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고통은 힘이 세다

카잔 2016. 12. 28. 15:03


“위기의 순간을 무사히 넘기면, 환자는 깨어나 몸에 삽입했던 관을 제거하고 퇴원한다. 이렇게 병원을 떠난 환자와 가족은 계속 일상을 살아가겠지만 결코 예전과 같지 않다.” (p.198) - 『숨결이 바람될 때』 중


지금의 상황은 감기 바이러스가 물러난 게 아니다. 위기(!)의 순간을 넘긴 것이다. 완치가 아니라는 말이다. 생명의 위기가 언제 다시 닥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위기의 주소는 저 멀리 우주가 아니다. 환자의 일상이다. 이어지는 글에서 저자(폴 칼라니티)는 이렇게 말했다. "의사의 말은 환자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감정적이든 육체적이든 불확실성과 병적 상태는 환자 본인이 계속 씨름해야 할 문제로 남는다."


암으로 죽어가는 상황에 비하겠냐마는, 살다보면 결코 예전 상황으로 돌아갈 수 없는 순간을 맞을 때가 있다. 이혼, 파산, 사별, 큰 사고 등은 되돌릴 수 없다. (이혼의 경우, 재결합을 하더라도 일정한 시간이 훌쩍 지난 후의 일이다. 감정은 회복되었을지언정 상황마저 똑같을 수는 없다.) 누군가가 위기의 순간을 넘겼거나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예전으로 돌아갔네"라고 섣불리 말하지 말자. 폴의 말처럼 "결코 예전과 같지 않다."


위기를 넘긴 당사자라면, 씨름의 대상이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사람들의 경솔한 언행과 섬세하지 못한 이해를 탓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씨름 상대는 주변 사람들이 아니다. 에너지를 아껴 불확실성 그리고 질병과 씨름해야 한다. 고통을 자기 보호의 수단으로 삼지도 말자. 이해되는 일이지만, 질병 치료에 도움 되지 않으니까. 상황이 달라졌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화가 나고, 고통스럽더라도 예전과 다르게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고통스러운 당시에는 동의하기 힘들지만) 고통이 새로운 삶을 잉태한다. 

고통은 힘이 세다. 지금껏 그토록 힘들었던 변화의 빗장을 열어젖힌다.

죽을 병이 아니라면, 질병은 종종 삶의 구원자가 된다. 다르게 살아감으로써! 

질병을 만난 이여, 고통에 빠진 이여!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자. 힘을 내어,

예전과 다르게 사는 법을 익히자. 그리하여 인생의 새로운 장을 창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