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일상의 풍요로운 순간들

카잔 2016. 9. 2. 17:37

1.

문학 수업을 하고 나면, 건강하면서도 맛난 음식을 먹은 기분이 든다. 정신을 위한 식사로 건강하게 배부른 느낌이다. 풍요로운 양식에 영혼이 춤을 춘다. 오늘의 작품은 <이방인>이었다. 카뮈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자, 그의 작품 세계에 들어서기 위한 현관문 격의 소설이다. 학생은 회사로 가고, 나는 카페에 남았다. 창밖의 도심 거리를 사람들이 오간다. 하늘이 파랗다. 나는 경쾌하고 풍요로운 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카뮈의 '부조리' 개념과 그가 제시한 '반항인'이라는 비전 덕분일까, 아니면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하게 공부를 해서일까, 내면의 에너지가 풍성했다. 하루치로는 충분했다.


배터리는 콘센트에, 내 영혼은 고전 문학에! 이런 유치하고 문학적이지 않은 슬로건을 떠올리다가... 피식 웃었다. 사랑에 빠지면 유치해지나 보다. 나는 문학에, 아니 카뮈에게 진한 애정을 느낀다.



2.

약속 장소로 이동하면서 <오이디푸스 왕>을 읽었다. 거듭 찬탄한다. 내 두 입술이 주인의 의지와는 별개로 감탄사를 내뱉는다. "우와!" 문학이 거듭 내면을 감동으로 적신다. 이런 문학이라니! 이런 날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