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자유로운 단상노트

비 오는 날의 단상

카잔 2015. 11. 13. 11:32

비 오는 날의 끼적임 그리고 생각.

이것들이 교차하며 내어놓은

서로 다른 세 가지 단상.

 

1.

비 온 후의 질척거림은 싫지만

비 내릴 때의 차분한 분위기는 좋다.

비를 맞는 양가적 감정.

 

짚신 장수는 비가 오니 할 일 없어 무료해 하고

우산 장수는 비가 와서 부지런히 움직이며 즐거워 한다.

세상 만사에 깃든 양면성.

 

"당신이 싫어하는 것들을 긍정하라.

부정 안의 긍정성 발견, 이것이 양면성이다.

나아가, 당신이 믿는 긍정적인 것들을 부정하라!

긍정적인 것들의 부정성 발견 또한 양면성이다.

양면적 사유는 우리를 자유케 한다.

몰이해로부터, 몰이해가 가져온 고뇌와 갈등으로부터.

그리고 양극적 사유는 우리에게 지혜를 선사한다.

모순관계로 점철된 인생을 이해하게 만듦으로."

- 연지원

 

2.

감수성과 낭만을 지닌 이들은 대개 비를 사랑한다.

그들은 또한 감정의 공유를 중요하게 여겨

자신과 취향이 비슷한지 궁금할 때 비를 끌어들인다.

"비를 좋아하세요?" 또는 "비 오는 날은 어때요?" 

 

누군가가 비를 좋아한다고 해도

낭만과는 다른 이유 때문일 수도 있다.

"비오는 날에는 사유에 젖어들기 좋거든요."

합리성을 좋아하는 이들의 답변이다.

 

이 말에 낭만주의자들은 화답한다. "저도 생각하는 거 좋아해요."

'생각'은 다의적으로 활용되는 단어다.

낭만주의자들이 말하는 생각은 '감상'에 가깝고

합리주의자들의 생각은 '논리'나 '추론'에 가깝다.

 

합리주의자들에 "사유에 젖어들기에 좋다"는 말은

"추억에 젖고 감상적인 분위기를 즐겨요"라는 말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뜻이다.

"비가 오면 제가 더 사색적인(이성적인) 사람이 돼요."

 

3.

나에게 비는 '무드'다.

글에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외국어를 써야 한다(고 믿는다).

이 경우 '무드'가 필요한 경우다. 나에게 무드는,

'분위기'라는 말보다 낭만적이고 은은한 멋이 풍겨나는 단어다.

 

비가 오면 감상에 젖는다. 때로는

나의 주된 정서라 할 수 있을 그리움에 빠져든다.

나는 비 오는 날의 거리(나 그 거리를 걷기)보다는 

큰 유리창 너머의 비를 관조하기를 좋아한다.

 

나에게 비는 하나의 '물'이다.

종종 내가 물을 좋아한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지나치게 샤워를 오래하고 싶어질 때, 

 강을 하염없이 바라볼 때가 그렇다.

 

물은 내게 생각의 산파다.

비가 오면 사유하고 싶어지고 

샤워는 내게 생각 정리의 기술이며

가끔씩은 강이나 호숫가에 앉아 생각에 잠긴다.  

 

'™ My Story > 자유로운 단상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움에 관한 단상  (0) 2016.02.05
매우 중요한 끼적임들  (4) 2015.12.17
강연가로서의 진정성 단상  (2) 2015.09.16
전문가처럼 마니아처럼  (0) 2015.06.17
사랑은 삶의 재발명이다  (0) 2015.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