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눈이 밝아지고 깨어 있다면

카잔 2016. 11. 4. 22:01

지난 주 수요일 이후(10.26)부터 오늘까지 가장 많은 시간을 쏟은 일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관련한 뉴스 시청이었다. 세월호 참사 때처럼 내 일상을 잠식했다. 날마다 놀랐고, 밤마다 내일을 희망했다. 희망은 번번히 깨졌다. 검찰은 귀국한 최순실에게 31시간의 자유 시간을 주었고, 청와대는 사태의 본질을 헤아리지 못했다.

오늘(11.04)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국민담화(전문 클릭)는 허망함의 백미를 장식했다. 취임 하시기 전부터 이미 대통령의 인식 능력을 기대하지는 않았으나, 오늘 담화는 나의 낮은 기대마저 박살냈고, 주도적이지 못한 화법은 복장을 터지게 했다.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 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저는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혹여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염려하여 가족 간의 교류마저 끊고 외롭게 지내왔습니다."


"대통령님! 저 바람이 진정이신가요? 그렇다면 대통령 님의 지적 능력에 서글퍼집니다. "저질렀다고 하니"라는 표현은 어디에서 오신 건가요? 도대체 대통령 각하의 주체적 판단력은 어디로 가신 겁니까? 다시 노년층의 동정심을 바라시는 건가요? 지금 이 자리는 감정의 호소가 아닌 냉철한 사태 파악과 대책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저도 어릴 적 부모님을 여의어서 외롭게 지냅니다. 그렇다고 해도 제 잘못을 외로움으로 돌리지는 않았습니다. 국가의 리더께서 이런 담화문을 내어놓았다는 사실에... 정말 슬펐습니다."

국민담화를 생방송으로 보고 난 후 울화가 치밀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오늘 담화는 인식 능력에 한숨을 쉬었고(전반부), 감상적인 개인 반성문 같은 내용에 답답했고(중반부), 국민이 기대하는 대책은 없고 '사이비 종교' 논란만 뚜렷이 선을 긋는 무책임에 화가 났다(후반부).

국민담화는 놀라운 파장을 불렀다. 야권은 경악했다. 여권의 비박계 역시 통탄했다. 새누리당에서는 김성태 의원의 발언이 위안이 되었다. “대통령 측근 인사가 국정운영을 할 때까지 감시해야 할 당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데 대해 사실상 ‘친박 해체’ 정도의 진정 어린 용서를 구하는 부분이 왜 빠졌는지 아쉽다.” 대통령 담화를 보고 속으로 펑펑 울었다는 이정현 대표의 말에 울화통에 터지던 차에 김 의원 발언이 반가웠다.

권력은 돈을 좋아하지만, 나라에는 눈 밝은 이들도 많다. "박근혜는 대통령 될 수도, 되어서도 안 된다. 정치적 식견ㆍ인문학적 콘텐츠도 부족하고, 신문기사를 깊이 있게 이해 못한다. 그녀는 이제 말 배우는 어린 아이 수준에 불과하다." 최측근이었던 전여옥 전 대변인의 말이다. 이제는 작가라는 호칭을 붙이는 유시민 선생은 이리 말했다. "논리가 없고 이치에 밝지 않다. 이치에 밝아야 아랫사람에게 속지 않은데. 정치 경력이라고는 의전 경력 뿐이다. 정책도, 종합적 정치 능력도 없다."

나라의 리더가 누구냐에 따라 한 국가가 이리도 흔들릴 수 있구나, 를 절감하는 요즘이다. 국민들의 정치 의식이 국가의 수준을 좌우한다는 생각도 든다. 어떻게 이런 분이 대통령이 되셨을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지만, 다음과 같은 생각으로 희망을 품고 힘을 내어본다. 국민들의 눈이 밝아지고 정치의식이 깨어 있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