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정리에 관한 3가지 단상

카잔 2016. 12. 23. 11:47

윤선현 정리컨설턴트의 '정리'에 관한 강연을 들었다. 올해 처음으로 내의를 입는 바람에 실내가 더워, 혼자 들락날락하느라 강연을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타이밍 좋게 주워 들은 세 가지가 인상에 남았다.



1) 강사는 요즘 유행하는 미니멀리스트의 삶은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미니멀리즘에 관한 나의 문제인식과 맞닿은 얘기라 솔깃했다. 인터넷에서 '미니멀리즘'이라고 검색하면 환상적인 사진, 하지만 따라하기에는 만만찮은 이미지를 만난다. 실제 구글에서 검색해 보니, 위 사진이 상단에 올랐다. 저러한 공간에 머물고 싶긴 해도, 좁은 집에서 실현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단순한 삶이 주는 에너지를 경험하고, 미니멀리즘이 선사하는 미적 즐거움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미니멀리즘에 무관심하기도 싫다. 강사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발생하는 이 딜레마를 간단한 팁으로 해결했다. 삶의 한 영역에서 미니멀리즘을 구현하기를 제안한 것이다. 나는 강의실을 잠시 탈출하면서 생각했다. '그래. 하나의 공간, 하나의 품목에서만 실천하면 되겠구나!' 강사의 현실적인 접근이 고마웠다.



2) 강사는 네 가지 유형의 물건들을 버리라고 했다. "필요 없는 물건, 보관할 공간이 없는 물건, 나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물건, 쳐다보면 기분 나쁜 물건." 물건 버리기는 요즘 나의 나의 관심사다. 두 달 동안 '날마다 5개의 물건 버리기'를 실천해 오던 터였다. 처음 2주 동안에는 5개씩 버리기가 어렵지 않았다. 작은 물건(안경통, 유통기한 지난 화장품 등)도 대상이었으니까. 한 달 즈음 지나니 갯수를 세 개, 다시 한 두 개로 줄여야 했다.

더욱 잘 버리려면 실천의 강화가 아니라 관점의 전환이 필요했다. 새로운 인식을 얻거나 관점이 바뀌면 행동이 달라지기 마련이니까! '무엇이 필요한지를 아는 지식'이 버리기를 도왔다. '단순한 삶'이 지닌 가치를 깨달으면 좀 더 잘버리게 된다. 결국, 내가 원하는 인생을 생각하면 버리기가 쉬워진다. 여기까진 잘 실천하던 중에 강사가 하나의 목표를 안겨 주었다. '보관할 공간이 없는 물건'을 버리기! 바로 실천하기는 어렵지만, 버리기의 지향점으로 삼아야겠다.



3) 강사의 강연의 마지막 부분에서 '삶의 의미'를 언급했다고 한다. (강연을 함께 들은 분께 나중에야 들었다.) 좋은 말이라 생각했는데도 구체적으로 어떤 말이었는지는 잊었다. 의미 없어진 것들을 버려라는 메시지인지, 의미 발견이 정리정돈의 비결이라는 말인지 모르겠다. 강사 의도와는 다르더라도, 나름의 생각을 이어갈 수밖에.  

여기서의 '의미'란 사물의 가치를 뜻한다. 누군가에겐 국어가 재미고 누군가에겐 수학이 재미다. 재미가 그렇듯이, 사람들은 서로 다른 것에 '의미'를 둔다. 의미라는 개념은 사람들의 취향, 가치, 소원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 점에서, 윤선현 컨설턴트의 정리론은 내게는 맞지 않는 구석이 많다. (하나만 언급하자면, 그는 한 번 읽은 책을 버리라고 하나 내게 가장 의미 있는 독서는 '거듭하여 읽기'다.) 자기 의미를 찾고, 비(非)의미를 버리기! 이것이 정리다.


가치관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오늘 강연은 나에게 두 가지 실천지침을 안겨주어 유익했다. 정리정돈의 전문가답게 사례가 풍성했던 강연이었지만, 들락거리는 바람에 대부분을 놓쳤다. 사례는 생각을 다듬거나 실천을 추동한다. 뜬금없는 내의 착용이 아쉬웠던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