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나이만 먹은 어른들

카잔 2016. 9. 23. 18:48

스무 살을 넘겼다고 해서 모두 어른이 되지는 않는다. 신체적인 어른들도 정서적, 사회적, 정신적 성장이 없다면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행동하기 때문이다. ‘천 번을 흔들려도’ 어른이 되지 않는가 하면, ‘열 번의 흔들림’으로도 단단해지기도 한다. 해마다 똑같이 나이를 먹지만, 성숙의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아이는 무엇으로 어른이 될까?


얼마 전, 친구와 그의 30개월 된 아들과 함께 베이커리 카페에 갔다. 아이는 상황이 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짜증을 냈다. 먹을 때에는 조용했고, 만화를 볼 때에는 즐거워했지만, 원하는 상황이 아니면 참지 못했다. 아이는 참을성이 없다. 우리 주변에는 점잖다가도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짜증을 내고 절제력을 잃는 어른들이 많다.


귀여운 아들 녀석이 빵을 먹다가 크림을 흘렸다. 아빠가 아이를 안고 있었으니, 나도 모르게 달려가 물티슈와 냅킨을 가져왔다. 아이가 흘렸지만, 어른이 닦았다. 아이의 실수나 잘못은 관대하게 받아들여진다. 심지어 범죄도 성인범죄자와 다르게 처벌 받는다. 아이에게는 책임이 부과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책임지기를 회피하는 어른들도 많다.


아이는 순수하다. 다른 이들의 상황을 헤아리거나 배려하지 못한 채 인간의 타고난 본성대로 산다는 말이다. 아이는 이기적이다. 교육 받지 못하면, 아이는 자기 먹거리를 나누지 않는다. 부모가 나눠먹는 행위를 칭찬하지 않거나, 이기적인 행동마저 귀여워만 한다면, 배려할 줄 모르는 어른으로 자라난다. 이타적 행위와는 거리가 먼 어른들이 부지기수다. 아쉬운 일이다.


1) 어른은 참을 줄 안다. 덥거나 배고프다고 짜증을 입에 담는다면, 참을성이 없는 것이다. 순간적인 충동에 지갑을 열었다가 이튿날에 후회한다면 신중함과 더불어 참을성을 키워야 한다. 새로 시작한 일이 힘들다고 하루 만에 관둔다면 둘 중 하나다. 참을성이 없거나 그 일이 정말 맞지 않거나.


애인이 헤어지자고 했다고 집에다 불을 지른다면, 참을성 여부를 떠난 미친 짓이지만, 핵심 원인은 참을성의 부재다. 핸드폰을 잠시도 내려놓지 못하는 어른들이 많은데, 앞으로 참을성이 더욱 희소해질까 걱정이다. 부모가 되면 그나마 좀 더 어른이 된다. 아이 앞에서 “왜 이렇게 더워, 짜증 나”라고 말하는 20대는 있어도, 그런 엄마들은 드물다.   


2) 어른은 책임질 줄 안다. 성숙한 어른은 가정에서, 직장에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책임을 의식하고, 소임을 완수하려고 애쓴다. 지각 없는 부모, 능력 없는 상사는 그럭저럭 이해할 수 있지만, 책임감이 없는 부모와 상사는 용납하기 힘들다. 모두에게 불행을 부르기 때문이다.


책임지기는 일상에서 연습할 수 있다. 주도적으로 선택하기는 좋은 연습이다. 연인과의 데이트 코스를 계획하고 선택하는 일, 하다못해 함께 관람할 영화를 선택하는 일도 책임을 지는 훈련이다.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상대방의 원성을 살 위험과 실수할 가능성에 직면할 용기가 선택을 이끈다. 이러한 과정 자체가 어른이 되려는 노력이다.


3) 어른은 남들을 배려할 줄 안다. 다른 이들의 형편에 무감한 채로 자신의 기쁨과 고통에만 관심을 갖는다면 어른이 아니다. 감정 표현이 덤덤한 어른은 있어도 타자에 무관심한 채로 성숙하기란 힘들다. 성숙한 사람들은 많이 듣고, 적게 말한다. 말을 하더라도 타인의 관심사에 맞춘다. 배려는 성숙의 가장 확실한 표지다.


순수한 선의 만으로는 진정한 배려가 될 수 없다. 성숙한 배려는 (나의 마음 편함이 아니라) 상대의 원함에 맞출 줄 아는 인간이해로부터 나온다! 누군가를 만났는데, 그가 즐거워하면서 또는 기꺼워하면서 대답할 질문 하나를 묻지 못한다면, 자신에게 이타심이나 배려심이 있는가를 자문해야 한다는 표지다.


어른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하소연을 한다. “어른 되기가 너무 힘들어요.” 그에게 의지나 열망이 엿보이면 이렇게 대답한다. “맞습니다. 성숙은 손쉽게 얻어지지 않아요. 지름길은 없지만, 희소식도 있습니다. 어른 되기의 힘겨움은 어른이 되지 않은 채로 지내면서 만나는 고통보다는 덜할 거예요. 지금 당신이 겪는 많은 고통들이 미성숙에서 비롯된 문제들이니까요.”


인생살이는 종종 기쁨도 선사하지만, 만만치 않은 순간도 많다. 아이와 같은 태도로는 행복을 구가하기가 쉽지 않다. 나는 어른이기를 바란다. 해마다 성숙하기를 꿈꾼다. 노력을 해야 하고, 대가를 치르더라도 성숙하고 싶다. 미성숙한 사람들의 눈빛에는 종종 불안감이 깃든다. 자신감이 없어서 행동이나 선택이 오락가락 한다. 기본적인 배려조차 못할 때가 많아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반면, 성숙한 어른들은 고상하고 그윽하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어른들만이 진정한 자유와 공헌의 기쁨을 누린다는 사실이 나를 추동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