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소소한 행복의 장면들

카잔 2017. 5. 31. 21:56

오후 4시, 강연을 마친 피로감을 자동차 안에서 간식과 낮잠으로 달랬다. 달콤한 반건조고구마와 총각네 두유 그리고 30분 간의 느긋한 오침! 오후에 누리는 효과적인 휴식은 또 하나의 아침을 선사한다. 차에서 내려 미리 검색해 둔 카페로 향했다. 살짝 나른하던 몸이 걸으면서 점점 기운을 더해갔다.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니 아침의 활력을 되찾았다. 5시를 향하는 시각, 아직 햇살이 강렬하다. 차창 밖으로 송도가 보인다.



드러커의 『자기경영노트』를 읽었다. 오래 전 읽은 책이고 주요 내용을 익히 알지만, 독서는 때때로 앎이 아닌 자극과 실천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 책으로 내 삶의 경영 수준을 끌어올리고픈 마음이다. 드러커의 지혜로 기본을 다지고 '타이탄의 도구'로 한층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읽던 장(제5장 first things firtst)을 마저 읽었다. 요점은 이렇다.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들은 중요한 일부터 먼저 해결하며,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수행한다."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 그리고 한 번에 하나씩 집중하라! 이 중요한 자기경영의 원칙을 한동안 잊고, 아니 알면서도 소홀히 여기며 살았다. 오늘 당장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내일부터 시작될 새로운 달에도 지속적으로 실천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나에게 무엇이 소중하지? 이런 의문이 들지는 않는다. 나에 대한 이해가 깊어서가 아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 (삶 전체가 아닌 지금의 시점에서)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충실하면 된다.



기대했던 것보다 커피향이 그윽해서 행복하다. 창밖 풍광을 우락부락한 아저씨들이 가려버렸지만, 나에게는 즐길 소일거리(글쓰기)와 독서의 즐거움으로 이끌 책이 있다. 멋진 풍광이 잠시 사라진다고 해서 인생의 유희마저 유실되는 것이 아님에 고맙다. 무엇이 고마운 걸까? 함께한 책들에게? 삶을 즐기는 나의 여유에? 아니면 독서 습관의 유용함을 느끼게 해 준 저 사내들에게? 아무렴 어떤가! 내게는 지금 훌륭한 책이 있고, 여유로운 마음과 얼마간의 시간이 있다. 행복하다는 말이다.


한참동안 당분간 실천할 '아주 작은 소원들'의 목록을 작성했다. 요즘 내 삶의 르네상스를 재현하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 있다. 지지난해부터 여러 번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실패했다. 이번에도 내가 바라던 재건에 이르지 못할지라도 나는 다시 주춧돌 하나를 놓기로 했다. 매일 뛰면 조금씩 멀리 달릴 수 있듯이, 계속 도전하면 조금씩 더 많이 쌓지 않을까 싶다.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엔 나의 비전에 닿으리라. 그렇지 못하더라도 과정이 즐겁고 의미 있으리라.


어느새 사내들이 사라져 시야가 열렸다. 이어폰에서는 오스카 피터슨의 재즈곡들이 춤을 춘다. 카페에 입성한지 2시간 30분이 지났다. 결정을 해야 했다. 카페에 더 머물까, 식사를 하러 옮길까? 한 번의 주문으로 3시간을 넘기기는 싫은 마음이 결정을 재촉했다. 시간대별로 빛깔을 바꿔가는 오이도 앞바다를 만끽하고 싶은 마음이 결정을 내려 주었다. '여기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이 행복한 시간을 더 즐기자!'



예상보다 근사한 저녁식사를 했다. 감자베이컨피자의 맛과 품질이 카페치고는 훌륭했다. 카페이기도 하고 병맥주를 파는 바이기도 해서(카페에 가깝다) 식사에 가까운 음식을 즐길 수 있었다. 11,800원을 더 지불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창가에 앉아 피자와 따뜻한 커피를 즐겼다. 창밖에는 어두움이 하늘과 바다를 감싸안고 있었다. 쌀쌀해진 바람을 맞으며 커피를 홀짝였다. 피터슨의 연주가 감미롭다. 다시 밀려오는 행복감!



교통체증을 피해 9시 넘어서 출발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책을 펼쳤다. 이번에는 『마르케스의 서재에서』(탕누어 저, 글항아리)다. 5월 중순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매 장마다 저자의 탁월한 독서론에 매료되고 감동한다. 이 책에 비하면 나의 독서론을 담은 책은 얼마나 시시한가! 뜬금없이 왠 자학이냐고 하지 마시라. 세상에는 자기폄하나 자조 없이 비교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렇다. (사실 나와 내 책은 다르다. 첫 책을 쓴지 10년이 지났고 그동안 많이 성장했다.첫 책과 지금의 나 사이에는 10년의 간격이 있는 셈.)


저자가 챕터로 구성한 메인 아이디어도 유용하지만, 간간이 등장하는 통찰도 저자에 대한 신뢰를 더한다. 이를 테면 이런 문장들. "진정으로 사람들 마음의 지혜를 이끌고 구동시켜 용감하게 상상하고 모험에 뛰어들며, 미지의 영역에서 앞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것은 인간의 호기심이고 인식에 대한 열정이며 진실을 파헤치고 싶은 억제할 수 없는 마음이다."(p.247) 순수한 호기심, 인식을 향한 열정, 진실에 진실하고픈 마음! 이것이야말로 독서의 재료요, 독서가로서의 자부심이 아닌가. 나만의 차별점이 아니라 공동의 자산인 셈인데, 그러면 또 어떤까! 행복은 함께 누리면 더욱 좋은 법이다.



한 챕터를 읽고 나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세상의 시간은 밤이 되었다. 독서로 인해 행복감이 더욱 깊어졌다. 나의 생체리듬은 더욱 활발해졌다. 이 글을 쓰고 나니 10시가 지나고 있다. 나는 아직 팔팔하나 도구(책과 노트북)을 챙겨야 하는 시각이다. 시간이 훌쩍 지나버려 행복하고도 아쉽다. 아쉬움을 달랜다. 인식이 달램을 돕는다. 하루를 멋들어지게 사는 일은 쉽다. 기복이 짙은 사람들도 하루 이틀은 성공적으로 보내게 마련이니까. 중요한 것은 지속이다. 밤의 리듬에 맞추어야 매일의 활력을 창조할 수 있다! 도구를 챙기는 마음이 한결 기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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