잘 안 쓰고 있거든요.

      가벼운 마음으로 오셨는데, 슬쩍 부탁 드리네요. 부담되실지도 모르지만, 일단 말씀 드려 봅니다. ^^

  10. 김병성 2008.07.11 09: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통 아파트에는 비닐수거함이 음식물쓰레기수거장에 있습니다. 비닐봉지를 다시 들고 들어가는 것은 상당히 불편할 것 같습니다. 주택에는 구청에서 비닐수거함을 설치하던지, 일반쓰레기통에 넣던지 배출된규격봉투에 끼워 넣던지 해야 겠군요.
    한가지 소개말씀 올리겠습니다. 저희 홈페이지(www.illw.kr)에 방문해 보시면 페달로 밟아 여는 장치가 있습니다. 아주 편리하고 위생적이고 튼튼하게 만들었습니다. 구경하러 오세요..

    • 보보 2008.07.11 13: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일월정밀이라... 제가 생각하기에 꼭 필요한 제품을 만드시는군요. 귀사의 번영을 기원 드립니다.
      다만, 제가 직접 구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네요. 일전에 강남구청에 건의를 했는데 꼭 시행되길... 이왕이면 열정 있는 직원이 근무하는 일월정밀 제품이 납품되면 좋겠네요. ^^

  11. RUNA 2009.08.03 19: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을 읽으며 큰소리로 웃습니다. 그 모습이 눈에 선하기에...^^

    남자다운 모습(?)도 별로 없는것 같은데...(^^)
    벌레를 무지 무서워 하잖아요.(발많이 달린 돈벌레...)ㅋㅋ

    세심함이 남자다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