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배고프다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카잔 2017. 1. 5. 22:09

1998년이었던가. 친구와 함께 유니텔 아이디를 만들던 때가 기억난다. PC통신 채팅을 통해 여자 친구를 만날 수도 있다는 말에 둘의 마음이 통했던 것. 접속 화면에 들어서니 아이디를 만들란다. 친구의 아이디는 ‘옥계추억’으로 정해졌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함께 여행을 다녀왔던 장소다. 우리 모임의 이름 ‘인스펙션’이 정해지기도 했던 곳.


내가 문제였다. 수많은 단어를 넣어도 이미 존재하는 아이디란다. 20~30분이 흐른 뒤 우리는 지쳤다. 배가 고팠다. 무심결에 “배고프다”라고 쓰고서, 나도 모르게 덜컥 엔터키를 눌렀다. ‘아차’ 싶었을 때는 이미 늦었다. “등록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뜸과 동시에 나의 유니텔 아이디는 ‘배고프다’가 되었다. 친구와 나는 배를 잡고 웃었다. (20대의 풋풋함과 웃음 그리고 꿈이 있었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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