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측정하면 관리하고 싶어진다

카잔 2016. 12. 14. 09:15


1.

오랜만에 블로그 유입 키워드를 살펴보았다. 블로그측 안내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추출된 키워드’란다. 유입수가 1인 키워드는 무의미하게 보였다(이를 테면, 빵다방, 상쇄피드백, 서른여덟 등). 포스팅의 어떤 단어 하나가 한 네티즌에게 ‘얻어 걸린’ 것이다. 상위 5위까지는 의미 있게 다가왔다. 행복한 거북이의 인생여행(5회), 비전 목표(3회), 렉티오 리딩(3회), 멜버른 맛집(3회), www.yesmydream.net (3회) (횟수는 유입수).

 

몇몇 분들이 '행복한 거북이의 인생여행'이라고 정확하게 검색해서 들어온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누군가는 나의 강연에 관심 가져 준다는 사실도 참 고맙다. ‘그러고 보니 렉티오 리딩(독서의 기술) 강연을 오랫동안 하지 않았구나.’ 내년 초에는 렉티오 리딩 강연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10위 안에는 수잔 손택 강독회(2회)도 보였다. 손택 강독회는 나도 재밌고 청중들의 변화와 지적 자극이 컸기에(나의 예상을 웃돌았다) 내년에도 하려던 참이었다. 손택으로만 3차 강독회가 되는 셈이다.

 

2.

블로그 유입 키워드나 방문 통계를 잘 살피면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겐 관심 없는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재미있는 일이겠구나 싶었다.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이려고 노력하는(그리하여 놓치며 살았던 영역에 눈 뜨면서 성장하고 싶은) 요즘이라 조금 더 살펴볼까 하다가 관두었다. 시간 투자의 우선순위는 첫째는 나의 재능, 둘째가 소중한 관계, 셋째가 새로운 도전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했다.


‘나다움도 중요하고, 새로운 도전도 중요하다. 중요한 것들끼리는 취사선택이 아닌 우선순위가 중요하다. 오랫동안 나다움을 추구하며 살았다. 당분간은 새로운 도전에 얼마간 치우쳐 사는 것이 인생 전반의 균형을 찾는 길인지도 모르겠다. 블로그 활성화가 필요할 때, 예전의 나라면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면 된다’는 생각에 집중했었다. 이제는 ‘블로그 홍보도 중요하다’는 생각까지 껴안고 두 마리 토끼를 기를 것이다. 지금의 중단은 무관심이 아닌 전략적 시간 배분이다.’


3.

블로그 방문자 통계도 확인했다. 11월에는 3천명 남짓이었다. 연초의 1/5 수준이다. 지난 10월, 블로그 연결이 약 20일간 되지 않았다(호스팅 기술적인 문제였다). 그래서인지 10월부터 한 달 방문수가 급감했다. 블로그를 운영해 온 10년의 기록을 살펴보니, 월별 통계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엇다. 월 방문자 수는 2007년 8월부터 3천명 대가 되었다. 10년 동안 지난 10월 방문자 수(2,351)보다 적은 달은 딱 두 번 뿐이었다. (그 중 하나는 2009년 11월인데, 긴 배낭여행을 떠났던 시기라 그런가?)

 

그리 중요한 일도 아니고, 쭉 관심 가질 것도 아닌데, 이런저런 현황을 파악하는 일은 재밌다. 어젯밤에는 나의 신용등급을 확인하며 1시간 30분 동안 신용구매력, 대출거래지수 등을 꼼꼼히 읽어보기도 했다. 1등급이었지만, 신용평점은 작년 대비 44점(1천점 만점)이 떨어졌다. 상위 30% 정도가 1등급이었으니, 1등급의 범위가 너무 넓게 느껴졌다. 등급보다는 신용평점을 목표로 삼고, ‘1등급 중에서도 상위 10%에 포함되어보자’는 욕심이 생겼다.

 

4.

변화를 원하고 성장하고 싶은 이들에게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조언한다. 마인드를 바꾸고, 현실을 파악하라! 공부도 마찬가지다. <지적 생활의 발견>의 첫 장에서 저자는 자신의 실력을 속이지 말 것을 당부한다. 재테크도 당연하다. 리처드 템플러는 <부의 잠언>에서 부자 마인드를 강조하고 난 후 실천편의 첫 번째 지침으로 “먼저 현실을 파악하라”고 썼다. 나는 현실 파악의 중요성을 대학에서 배웠다. 측정하지 못하는 것을 경영하기는 힘들다는 지혜를 말이다(교과서는 측정 없이는 경영도 없다는 식으로 좀 더 강하게 가르쳤다).

 

어젯밤과 오늘 아침, 별 관심도 없는 영역이지만 나의 현 상태를 진단하고 나니 이렇게 쓰고 싶다. 측정하면 관리하고 싶어진다! 어쩌면 새로운 목표가 생길지도 모른다. "블로그 방문수를 2016년 9월 이전의 수준, 아니 올해 초의 수준으로 높여보자"는 목표는 그렇게 해서 생겨났다(올해 초 하루 평균 방문수는 500에 달했다).  신용평점 목표도 세웠다. 나는 얼른 작년도 평점(950점)을 넘어서고 싶어졌다. (올해 단돈 10만원 때문에 단기대출은 받은 게 신용도에 여실히 반영됐고, 후회스럽다.)


 

5.

많은 이들에게 측정은 곤혹스럽고 짜증나고 귀찮은 일이다(그들은 아마 이 글의 숫자와 디테일을 건너 뛰었으리라). 나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 오늘(사실 최근 수 주 동안) 측정에 시간을 쏟은 이유는 나의 비전 때문이다. 나는 경영의 달인이 되고 싶다. 대상이 시간이든, 건강이든, 지식이든 말이다. 전문가들은 측정이 경영의 기본기라고 말한다. 나도 동의한다. 이 말과 나의 비전을 생각하면, 측정을 간과하거나 무시하고 싶지 않아진다. 평균적인 측정 능력이라도 갖추고픈 욕망이 생긴다. 이것이 비전의 위대함이다. 장애물을 뛰어넘게 만드는 힘 말이다.  


당분간은 삶의 거의 모든 영역을 측정하며 지내련다. 

나에게는 경영의 달인이라는 꿈이 있으니까!  

지금 당장, 옷을 다 벗고, 몸무게를 재야겠다. 

(중요하니 지금 해야 하고, 벗어야 정확해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