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슬프고 고통스러운 역설

카잔 2016. 7. 10. 19:34


친구야, 잘 있었냐? 니가 여기에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면서, 갈 데가 없으니 여기로 온다. 만날 수가 없어서 슬픈 건지 그나마 갈 데라도 있으니 다행인 건지 나도 모르겠다. 분명 슬픔이지. 생각하면 고통이고. 이런 감정과는 별개로 일상은 흘러가고 세상은 돌아가니, 사람의 삶과 죽음이 무엇인가 싶다. 이 곳에 선 내 마음도 잘 모르면서, 무슨 삶과 죽음 타령인가 싶기도 하고.


이 자리에 서서 네 사진을 쳐다보고 있으니, 심경이 복잡하다. 서글픔이 느껴져 '내가 여길 왜 왔나' 싶은데도, 나도 모르게 찾아오게 되는 것 같다. 너에게 수없이 던졌던 원망을, 오늘 또 내뱉는다. "니가 왜 여기에 있냐? 니가 왜 여기에 있냐? 니가 왜 여기에 있냔 말이다!" 후회도 밀려든다. '네가 아플 때, 억지로 너를 데리고서라도... 하룻동안만이라도... 우리 우정에 대해 얘기를 나눴어야 했는데...'


내 마음 편하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다. 마지막 가는 길이 참 외로울 것 같은데... 그 차갑고 외로운 길을 '내가 괜찮은 친구 하나를 사귀었구나' 하는 생각을 가슴에 품고 간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상욱아, 너를 만나서 나 정말 행복했다. 넌 정말 내게 둘도 없는 영혼의 친구였다." 이미 알겠지만, 이 말을 정식으로 또렷하게 너에게 전하지 못한 게 후회스럽다. 우린 마지막 인사도 못 나눴잖우. 이 생각을 하니 목이 메인다.


세월은 또 흘렀구나. 네가 떠난지는 2년이 지났고, 다시 찾은 지도 5개월이 지났다. 바닷가에서 저 사진을 찍은 후로부터는 20년이 지났다. 세월은 어김없이 흐를 테고, 언젠가는 나도 "친구야 곧 만나자" 하고 말하는 날이 오겠지. 그때 나는 내 삶을 어떻게 돌아보게 될까? 후회가 적었던 삶이면 좋겠다. 이런 생각도 든다.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건 그저 나를 위로하는 바람일 뿐인 게 아닐까?'


그래서 삶이 소중한가 보다. 한 번 뿐이라서! 

한 번 떠나가면 다시는 볼 수가 없어서!

소중함은 이렇게 떠나보내고 나서야

절절히 느낀다는 게 인생의 역설인가 보다.

지독히도 슬픈, 그래서 고통스러운 역설.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