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미루지 말고 타협도 말고

카잔 2016. 12. 21. 17:30

친구는 그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사소한 약속이었다. 길거리에서 나를 세워 둔 것도 아니고, 지키지 못한 약속으로 인해 내 일에 차질을 받은 것도 아니다. 내게 보내기로 한 자료를 보내지 않았을 뿐이다. 단언컨대, 실망은 없었다. (그는 평소에도 시간 약속을 거의 지키지 못한다. 이것은 불만의 토로가 아니다. 오히려 변호다. 대부분의 실망은, 실망한 이의 비합리적인 기대에서 비롯되는 법.) 아쉬움과 서운함도 없다.


'실천이 뒤따르지 않은 허언'의 한 사례를 명징하게 인식했을 뿐이다. 친구에게서 나의 부족함을 발견했을 뿐이다. 게으름과 타협하는 바람에 오늘 하기로 생각한 일을 내일로 미루었던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작은 약속이라고 하여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적은 또 얼마나 잦았나! 특히 나 자신과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면서 살지 못했다. 친구의 삶이 나를 준엄하게 깨우쳤다. 친구에게 서운한 게 아니라(그의 애정을 안다),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날이다.


이 수오지심을 잊지 말아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