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1기 와우팀원을 어찌 할까? 오랫동안 나의 고민이었습니다. 새로운 와우팀원을 모집할까 말까를 두고 몇달 동안 갈등했지요. 어떤 날에는 '10기를 끝으로 그만 하자'고 결정했습니다. 며칠 후에는 '아니지, 새 기수를 기다리는 분들에게 11기까지는 하겠다고 말했으니, 그 약속을 지키자'며 나의 결정을 뒤집었습니다. 


4/4분기가 되어서도 결정을 내리지 못했죠. 급기야 그리스 여행을 떠나면서 "와우 11기를 해야 하는가를 결정하고 돌아오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미코노스 섬에서 잠시 나만의 시간이 주어져 와우에 관한 여러 가지를 곰곰히 생각했습니다만, 확고한 결정 없이 귀국하고 말았네요. 우유부단은 저의 취약점입니다.


2.

내면에 존재하는 11기를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은 이렇습니다.


- 와우는 부담이 되는 프로그램이다. 마음과 시간을 많이 써야 한다. 영업맨이었을 때, 매출 규모가 큰 거래는 그만큼의 많은 노력과 관심을 요했다. 와우는 그런 느낌이다. 친밀함과 수업료가 높은 만큼 부담감도 크다.

- 2017년에는 포틀랜드와 제주에서 한 달쯤 살고 싶다. 와우를 하게 되면 자유로운 여행에 장애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주저하게 된다.

- 오롯이 글만 쓰며 살고 싶기도 하다. 와우가 글쓰는 삶을 방해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점에서는 글쓰기를 돕기도 한다. 동시에 와우를 비롯한 모든 활동을 줄이고, 작가로서 인생의 승부를 걸고 싶은 마음도 크다.


3.

반면, 11기를 하고 싶은 마음도 컸고, 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도 있습니다.


- 여기저기 던져 놓은 말빚들이 있다. 그 약속들을 지키고 싶다. 마흔이 되기 전에 삶을 홀가분하게 정리하고 싶은데 그 중 하나는 돈빚, 말빚을 정리하는 일이다.

- 와우를 하면 에너지를 얻는다. 새로운 친밀함을 만날 것이고, 그것은 삶의 커다란 활력이 될 것이다. 11기의 합류가 와우 공동체에 신선한 분위기를 불어넣기도 할 테고.

- 수업료가 경제적인 도움을 준다. 수업료와 와우는 공동체에 대한 자부심이기도 하다. (아니, 자존심인가?)


4.

10월 말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12기, 13기까지 계속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11기까지는 하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11기에 전력을 기울이며 그간의 과정을 글로 쓰며 유종의 미를 거두자!"


와우 TMT(11월 5~6일)에서 누군가가 "11기는 언제 모집해요?"라고 묻길래, 곧 공지를 낼 거라고 말했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누군가가 이리 말했습니다. "공지는 11월 11일 11시 11분에 올리세요." 모두가 웃었고, 나는 그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11월 11일에 나는 공지를 작성했습니다. 와우스토리랩을 소개하는 웹 브로셔를 업데이트하고 지원 절차를 정했습니다. 1년 360만원이던 수업료를 두고도 적잖이 고민했었는데 기존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했죠. 포스팅을 하면 되는 찰나, 또 다시 병이 도지고 말았습니다. 우물쭈물 고민하다가 행동하지 못하는 병통 말입니다. 결국 공지 포스팅은 '비공개' 상태로 유보되었고, 약속을 지키지 못한 부끄러움으로 며칠을 보냈습니다. 


5.

심사숙고와 다차원적인 고려는 저의 강점입니다. 이러한 강점의 이면은 결정력 빈곤이라는 약점입니다. 사람들과 연관되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면 그나마 결정을 하는 편인데, 제 인생의 결정에서는 주저하다가 미루기 십상입니다. 괴로워하다가 악수를 두고 싶진 않아서 그간의 고민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려고 노력합니다. 더욱 미뤄진다는 말입니다.


때론 결정이 별안간에 이뤄지기도 하나 봅니다. 무관하게 보이는 사실이나 이야기를 읽다가 결정을 내리기도 하니까요. 오늘 나는 '조은 시인에 관한 이야기'를 읽다가 와우 11기 운영을 결정했습니다. 속이 후련하지는 않고요, 가슴이 조금 두근거립니다.


나는 수업료를 참가자들의 자율에 맡기기로 했스비다. 예전에도 강의료를 이렇게 하려다가 반대(특강이면 모를까 선생님을 알게 되면, 수업료가 자율이라는 게 더 부담이 될 수 있어요)에 부딪친 적이 있어, 참가자들의 부담감을 덜어낼 나름의 계책도 세웠습니다. 이 생각이 어떤 결과를 이끌까 궁금하네요.


"지금까지 살면서 어떤 모험을 해봤아요?" 결정을 내릴 때에는 전혀 생각지 못했는데, 오늘 저녁에 읽은 이 질문이 무의식에서 나를 이끌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잘 내린 결정인지 헷갈릴 때마다, 잘못된 판단이 타이밍을 놓친 올바른 판단보다 낫기도 함을 인식하고 싶네요.


* 11월 30일까지는 공지를 올릴 겁니다. 이번에는 정말입니다.


Posted by 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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