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자유로운 단상노트

지혜에 대하여

카잔 2016. 3. 10. 10:14

1.

양극적 사유야말로 지혜의 정점이다.

서로 상반되는 가치를 모두 알고

때, 장소, 사람, 상황에 따라 필요한 가치를 꺼내드는 힘!

계획과 즉흥의 장점들을 모두 담아야 좋은 여행이 탄생하고,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이뤄야 올바른 판단을 내린다. 

 

2.

양극적 사유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1) 하나의 가치가 좋다면 그것의 반대되는 가치가 무엇인지 사유해야 한다. (이를 테면 계획의 반대 가치로 즉흥을 떠올리는 것이다.) 2) 반대가치의 장점을 사유한다. 즉흥의 단점만 떠오른다면 다른 사람들 의견을 물어야 한다. 반대가치에도 반드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3) 계획과 즉흥의 장단점을 각각 파악한다. 이때, 즉흥성의 단점은 계획성으로, 계획성의 단점은 즉흥성으로 보완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3) 최종적으로는 지금 여기, 이 상황에서는 어떤 가치가 필요한지를 판단하여 활용한다.

 

3.

양극적 사유는 상반되는 가치의 '적절한 절충'이 아니다. 두 가치를 모두 자신의 자신의 삶에 한껏 불러들이기 위해 번갈아가면서 하나씩 그 가치에 흠뻑 취하는 '종합적 향유'다. 절충은 어느 것 하나 향유하지 못한다. 얼마만큼 양보한 '불완전한 만족'이기 때문이다. 절충은 창조적으로 사유하지 못하고, 모두를 이해하지 못한 비(非)지혜의 결실이다. 양극적 사유는 곧 변증법적으로 종합되어야 한다. 절반씩 아는 두 개의 절반으로 하나를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온전히 아는 두 개의 온전한 가치를 수시로 바꾸어 활용하는 지혜가 양극적 사유다.

 

4.  

적절한 절충과 종합적 사유를 구분하기 위한 사례 하나. 영화 <귀향>을 보러 들어가기 전의 일이다. 친구 한 명과 처음 만나는 두 명과 나, 이렇게 넷이서 영화를 보기 위해 만났다. 친구의 지인이 웃으며 내게 묻는다. "티슈라도 빌려 드릴까요?" 슬프고 애통한 영화를 대비한 배려였다. 친구가 거든다. "이 친구는 필요 없을지도 몰라. 균형을 추구하는 사람이라." 맞고 틀림이 섞인 말이다.

 

나는 정말 균형을 좋아하고 추구한다. 이는 맞는 말이지만 휴지가 필요없다는 말은 틀렸다. 나는 눈물이 많다. 영화에 흠뻑 몰입한다. 영화에 너무 취한 나머지 영화 감상 후에는 한동안 말을 잃을 정도다. (그래서 혼자 보기를 선택할 때가 많다.) 내가 이성적으로 보일 때가 많아, 내가 감상적인 장르를 좋아하지 않거나 무덤덤하게 감상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이 더러 있지만, 오해다.

 

균형을 이루려면 취향을 넘어서야 한다. 영화로 표현하자면, 양극적 사유는 "나는 이런 드라마 장르 안 좋아해", "나는 히어로 무비는 딱 질색이야" 하는 말들 그 너머에 존재한다. 내 취향, 내 기질, 내 스타일이 아니더라도 반대되는 것의 장점을 모색하는 것이 균형이다. 필요할 때 필요한 가치를 꺼내는 힘이 양극적 사유가 추구하는 균형이다. (이 즈음 되면, 균형이라는 단어는 균열되고 만다. 그래서 좀 어려운 단어지만 '변증법적 종합'이라고 표현하게 된다.)

 

5.

변증법적 사유는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고 중립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양극단에 모두 거하며 그것의 장단을 이해하여 취하는 것이다. 양극적 가치를 추구하는 이들은 종종 이런 말을 듣는다. "이런 것도 좋아하세요?" 당신이 히어로 무비 광이라면, <오만과 편견>, <노팅힐>과 같은 영화를 감상해 보시라. 사람들이 말할 것이다. "네가 이런 것도 봐?" 요컨대, 이 영화를 보며, 세상은 영웅적인 행동 뿐만 아니라 섬세한 감수성으로도 굴러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당신의 지혜는 진일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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