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희망과 낙관만으론 부족하다

카잔 2016. 11. 17. 14:59

물비늘로 나를 반겨준 공천포 앞바다


무작정 제주에 왔다. 편도 항공편으로, 숙소 예약도 없이. 불안한 마음은 없었다. 성수기가 아니니 숙소는 수두룩했고 렌터카 하루 이용료는 백반 값보다 저렴했다. 이번 여행은 첫째 날 점심 약속 하나를 제외하면 아무 일정도 없다. 계획된 일정이 없을 뿐이지, 어딘가가 나를 부를 테고, 나는 무언가를 하면서 지낼 것이다.

 

서귀포시와 남원읍 사이에 위치한 공천포 식당에서 모듬물회를 먹었다. 소라와 전복이 들어간 물회는 상큼하면서도 신맛을 잘 먹지 못하는 내게도 맛났다. 식사는 세 명의 여인과 함께했다. 제주에 사는 와우팀원, 그녀를 찾아온 인도네시아에 사는 또 다른 와우팀원 그리고 엄마를 따라 하늘을 날아온 예쁜 아이였다.

 

우리는 창밖으로 바다가 내다보이는 작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멋진 남자 사장님이 친절하기도 하셔서 인상에 남는 곳이다.) 두 시간 후, 제주도민이 된 와우팀원은 신랑과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일어나야 했다. 그 집에서 묵고 있는 인도네시아 아낙도 함께 나섰다. 햇살 좋은 오후 세 시를 향하여 가는 시각에 우리는 헤어졌다.

 

떠나가는 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시야에서 사라진 후 마음에 들었던 카페를 찾아갔지만, 오늘은 급한 일이 생겨 문을 닫는단다. 아쉬움을 안고 차에 올라탔다. 식당을 찾으려고 지도를 검색했을 때, ‘쇠소깍’과 ‘남원큰엉해안경승지’가 가까이 있음을 확인했었다. 가보았던 여행지라 목적지를 생각하지도 않고, 해안경승지 방면의 남원읍을 향해 해안도로를 달렸다.

 

드라이브를 즐기다 보면 이내 카페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건축학 개론>에 등장했던 카페 <서연의 집>이 근처에 있음을 알았지만 마음 끌리는 대로 드라이빙하는 방식으로는 찾을 수는 없었다. 결국 30~40분을 달리다가 해안가에 정차했다. ‘남원 카페’라는 키워드로 인터넷을 검색했더니 상위에 3개의 카페가 떴다. 서연의 집, 와랑와랑, 소년감성 카페샐리!


 

세 카페 중 동선이 좋은 곳을 선택했다. 이름도 예쁘고 분위기도 마음에 들어 보이는 <와랑와랑>이 5분 거리였다. 도착했더니 예상보다 더욱 마음에 들었다. 오래 머물기는 미안한 아담한 공간이고, 사람도 많으리라 예상하여 일부러 큰엉해안경승지를 들렀다 오는 바람에 한 시간 남짓 밖에 앉지 못했다. 아쉬웠다. 카페를 좋아하는 내겐 다시 찾고픈 명소다.

 

평범하고 사소한 일화지만, 불현 듯 이런 생각이 스쳐갔다. ‘나는 정확한 목적지가 없었다. 이 방향으로 가면 마음에 드는 카페가 나오겠지 하는 막연한 낙관으로 출발했다. 결과는 시간 낭비였다. 바람과 낙관만으로는 <와랑와랑>처럼 외진 명소를 찾을 확률이 낮다. 어쩌면 많은 날들을 이렇게 살아온 건 아닐까? 명확한 비전이나 목표 없이 시간을 낭비하면서….’

 

내 인생살이의 일면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느꼈다. 긍정적이고 용기 있는 출발이 파라다이스 발견으로 귀결되기도 하지만, 확률적으로는 방황에 그치는 경우가 더 많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생에도 고스란히 적용될 오늘의 배움을 잊지 말자. 내가 어떤 곳에서 행복한가를 알고 여러 명소에 대한 지식을 기반으로 목적지를 정한다면, 비전과 목표의 유익을 만끽하리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