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더 힘을 내는 게 중요해요

카잔 2016. 12. 27. 17:03

"에마, 다음엔 뭘 해야 하죠?"

"폴, 더 힘을 내세요. 그게 중요해요."

- 말기 암 환자 폴과 담당의(에마)의 대화,『숨결이 바람될 때』 중에서


『숨결이 바람될 때』(폴 칼라니티 저)는 아름답고 탁월한 책이다. 무엇이 그러한가? 폴의 필력이 아름답다. 말기암으로 죽어가는 자신과 마주하는 폴의 용기와 의지가 탁월하다. 과학과 문학이라는 진리 탐구의 양날을 사용하여 벼리어낸 삶과 죽음에 관한 통찰 역시 놀랍다. 이러한 장점들은 내게는 슬픔이자 고통으로 작용했다. 2년 전에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친구를 끊임없이 떠올리게 했으니까. 


슬픔을 마주하리란 걸 예상하고서 읽었다. 아니, 마주해야 했다. 마주하고 싶기도 했다. 나에게는 눈물을 흘리는 시간이 필요했다. 다시 희망을 창조하는 영혼의 성소에 머물기도 해야 했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상적인 자아'로 살아가는 동시에 시간을 내어 내면의 슬픔을 어루만지는 '치유하는 자아'로도 살아가는 요즘이다. 이리 살자고 다짐한 것도, 원했던 것도 아니다. 막다른 길에 다다른 이가 절망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살다가 마주치기 마련인 하나의 필연이었다.


책의 문장들이 가슴을 친다. 내면에서 깊이 공명하여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문장들이 많다. 그러한 문장들을 몇 개만이라도 매일 적어보련다.


"병을 앓으면서 겪게 되는 종잡을 수 없는 건 가치관이 끊임없이 바뀐다는 것이다. 환자가 되면 자신에게 중요한 게 뭔지 알아내려고 계속 애를 쓰게 된다." - 폴


"에마는 나의 옛 정체성을 되돌려주지는 않았다. 대신에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는 내 능력을 지켜주었다. 나는 새로운 정체성이 필요하리라는 것을 마침내 깨달았다."


"사람들은 5년 후에 뭘 하고 있을까 늘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5년 후에 내가 뭘 하고 있을지 알 수가 없다. 죽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건강할 수도 있다. 글을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될지는 정말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점심 식사 이후의 미래를 생각하는 건 시간 낭비다."(p.232)


폴의 담당의인 에마가 한 말이 나를 깊이 위로한다.

"더 힘을 내세요. 지금은 그게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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