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경험 빈곤자의 자기 반란

카잔 2015. 11. 12. 09:29

자신의 삶에서 경험의 빈곤을 목격한 이들이 해야 할 일은 환호다. ‘경험의 빈곤’은 구체적인 사물이 아니다. 추상적 개념이다. 사물을 목격하는 일과 달리, 개념의 목격은 시각적 활동이 아닌 새로운 인식의 획득이다. 그러니 자신에게서 경험의 빈곤을 인식하는 것 자체가 진보다. 경험의 빈곤을 인식하면 경험의 부족 상태에서는 느끼지 못할 개혁 의지가 솟아나기 때문이다. 때로는 개선보다 개혁이 쉬운 법이다. 벤야민 역시 ‘경험의 빈곤’이 지닌 긍정적인 면을 역설한다.  

 

“경험의 빈곤은 그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데로 이끈다. 새롭게 시작하기, 적은 것으로 견디어내기, 적은 것으로부터 구성하고 이때 좌도 우도 보지 않기이다. 위대한 창조자들 중에는 인정사정이 없는 자들이 항상 있었는데, 이들은 일단 판을 엎어버리는 일부터 시작했다.”(최성만 옮김) 데카르트는 중세의 철학을 송두리째 버렸고, 아인슈타인도 기존의 물리학 세계 전체에 관심을 잃었다는 것이 벤야민의 논증이다.

 

벤야민은 높고 강인한 의식을 소유한 예술가들을 소개한다. 그 중 하나가 독일 국적의 스위스 화가 파울 클레다. 그의 작품은 마치 “좋은 자동차가 몸체에서도 엔진의 요구를 충족하는 것”처럼 그의 내면에 복종한다. (이러한 탁월한 비유가 그의 글쓰기가 가진 특징이다.) 훌륭한 이들의 삶은 자기 내면에 복종하고, 내면의 삶을 반영하는 일상을 창조한다. 서로에게 요구하고 서로에게 충족하는 내면과 외부, 그것을 나 역시 꿈꾼다.

 

내외일치, 명실상부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실현하기 어렵고 드문 가치는 고귀해지기 마련이다. 어려움이나 자신의 부족함에 직면할 때에 나타나는 반응은 사람마다 다르다. 연약한 영혼은 절망하거나 퇴보하지만, 강인한 의식의 소유자는 더욱 강해진다. (환경에 굴하지 말고) 내면에 복종하라! 이것이 경험의 빈곤에 처한 이들에게 요구하는 벤야민의 처방이다. (앞의 괄호 속 말은 나의 덧붙임이다.) 결국, 강인한 내면은 외부를 변화시켜 가리라.

 

다시 벤야민에게로 돌아가자. 그의 지적처럼 “경험의 빈곤을 사람들이 새로운 경험을 동경한다는 것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다.” 경험의 빈곤을 인식했을 때 창조되는 자기 내면의 긍정적이고 역동적인 에너지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대인들이 모두 경험의 빈곤에 허덕일 뿐, 자신의 빈곤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그들에게서 눈을 거둬들여 최고의 인간상을 지향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시대에 일말의 환상도 품지 않으면서 그 시대에 온몸으로 몰입”하는 정신을, 벤야민은 예찬한다.

 

경험 빈곤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체념도 없이 환상도 없이 시대와 자기 삶에 몰입하는 일이다.
자신에게 경험을 선사하고, 새롭게 시작하기 위하여!

체험 아닌 '경험'과 이전에 없던 '새로운 시작'이 우리를 이끌지어다. 

'™ My Story > 아름다운 명랑인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제지우 師弟至友  (8) 2015.11.19
두 나그네를 그리며  (2) 2015.11.18
또 하나의 빈곤  (2) 2015.11.11
부부는 부창부수하며 산다  (4) 2015.10.12
가을 예찬  (2) 2015.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