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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를 읽어야 할까

카잔 2016. 6. 27. 18:01

1.

6월 26일, 다수의 매체가 베스트셀러 순위를 기사화했다. "교보문고 ·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 차트에서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6주째 1위를 차지했다." 한국 최초의 맨부커상 수상작이니만큼 관심이 뜨겁다. 지금으로서는 일시적인 반응이 될지, 문학 열풍으로 이어질런지 알 수 없지만 우선은 반갑다. 나는 아직 읽지 않았다. 반갑다고 해서 모든 손님을 내 집에 초대할 의무는 없으니까. 2016년 상반기 나의 공부 계획에는 장편소설, 작가 한 강, 채식주의, 문학상 등의 키워드가 없다. 일시적 호기심이 나의 목적을 흐트리지 않도록 주의하기! 이것이 집중이다.


2.

삶을 목표나 계획만으로 살 수는 없다. 최소한 두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1) 삶은 계획보다 크다. 삶을 이해하지 못한 계획은 때때로 우리를 당황케 한다. 생각보다 기쁘지 않는 목표 달성은 또 얼마나 많은가. 꿋꿋한 인내가 지혜이듯 때로는 융통성이 지혜다. 2) 계획은 기회를 놓친다. 계획의 미덕이 열정과 집중이라면, 계획은 악덕은 주변의 상황과 기회에 어둡다는 점이다. 이러한 주장은 1번의 얘기에 반(反)한다. 진실은 양쪽에 걸쳐 있기 마련이다. 요컨대, 사상 최초의 사건(최초의 부커상 수상)을 만들어낸 작품이라면, 소설에 무관심하더라도 일독의 가치가 있을지 모른다. 때로는 단순한 호기심이 문제 해결의 힌트가 되고, 인생길을 헤쳐나갈 실마리가 된다. 그저 집어든 책이 관점이나 생각을 확연하게 바꾸기도 한다.  


3.

나는 신문 읽기를 진정한 독서가 아니라고 말한 적이 있지만, 신문의 유해함에 대한 주장은 아니었다. 정보를 얻는 읽기를 독서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태도를 지양하자는 의도였다. 신문 읽기는 무계획적이고, 산만하고, 호기심 지향적이다. (신중하게 세운 목록대로 읽어가는 독서와 비교해 보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문 읽기의 유익은 크다. 나도 일주일에 두어번 신문을 읽는다. 몇몇 기사는 정독한다. 뜻밖의 정보와 관점을 제공하거나 가끔씩은 새로운 지적 세계를, 신문이 열어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일 한 개나 여러 개의 신문을 읽을 수 있고, 그러면서 집중하고 즐겁게 활동할 수 있다. 심지어 새로운 소식을 선택하고 조합하여 매우 건전하고 가치 있는 연습을 할 수 있다." 헤르만 헤세의 말이다. '가치 있는 연습'이란 사고력을 지칭한 게 아닌가 싶다.  


4.

『채식주의자』를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포스팅이 아니다. 읽지 말라고 제안하는 포스팅도 아니다. 지적 세계에서는 유명한 책을 읽었는가, 읽지 않았는가보다 '스스로 생각하는 삶'이 더욱 중요하리라. 일상에서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한 가지 팁은 '이유 찾기'다. 자신의 행동이나 감정을 하나 붙잡아 그 이유를 찾아보는 것이다. 가령, 『채식주의자』를 읽었다면 왜 이 책을 선택했는지, 읽고 난 후에 소감이 좋았다면(또는 별로였다면) 왜 그러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 권의 책이 아무리 중요해도 우리 삶보다 중요할 순 없다. 읽어야 할 이유를 가진 것만큼이나 읽지 않을 이유를 갖는 것도 지성의 일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