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대화가 너무 없는 것 같아요

카잔 2016. 11. 28. 11:19



아들 : 아버지, 우리 집은 대화가 너무 없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 : (아들을 째려보다가) 밥 묵자.

잠시 후,


아버지 : 니 얘기 잘 했다. (아내를 보며) 말 나온 김에, 당신 동민이 교육 우째 시키고 있노? 내 며칠 동안 쭉 지켜봤는데, 오늘만 해도 그래. 해뜨기 전에 뽀로로 기어나가가 하루종일 싸돌아 댕기다가 지 배고프면 기 들어와가 밥만 처 묵고! 야 이거 하루 종일 밖에 나가가 뭐하노?

어머니 : 지도 모르겠습니더. 지도 야 땜에 미치겠습니더.


아버지 : 동민! 니 솔직히 얘기 해. 니 하루종일 밖에 나가가 뭐 했노?

아들 : 학교 갔다 왔는데여.


<대화가 필요해>는 2000년대 후반 개그콘서트의 간판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저녁 식사라는 지극히 일상적인 코드로 공감적 유머를 자아냈다. 소통과 공감이 부족한 가족의 시청자들에겐 웃음 뿐만 아니라 깊은 울림도 주었을 것이다. 10년이 지나 '공감'이라는 키워드로 다시 보니, (출연진들이 품위 있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가벼운 유머가 아니라 소중한 메시지를 담은 해학에 가까웠다. 


이후, 아버지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니 아직) 졸업 안 했나?" 크게 웃고 나니, 이 역시 울림을 주었다. 관심을 갖고 소통하지 못한 관계에서, 나 또한 비슷한 실수를 저지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친구와 모든 지인들의 개인사를 챙길 순 없다. 일일이 기억하진 못해도 진심 어린 애정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가족과 연인 사이에는 최소한의 관심이 필요하다. 중요한 일마저(이를 테면 아들이 졸업을 했는지 안 했는지) 잊고 산다면 서운함을 안길 것이다. 그러니 대화가 필요하다. 서로의 속 얘기를 소통하고 공감하는 대화 말이다.


가족치료사 최광현 선생은 '행복한 가정을 위한 조언'에서 공감과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파하는 가족들을 보면, 밑바닥 속에 서로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행복한 가정이 되는 비결은 소통입니다. 마음을 열고 서로를 이해하고 진실되게 감정을 공감하는 법을 깨닫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극히 옳은 말이지만, 나는 공감을 생각할 때마다 커다란 장애물 앞에 서는 느낌이 든다. 공감이 우리의 본성과는 거리가 먼 단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100% 이해 받기를 원하면 그 결과는 타인에 대한 실망과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외로움에 빠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나를 20~30% 밖에 이해못한다. 그 중에 누군가가 나를 50~60% 이해한다면, 감사하고 고마워할 일이다. 그리고 가족이 그 주인공이 된다면 우리는 좀 더 행복해질 것이다. 매일 만나는 얼굴이 아닌가.


사랑과 마찬가지로 공감도 배워야 할 주제다. 그것도 매우 중요한 주제다! 공감을 배우는 여정의 핵심은, 나의 생각이 아니라 '상대의 관점으로 사건과 세상을 바라보려는 노력'이다. 이해가 안 된다고 마음을 닫아 버리면 상대에 대한 경멸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우리는 상대가 나의 말을 왜곡되게 해석하면, '아... 이 사람과는 이제 대화하지 말아야겠구나' 라고 생각하고 만다. 답답함은 대화 단절의 신호가 아니라 소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표지다. 상대가 가족이나 연인 또는 절친한 친구라면 말이다.



아버지 : 그래도 야(얘)는 장남이라고 밥은 꼬박꼬박 먹는데, 둘째는 지금 뭐 하노, 코빼기도 안 보이고.

어머니 : (우리) 아이는 야 하나입니더.


나는 정말 무지 웃었다. 평범한 일상이 아닌 극화된 내용이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그럴 법한 소재를 다뤘다. 한참 웃고 나면, 생각으로 이끈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왜 세상에는 갈등과 오해가 난무하고, 가족이나 연인끼리 상처를 주고 받는 걸까? 공감과 소통의 부재 탓이 아닐까? 그리고 해결의 출발점이 대화가 아닐까? 이 코너는 자두의 노래로 시작된다. "대화가 필요해. 우린 대화가 부족해." 코너의 시작과 함께 아들이 한 말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아버지, 우리 집은 대화가 너무 없는 것 같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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