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와우팀 이야기

눈물이 많아지는 수업

카잔 2016. 3. 8. 12:16

와우수업 중 하나는 관계 수업입니다. 자신의 소중한 인간 관계를 둘러보는 시간입니다. 수업을 위해 와우들은 여러 질문들에 답변을 작성해와야 합니다. "가족에게 받은 상처나 위로는 무엇입니까?" "가족들의 인생 소원은 무엇이고 당신이 도울 수 있는 일은 무엇입니까?" "가족이 여러분에게 거는 기대는 무엇입니까?" 처럼 가족과의 친밀함을 묻는 질문이 있는가 하면, "으뜸친구의 올해 소원과 고민은 무엇입니까?" "으뜸친구는 당신의 어떤 점을 좋아합니까? 또는 아쉬워합니까?" 와 같은 친구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도 있습니다.

 

지난 달에 와우 10기들의 관계 수업을 했습니다. 관계수업을 할 때에는 유독 눈물이 많이 흘립니다. 이번에도 어김 없었습니다. 뭉클한 순간, 가슴 저린 장면, 마음 아픈 사건을 들으며 저도 눈물을 훔쳤습니다. 웃음과 깨달음도 있습니다. 수업을 통해 느낀 발견이나 깨달음 중 가장 자주 등장하는 감정은 '놀라움'입니다. "친구가 나를 그렇게 잘 알고 있을 줄 몰랐다", "엄마도 나와 똑같은 상처를 가졌음을 알았다", "언니의 말이 나의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했다" "질문 몇 개가 이러 좋은 시간을 선사하다니!" 그러면서 놀라워합니다.

 

관계를 수업하기 위해 준비했던 과정이 의미 깊었다고 말하는 것도 공통점입니다. 의미 깊었다고 해서 유쾌했던 것만은 아닙니다. 가족과 주고받은 상처를 대면할 때에는 두렵고 외면하고 싶은 부정적 감정도 들기 마련이니까요. 오늘 9기 와우들의 관계수업 자료를 좀 펼쳐보았습니다. 반응이 비슷합니다. 놀라워들 했던 것도 준비 과정에 대한 소회가 그렇습니다. 한 9기 와우는 "전화로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들으며 관계수업을 준비하던 카페에서의 그 시간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9기 와우 P는 "아빠가 나를 많이 사랑하시는구나, 하고 느꼈습니다"고 말했습니다. P는 친구로부터 다음과 같은 메시지도 받았습니다. "네 질문이 내게 큰 짐이 되었다. 긍정적인 짐이었는데, 내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 이를 두고 P는 "(질문 던지는 게 조금 귀찮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사람들에게 질문이 별 게 아닌 게 아닌구나 하고 생각했어요"라고 덧붙였고요. "친한 사람들과 꿈 이야기를 하면 오그라드는 대화가 될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생각보다 훨씬 좋았어요." 9기들의 다른 반응입니다.

 

또 다른 공통의 반응도 있습니다. 다른 와우들의 관계 수업을 들으면서 위로, 감동, 영감, 에너지를 받는다는 점입니다. 다른 와우 8~9명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의 가족이나 친구가 이해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평소에는 잘 듣기 힘든 관계에 관한 진솔하고 깊은 이야기를 듣다 보면 관계의 소중함과 친밀함을 지켜가는 일의 어려움에 자연스레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관계 수업은 결국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하는 과정의 일환입니다. 그것은 또한 자기이해를 돕습니다. 인간 이해 없이는 자기 이해가 요원해진다, 는 말을 제가 자주 하는 까닭입니다.

 

마지막 공통점으로 글을 맺으렵니다. 그것은 자신의 가장 진솔한 부분, 관계에서의 상처나 힘겨움, 특히 인간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 같은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기란 매우 힘들다는 점입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와우들과 함께 필독서, 『친밀함』의 한 대목을 상기시킵니다.

 

"우리는 사랑받기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언제나 한 걸음 물러선다. 자신의 결점이 저울질되고 혹여 자신을 내치는 구실로 사용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반대인 경우가 더 많다. 우리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들 또한 인간이라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낀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왜 그럴까 ? 그들 또한 인간이며 내면 깊숙한 곳에 우리와 똑 같은 두려움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깨닫게 될 것이다. 당신이 사랑받지 못할까봐 못했던 바로 그 점 때문에 당신이 더욱 사랑받게 된다는 사실을." (매튜 켈리, 『친밀함』, p.29) 

 

다행스럽게도 우리 모두가 이번 수업에서 이 대목이 어떻게 실현되는지 목격했습니다. 첫번째 발표자 K가 지혜롭고 용기 있게 자신의 아픔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어준 덕분입니다. 그녀는 자기 인생의 어두운 면을 발표했다고 생각했겠지만, 우리 모두는 그리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녀가 빛나 보였습니다. 제가 어찌 아냐고요? 뒤이은 발표자들 다수가 K의 이야기에 감동했다고, 고맙다고, 덕분에 나도 더 용기를 낼 수 있다고 표현했으니까요. 관계는 소중합니다. 소중한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분도 관계의 필요성에는 동의합니다. 

 

관계가 소중한지도, 필요한지도 모르겠다고 말한 와우도 있었습니다. 나는 그와 나눈 대화들이 다소 충격이었지만, 태연스레 대답했습니다. 자양동 한강 고수부지에서 치킨을 먹으며 나눴던 대화가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래, 내가 봐도 관계가 네겐 필요없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진심이었습니다. 나와는 다른 성향이었으니 섣불리 판단할 수 없었으니까요. "책에서 말한 대로가 아닌 실제의 삶으로 실험해 보자. 나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너는 필요없다고 생각하니 0에서 시작해 보자. 세상에 관계가 불필요한 사람이 있을지 나도 궁금하다."

 

그가 관계 수업까지 모두 마치고서 했던 얘기는 잊지 못할 겁니다. "관계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데 소중한 것 같아요. 비록 제게는 덜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말예요." 앞서 9기 중 한 명도 "관계란게 소중하구나" 하고 관계 수업 후의 소감을 언급한 적도 있습니다만, 이 녀석의 말은 정말 진한 감동을 일으켰습니다. 관계는 소중하고 필요하다, 그러니 가꾸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는 명제를 좀 더 믿게 된 계기입니다. 책 속의 관념이 제 머리로 침투한 게 아니라 삶으로 느끼고 사유하며 얻은 배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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