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오랫동안 독서를 한다는 것

카잔 2016. 6. 29. 23:54

(부제 : 학습조직화 연수를 마친 개인적 후기)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주최하고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주관한 <2016 중소기업 학습조직화 지원사업>에서, 나는 2박 3일 동안 진행되는 <학습조직화 연수>에 여섯 번 참가했다. 그 중 한 번은 참관이었고, 다섯 번은 워크숍 강사로서 진행했다. 올봄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적잖이 스트레스도 받았던 교육이었다. 다소 늦었지만, 배우고 느낀 것들을 되돌아본다.


1. 퍼실리테이션의 가치를 발견하다


워크숍을 잘 진행하려면 두 가지에 능숙해야 한다. 첫째, 교육 주제에 대한 지식과 기술이다. (이를 주제 장악력이라 부르자.) 교육 내용에 대한 이해가 높을수록 청중들의 만족도가 높아질 확률이 높다.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잘 아는 사람이 모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 모르는 것을 전달할 수는 없다면 점에서, 주제 장악력은 무척 중요하다.


둘째, 워크숍을 진행하는 능력이다. (이를 퍼실리테이션 능력이라 부른다.) 워크숍 진행자는 청중을 참여시켜 직접 문제를 진단하게 만들고, 그들이 주도적으로 해결책을 찾아가게 만들 줄 알아야 한다. 문제가 도출되면, 체계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청중을 자극하고, 아이디어를 끌어내고, 질문을 던지고, 의견을 이끌어낼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이 퍼실리테이션 능력이다.


“퍼실리테이터로서의 역량이 빈약하지는 않지만, 2박 3일을 이끌 만큼 충분하지는 못하다. 주제와 연결되는 활동 과제 개발이 더욱 필요하고, 청중을 참여시키는 기술을 다양하게 익혀야 한다.” 퍼실리테이션 능력에 대한 자가 진단이다. 워크숍 강사에게는 교육 주제만큼이나 퍼실리테이션 능력이 필요함을 절감했다. 주제 장악력보다는 퍼실리테이션 능력의 한계를 많이 느꼈던 것.


첫 번째 연수가 끝나고 난 후, 퍼실리테이터로서의 역량을 조금이라도 강화하기 위해 애썼다. 교육에 활용할 아이스 브레이킹을 신중하게 골랐고, 컨센서스 워크숍 기법을 익히기 위해 조급한 마음으로 책을 뒤적이기도 했다. 퍼싵리테이션 능력에 관심을 두면서 약간의 효과를 보기도 했지만, 퍼실리테이션 역량을 위해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여 꾸준히 노력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2. 학습조직 이론을 정립하다


내 기준에는 못 미쳤지만, 연수 주제에 대한 준비도 나름대로 했다. (2박 3일이라는 긴 시간을 이끌어야 하니 철저한 사전 준비는 당연한 일이지만, 나에게 ‘철저함’이란 언제나 이상향의 단어다.) 사전 준비와 공부가 현장에서의 목소리가 결합되면서 학습조직이 무엇인지, 학습조직화는 어떻게 실현되는지에 대한 지식이 체계적으로 잡혀가기 시작했다. 학습조직 구축의 로드맵도 설계했다.


학습조직 구축의 3단계와 학습 주제 선정법 등 몇 개의 모듈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연수가 끝난 후 지금까지 교육 요청이 3번 들어왔으니, 뜨거움은 일시적이지도 않았다. 반응 덕분에 ‘내가 과연 잘하고 있는가, 강연 내용은 도움이 되고 있는가’에 대한 회의적 생각이 많이 사라졌다. 그 자리를 자신감이 메꾸었다. 학습조직에 대한 공부 열정이 더욱 샘솟기도 했다. 데이비드 가빈, 피터 센게, 에이미 에드먼드슨의 저서들을 읽으며 공부를 이어갈 계획이다.


3. 오랫동안 독서를 한다는 것


서재에서 데이비드 가빈의 『살아있는 학습조직』을 꺼냈다. 책을 펼치니 2002년에 메모했던 글귀가 보였다. "학습은 저절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분명한 목적하에 발생한다." 가빈의 말이다. 그 구절의 여백에 나는 이렇게 썼다. "우리 회사의 학습 비전은 무엇인가? 왜 학습하려 하는가? 어떤 역량을 습득하기 위해서?" 당시 나는 한국리더십센터의 말단 직원이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던 일, 굳이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주제를 열심히 공부했다. (유능한 직원이었다는 말은 아니다. 하고 싶었던 일에 시간을 투자했었다는 의미다.)




조직학습의 가치에 대한 경영자들의 이중적 태도를, 연수를 진행하면서 CEO와 학습리더들에게서 많이 느꼈다. '비생산적인 성공'이라는 개념을 오래 전 이 책을 통해서도 읽었다는 사실이 묘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때는 정말 몰랐다. 15년 후에 이 책을 다시 공부하며 워크숍을 진행하게 될 줄을! 감회가 새롭다. 문득, 20대 때 나를 사로잡는 키워드와 관심 분야에 걸려드는 책들을 폭식하던 때가 절절히 그립고, 고맙다.


모든 공부가 삶의 또렷한 결실로 드러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이가 딱 한 권의 책을 읽었다고 치자. 그에게 그가 읽은 책의 결실이 나타날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리라. 다시 묻는다. 누군가가 100권의 책을 읽었다면 독서의 결실이 맺어질까. 나는 그렇다고 믿는다. 100권의 책들이 양서로 채워질수록, 독서 과정이 농밀할수록, 결실은 더욱 달콤할 것이라 생각한다. 


100권보다는 많은 책들을 읽어 온 인생이 새삼 뿌듯해진다. 권수보다 독서 과정의 충실함에 더욱 신경써야겠다. (책장을 그냥 훌렁훌렁 넘기지 않고) 이해하거나, 실천하거나, 향유하기! 이것이 독서 과정의 충실함을 측정하는 지표들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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