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깊은 웃음

카잔 2016. 5. 31. 23:42

1.

중소기업 학습조직화 연수! 2016년의 봄을 오롯이 투자한 교육이 끝나가고 있다. 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진행되는 연수가 종료되면, 약 3개월 동안 준비하고 진행한 과정에서 해방되는 게다. 오늘은 1일차가 종료된 밤! 아직 2, 3일차가 남았는데도 설렌다. 곧 내게 찾아들 얼마간의 여유가 기다려진다. 밀린 업무가 적지 않지만, 지방으로 내려갈 일도 꼬박 3~4일을 바쳐야 할 일도 없으니, 강연에 비해 업무는 자유로운 구속이다.


학습조직에 대한 지식이 쌓여갈 즈음에 종료되어 아쉬울 것도 같지만, 책읽기와 글쓰기 등 하고 싶었던 이들이 달래어 줄 것이다. 연수는 끝이 나더라도 '학습조직'에 대한 공부는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6월에는 『살아있는 학습조직』을 읽을 계획을 세웠다. 이번 연수를 진행하면서 느낀 점들 : 자신감이 붙었구나, 교육 내용을 이해하고 나니 자유롭고 여유롭구나, 배움이 좋고 만남이 좋구나!


2.

어제 운전을 많이 했다. 자동차를 몰고 서울에서 출발하여 대구에 갔다가 대전으로 왔다. 운전 탓인지 오늘 아침 일어날 때 몸이 무거웠다. 교육이 끝나고 쉬고 싶었지만, 한 참가자의 '커피 한 잔' 권유를 뿌리치지 않았다. 이야기를 나누고 싶기도 했기에. '참가자와의 대화는 거의 대부분 교육 진행에 도움이 되지' 하는 생각으로 기꺼이 함께 시간을 보냈다. 참가자 다섯 분이랑 함께 여러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의 회사 얘기와 학습조직화 사업의 어려움이 주요한 주제였다. 대화는 유익했다. 참가자들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강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꼈다. 참가자 분들과의 대화는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총동원하여 진행하는) 강연이 어떤 분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인식하게 만든다. 그것은 강사라는 존재의 의미 발견이다. 나는 전문성은 부족할지 몰라도 청중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려는 마음만큼은 진실한 강사다.


3.

참가자 분들과 헤어져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서 허전함을 느꼈다. 진행 중인 연수가 삐걱거린 것은 아니다. 삐걱은 커녕 분위기가 좋고 내일이 기대되는 마음이다. 나의 직업적 일은 잘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다. 허전함의 원인을 알 것 같다. 어디에도 마음 둘 곳이 없기 때문이리라.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가장 소중했던 사람들과의 사별과 이별은 삶의 의미와 즐거움을 많이 앗아갔다.


해가 긴 요즘이다. 호텔로 들어서기 전에 석양으로 물든 하늘을 쳐다보았다. 이 좋은 날들을 즐기지 못하게 된 나 자신이 안쓰러웠다. 나는 스무 살이 부럽다. 서른 살이 그립다. 서른, 스물의 그들이 나보다 좀 더 젊어서가 아니다. 스무 살의 나는 죽음을 가까이 느끼지 못했다. 요즘엔 어깨가 조금만 결려도 '세월이 더해지면 이러한 통증이 심해지겠지. 이것이 죽어가는 과정일 테고' 라는 생각을 한다. 비통함이나 자조는 없다.


약간의 쓸쓸함을 느낄 뿐이고, 죽음이 점점 드리워져가는 친구의 야윈 얼굴이 생생히 떠오를 뿐이다. 미동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선생님의 근엄한 얼굴 또한 종종 떠오른다. 그 모습을 본 이튿날 선생님의 육신은 몇 웅큼의 재가 되었다. 내 무상함의 근원이 되는 장면들이다. 서른 살의 내게는 친구와 연인이 있었고, 선생님이 계셨다. 그들과의 이별이 새겨진 내 삶을 받아들이고 화해하여... 깊은 웃음을 회복하고 싶다. 


부디, 덧없음의 감정이 지혜로 가는 일시적인 과정이기를! 


덧.

내일 아침이면, 나는 다시 강사가 된다.

강사는 3일 동안의 내 역할이자, 강의가 진행되는 순간만큼은 사는 이유다.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한 웃음 또는 가장 깊은 내면으로부터의 웃음은 아닐지라도

나는 웃으며 강연을 진행할 것이다. 몰입의 기쁨에서 나오는 웃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