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자유로운 단상노트

매우 중요한 끼적임들

카잔 2015. 12. 17. 16:37

1.

마치 공기와 같다. 언제고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무심하게 대하거나 인식하지 못하고 산다. 그것 없이는 한시도 살 수 없는데, 소중함을 잊고 산다. 그것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우리는 다급해진다. 완전히 부재하면 우리는 끝이다. 시간 말이다. 시간을 사유하게 만드는 이런 끼적임은 중요하다. 내가 심오하게 사유해서가 아니라 시간이라는 주제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2.

시간의 소중함은 어디에서나 발견된다. 아침 지하철 역으로 사람들이 뛰어내려간다. 그들에게는 지금 5분, 아니 3분이 귀하다. 지지난 주엔 대통령이, 지난 주엔 거물급 정치인이, 이번 주에는 연예인이 죽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죽음이란 '아직 내게는 닥치지 않을 일'이라 생각하며 살지만, 모르는 일이다.

 

죽음이 임박한 상황에 공감하며 상상할 수 있다면, 삶을 향한 애착을 맛볼 수 있다. 프루스트는 미국인 과학자에게 보낸 한 편지에서 이렇게 썼다. "우리가 죽음의 위협을 받게 된다면 삶을 갑자기 놀라운 것으로 보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p.13) (지하철에서, 부고 기사에서, 죽음에 대한 상상으로) 언제나 시간의 소중함을 의식할 수 있지만, 사실 깨어있는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다.

 

3.

20대 초반에 들은 소중한 경구 하나, 고든 맥도날드 목사의 책에서 본 말이다. "계획되지 않은 시간은 우리의 약점으로 흘러 들어간다." 아! 계획의 소중함이여. (양극적 사유가 습관처럼 꿈틀댄다. 계획의 부작용이 떠오른 것이다.) 우리가 세운 계획은 인생의 광대함에 비할 때 얼마나 옹졸한가! 우리는 종종 계획을 지키느라 더 중요한 것들을 놓치거나 인생이 주는 기회를 발견하지 못한다. 아, 아름다운 판단력이여!

 

4.

셰익스피어를 읽다 보면, 아포리즘과 같은 대사가 가슴을 칠 때가 있다. 『리처드 2세』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시간을 낭비했고, 이제 시간이 나를 낭비한다." (김정환 역) 알듯 말듯한데,  셰익스피어의 의도와 무관하게 사유한 오늘의 이해는 이렇다. ("시간이 나를 낭비한다"는 말의 이해가 중요해 보이는데... 좌우간에) 시간을 낭비하며 살아 온 인물은 여러 가지 낭비벽을 갖게 된다. (타성을 단박에 고치기는 힘든 법.) 이제는 잘못 길들여진 습관들이 내 인생을 몰아간다.   

 

5.

"사내는 숨을 몰아쉰다. 그는 예순 살이다. 병원 침대가 싫어 집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은 채로 인생을 되짚어본다. 그때는 아름다운 줄 몰랐던 장면들이 떠오른다. 부모님과 함께 생일 케이크에 꽂힌 촛불을 후 불어 껐을 때의 환희, 친구들과 함께 바닷가에서 공을 찼던 즐거움, 아내를 처음 만난 날의 설레임이 스쳐갔다. 성찰만으로도 삶의 의미와 기쁨을 발견한다는 사실에 만족하기에는 몸 속 종양이 주는 통증이 꽤나 심했다."

 

언젠가 소설을 쓰게 된다면, 나는 이같은 장면을 넣은 단편을 하나 쓰고 싶다. 성찰은 생의 만년이 아닌, 인생의 어느 때고 필요하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간헐적으로나마 성찰을 하며 산다. 그럴 때마다 내 삶이 조금씩 나아진다. 새해가 되면, 꼭 한 달에 한번씩은 성찰의 시간을 갖자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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