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삶은 울림을 준다

카잔 2017. 1. 19. 07:37

"시장을 방문하는 사진을 찍을 때 다른 정치인들은 사진 찍히는 순간만 포즈를 취하고 가버리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상인들과 소주잔을 부딪치고 그 술을 계속 같이 마셨습니다. 그분의 경우 모든 사진이 '연출'이 아닌 '실제'였습니다." - 노무현 대통령 전속 사진사 장철영


대권 주자들의 정치 쇼(Show)를 볼 때마다 느끼는 아쉬움과 갈증을 잠시나마 날려버리는 말이다. 순도 높은 청량감이다. 장 씨는 노 대통령의 사진을 '가식 없는 삶과 그것이 그대로 반영된 사진'이라고 특징지었다. 한 번은 대통령이 당부도 했단다. “연출 사진은 피곤하다. 있는 그대로를 찍었으면 좋겠다.”


장씨는 말한다. “대통령은 저를 사진사로 존중해 주셨습니다.” 추억과 감상에 젖은 ‘미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장 씨의 신간 『대통령님, 촬영하겠습니다』에 소개된 일화 때문이다.


“(대통령) 님은 저를 보시며 한 마디 하셨습니다. 그렇게 많이 찍었는데 아직도 계속 찍고 싶나? 저는 웃으며 ‘네’ 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럼 한번 니 마음껏 찍어봐라… 어디에서 포즈를 취하면 좋겠나? 님은 제가 가리키는 곳에 털썩 앉으셨습니다. 처음 있는 일이라 저는 신이 나서 마구 셔터를 눌러댔습니다.” (p.132)



대통령은 자신의 업을 사랑하는 한 직업인(사진사)의 모습을 예쁘게 보신 것이리라. ‘처음 있는’ 연출이었지만,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진이 아니었다. 당신께서 보시기 위함도 아니었음을 장 씨가 <News1> 권영미 기자와 가진 인터뷰 기사를 읽으며 알게 되었다.


장 씨가 찍은 노 대통령의 사진은 50만 장에 이르지만, 노 대통령이 생전에 본 사진은 4장의 연속 사진뿐이란다. ‘손녀의 입에 과자를 넣어줄듯 하다가 자신의 입에 넣는 장면’이다. 장 씨도 마음에 들어서 출력해서 직접 보여 드린 것. 대통령은 “너무 좋다” 하시며 액자로 만들었다.


말을 잃었다, 단 4장이라니!
연출은 ‘보여’ 주고, 삶은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